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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모녀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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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네모펀치 Feb 08. 2021

[모녀전쟁] #0. 우리에게는 아무 선택권도 없다

누구나 느끼고 있지만 누구도 감히 입 밖에 꺼내놓지 못하는 이야기


우리는 어떻게 만나게 되었을까?
우주의 수많은 별들 사이의 운명처럼, 그리고 순간처럼 우리는 만나게 되었다.


인생은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 노력한다고 얻을 수 없다.

우리가 결정하지 않았는데도 일어난 무수히 많은 일들 중 가장 시초의 일은 ‘출생’ 일 것이다.

태어났다. 그냥 갑자기 세상에 나왔다.

원해서 세상에 태어난 사람은 없다. 결정할 수 없었으니까.


출생과 함께 부모가 결정된다.

부모는 한 사람의 피와 살과 뼈를 만들어 준다, 그리고 그로 인해 무수히 많고 복잡한 책임과 의무사항을 진다.

그 책임과 의무사항을 이행하는 것을 사람들은 희생이라고 한다.

부모가 없으면 생존할 수 없는 세상에서 당연한 의무사항을 왜 희생이라고 이름 붙이는지 이해되지 않지만, 아무튼 부모는 아이 낳기를 선택했다.

태어날 아이가 마음에 들든 들지 않든 부모는 한정된 시간과 돈과 마음을 자녀에게 쏟아야 한다.


예상하지 못한 장애아가 태어날 수 있다.

부모는 감당해야 한다.

부모 기준에서 매우 무식한 아이가 태어날 수도, 매우 난폭한 아이가 태어날 수도 있다.

그래도 선택사항은 없다.



한때 한 몸이었던 우리는 나였던 사람과 무수히 다투며 분리되는 연습을 한다.


모녀의 관계는 항상 힘들고 우리는 여전히 서로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모른다.

한때 한 몸이었던 우리는 이제 서로 너무 다른 길을 간다.

하지만 아직 서로가 다른 사람임을 인정하기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어쩌면 영원히 평행선을 달릴지 모른다.


엄마는 엄마의 시간을 살고 딸은 딸의 시간을 산다. 그것을 인정하면 간단하지만, 엄마는 인정하지 않는다. 서로의 세대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니 이해하면 더 문제다. 이해하고 나면 이제 맘 놓고 미워할 수도 없다.


딸은 말한다. 억울하다. 선택하지도 않았는데 강제로 태어나서 이렇게 지옥 같은 삶을 살아야 하다니.


엄마는 말한다. 어이가 없다. 기껏 힘들여 낳아주고 키워줬는데 내 말은 안 듣고 자기 멋대로 하는 자식이라니.


전쟁은 끝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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