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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걷는여자 Jun 29. 2021

죽음을 눈 앞에서 목격한 후 생긴 버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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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해서 눕자마자 골아떨어지는 날을 제외하고는 내 영혼이 수증기처럼 떠올라 마지막 숨을 내쉬고 생명이 없는 채로 누워있을 내 육신을 내려다 본다. 나의 영혼의 눈으로 머리카락, 얼굴, 감은 눈과 살짝 벌린 입술, 힘없이 뻗은 두 팔과 다리, 발까지 훑어보면 처음보는 사람처럼 낯설기만 하다.

영혼이 떠난 빈 몸을 바라보는 상상은 범위를 넓혀나간다. 나, 남편, 엄마, 아이들

그렇게 죽음을 상상하고 있노라면 뜨거운 눈물이 연신 흘러 내린다. 


나를 향한 연민,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 앞으로 닥칠 슬픔에 대한 두려움이 뒤섞여

살아있다는 안도감, 그들이 내곁에 있다는 감사함이라는 끈적한 감정을 만들어낸다.


Life_ing, 삶

언젠가부터 어깨가 몹시 아프고, 올라가질 않는데 병원에서도 딱히 이렇다할 진단명도 치료방법도 들을 수가 없다. 뒤척이다 아파서 새벽에 눈을 뜨는 일이 여러번 있는데,  '어머 나 살아있네' 옆에서 아무렇게나 쳐박혀 자고 있는 아이를 바로 눕혀 베개를 베주고, 머리를 넘겨주며 '너도 살아있구나' 잠꼬대처럼 내뱉는다.


알람이 울리고, 간밤에 푹 잘잔 아이들이 눈을 비비고 일어나 배고파를 외친다. 배가고프다는 것은 살아있다는 증거이다. 나는 음악을 틀고, 오일디퓨저를 켜고, 뜨거운 물을 마시고, 아침을 준비한다.  

오늘은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거라고, 학교 끝나고 편의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먹겠다고 한다.

방학을 하면 친구와 바다에서 신나게 다이빙 할꺼라고 낭랑한 목소리로 얘기한다.


누구보다 가슴뛰는 삶을 살고있는 아이들을 마음껏 칭찬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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