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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여자 Apr 14. 2021

이 전쟁에서 승자는 내가 아닌가?

사랑과 전쟁 보통편

남처럼 인사도 없이 6개월을 지내다가 은근슬쩍 '화해'가 되어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지내는 요즘.

1단계: 지난 일을 들추어 이건 이렇고, 저건 저렇고 잘잘못을 따지고 

2단계: 앞으로 이런 상황에선 이렇게 해야 한다는 규칙도 만들어 마무리를 하는 것이 이 사건을 종결짓는 것. 누군가는 '그냥 넘어가면 안 된다. 앞으로 또 그런다'라고 조언했다. 아무래도 지난 일을 회상하며 내 맘을 꺼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나는 주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뭉개는'편을 택한다. 

우리가 전쟁 중인 때 자동차보험 갱신일이 왔고, 나는 문자를 보냈다. "관리비와 생활비, 각종 공과금 혼자 처리하는 게 힘든데 자동차보험은 내줬으면 좋겠어" 그는 대답을 하지 않았고 그렇게 보험 갱신일 당일 친정엄마한테 약간의 돈을 빌려 자동차보험을 6개월 할부로 결제했다. 그 이후로 그가 자동차를 쓴다고 한 어느 날 나는 마음으로 씩 웃으며  "이거 보험 나만 들어져 있어. 당신은 무보험 상태라 사용할 수 없어"라고 말도 안 되는 거짓말을 했었다.(그런 보험이 진짜 있긴 한가?) 그렇게 그는 공식적으론 자동차보험에서 제외된 채로, 비공식적으로는 '가족'보험으로 적용받을 수 있는 사람으로 운전을 못하게 되었다. 

그런데... 아이들의 요청으로 식당에서 밥을 먹으러 가거나, 비가 많이 오는 어느 날 병원에 데려다주러 갈 때 그는 아주 당연하고 조수석에 앉았다. 운전을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안'하는 것처럼 편안하게..

혼자만 운전하는 것이 어려워"보험 당신 것 추가로 가입할게."라고 말을 했더니

"아니 괜찮아. 어쩌다 한 번 타는데"하고 거절까지 하는 것이 아닌가! 

운전은 쭉~ 내 몫이 되었다. 


"너는 보험료 안 냈으니까 타지마" 초등학생보다 못한 마음씀을 알아차리니 다소 부끄럽긴 하지만 '너의 탓'으로 돌리고 그것을 증명하기 위해 상대방의 결점을 찾아내야 한다. 너는 그랬잖아, 저랬잖아 하면서 그의 잘못을 서너 가지쯤 찾아내다가 되레 점점 속이 시끄러워진다. 아직 우리의 경계심은 남북한이라 니 돈과 내 돈은 엄격히 구분해서 사용하고 있다. 그는 나에게 생활비로 쓸 수 있는 카드를 다시 돌려주었다.(물론 자발적인 것은 아니었고)그런데 문제는 요즘 웬만한 온라인 쇼핑은 타인의 카드로 결제하기 매우 매우 매우 어렵고, 지자체에서 10%를 보너스 적립해주는 지역화폐는 현금으로 선불 충전을 해야 사용할 수 있다. 온라인에서는 사용이 어렵고, 오프라인에서 사용하자니 아까운 상황이 된 것이다. 


그 카드를 들고 마치 공짜 인양 쓰지 못해 안절부절못했는데 친구들과 식사를 하고 내가 먼저 결제를 한 후 현금으로 받는 이른바 '카드깡'을 하게 되었을 때 느꼈던 그 기쁨. 그의 카드를 시원~~ 하게 일시불로 긁고! 띠로리 그의 휴대폰에 결제 안내 문자가 갔을 생각을 하니 온 몸에 혈액순환이 10배는 빠르게 되는 것 같은 그런 기분!! 

그때 그것이 전쟁이었다면 이건 내가 이긴 것이다. 그의 카드가 내 손에 있으니까.


이곳은 필히 작은 자물쇠로 잠가놓은 일기장으로 남아야 한다.

절대 걷는 여자가 '나'라는 것을 비밀로 해야 한다. 아무도 몰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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