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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도토리밤 Apr 21. 2022

스케치에 색채가 더해지고 있다.

운명의 여신 '모이라이'

 모난돌이 정 맞는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역사적으로 그러했듯이 훌륭한 작품은 늦게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글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4월 8일 새벽 3시 해양경찰 소속 S-92 헬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실종된 선박 구조를 위한 구조대원을 경비함정에 내려준 뒤 제주공항으로 돌아가기 위해 이륙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났다고 한다. 이륙 후 30~40초 만에 발생했던 사고였다. 

 운명의 3 여신 중 '아트로포스(Atropos)'는 4명의 승무원 중 3명의 '운명의 실'을 가위로 잘라버렸다. 결국 밝은 빛을 내던 별들이 새벽하늘이 밝아오자 그 빛을 잃어버렸다. 


 지난 2019년 중앙119 독도헬기 사고 또한 독도에서 이륙 직후 14초 만에 추락했다. 비행 중 발생하는 모든 비상상황에 대한 비상조치는 굉장히 어렵다. 특히 이착륙 과정에서의 비상상황은 조치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여 더 위험하다. 과거 독도헬기 조종사와 함께 비행하며 근무했었고, 그 누구도 유능한 조종사임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뛰어난 기량을 가진 조종사임에도 불구하고 사고를 피할 수 없었다.

 이 두사고의 공통점은 모두 깜깜한 어둠 속 먼바다에서 발생했다. 작은 불빛조차 없는 깜깜한 어둠은 자칫 사선의 경계를 넘어 뱃사공 카론이 있는 아케론 강으로 변하곤 한다.





 운명의 3 여신 중 '라케시스(Lachesis)'는 실의 길이를 정한다.



 약 1년 전 '스케치 중인 우리들을 위한 곡'이라는 글을 썼다. 우리 승무원들의 안전을 위해 안전불감증이 만연하게 퍼져있는 문화를 바꾸고, 새로운 항공장구를 도입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는 선배의 이야기다. 당시 마음이 흔들려 접을까 했던 선배를 다시 붙잡기 위한 글이었다.

 그 뒤로 1년이라는 시간 동안 많은 부분에서 진척이 있었다. 

신형 항공장구에 대한 소요가 올라가게 되었고, 상급부서 과제에 선정 등 추진동력을 얻게 되었다. 비록 헬리콥터 승무원용 항공장구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사람이 부재하여 각 직능별 담당자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내외적인 모든 업무를 선배가 진행하고 있다. 단지 우리들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


 안전문화를 바꾸는 것은 타성에 젖어 바꾸기 쉽지 않다는 것을 느낀다. 비행할 때 자연스럽게 헬멧(혹은 헤드셋)을 착용하듯 해상 방수복 착용, HEED 소지 등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져야 하지만 불편함과 번거로움으로 인해 지침을 따르지 않는 사람들이 남아있다. 때로는 선배가 있을 때만 눈치 보며 입는 사람들도 더러 존재한다. 그래도 2년 전과 비교했을 때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사람들이 이 글을 본다면 얘기해주고 싶다. 당신의 운명의 실을 지켜주는 것이라고. 

 





  초기에는 많은 이들의 호응을 기대할 수 없었고 무관심뿐이었다. 모난돌이 정 맞는다고, 곱지 않은 시선을 받기도 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은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었고, 꿋꿋하게 추진하고 있는 선배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새로 도입할 항공장구는 선배는 쓸 일이 별로 없다. 진급을 빨리하려는 목적도 아니다. 정말 순수하게 우리 조직과 후배들을 위해서 일을 하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그러했듯이 훌륭한 작품은 늦게 인정받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글로 남기고 싶은 것이다. 





어느덧 선배의 스케치는 마무리되었고, 지금은 색채를 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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