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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Dec 14. 2023

기억하나요?

<do you rememnber? / 시드니 스미스 그림책을 읽고>

2023-12-14 73번째 마마쿠쿠 /



DO YOU REMEMBER? / 시드니 스미스 글 그림 


오늘 가만히 보고 있으면 눈물이 나는 그림책, 마음이 복잡할 때 조용히 따뜻한 손을 내 손위에 포개주는 느낌의 그림책 'Do you rememember?'를 읽었어요. 일상의 이야기를 투박한 그림과 간결한 글로 잔잔하게 풀어내면서 우리 내면을 안아줄 수 있다니, 놀라운 마음이에요.

특히 아이의 눈빛은 두고두고 생각나요. 부모의 갈등을 다 듣고, 그 헤어짐을 경험하면서도 부모에 대한 사랑을 믿었던 아이, 그래서 엄마를 향해 아빠가 준 인형을 건내고 다 잘 될거라고, 저기 해가 뜬다고 말해주던 아이의 뒷모습이 우리 마음에 오래 남았습니다. 어쩌면 아이들은 어른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움크리며 졸고 있는 부모를 보면서 내가 지켜줘야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을 지도 모를 것 같아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가고 있나봐요. 



시간이 지나면 가족과의 시간은 기억으로, 추억으로 남아요. 그 때의 소리, 냄새, 장면, 느낌, 촉감 등으로 다양하게 기억하곤 합니다. 오늘은 우리가 '기억의 마음'을 꺼내어 개인의 이야기들을 많이 나누었어요. 6살쯤 할머니 집에서 나와 서울의 작은 집으로 이사했던 날, 작은 방에 모여 있던 우리 가족들의 소리와 냄새, 어쩔 수 없이 병원을 다녀오고 한없이 울었던 엄마의 울음 소리, 동생들의 장난으로 방이 물로 가득 차 있을 때 바가지로 물을 퍼내던 엄마의 표정, 그 때는 억울했는데 이제 생각하니 엄마는 일하고 와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싶어요. 좀처럼 눈물을 보이지 않던 아빠가 내 결혼식장에서 오열하셨던 날, 그 아빠의 사랑에 울었던 그 날 밤도 떠올라요. 갑자기 학교 앞으로 찾아와 고기를 사주고 말없이 날 바라보던 엄마, 집으로 가는 버스에 앉아 날 바라보던 엄마의 표정, 버스가 지나가고 터진 나의 눈물, 그 때 엄마는 어떤 마음이었을까 싶어요. 꿈을 이루겠다고 찾았던 서울에서 낯선 것들을 해나가며 나의 일을 했던 시간, 내가 만든 옷이 백화점에 걸렸을 때의 신기함과 뿌듯함, 힘들었지만 해봤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던 20대의 시간들. 낯선 곳으로의 이사, 그리고 홀로서기의 첫 시작, 처음으로 사랑했던 그와의 이별 그 다음 날의 햇볕, 인생에 만남과 헤어짐이 계속 되겠구나 싶어 먹먹하고 두려웠던 시간도 있었네요. 항암중에 거실에 햇살을 받으며 좋아하던 엄마와 내 항암기간에 내게 비춘 햇살도 떠올라요. 그 땐 미처 하지 못했고 어떻게 표현해야할지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고 돌아보니 엄마, 아빠, 그리고 나에게 하고픈 말이 떠오르네요. 


재미있었고 따뜻했고, 때론 힘들고 어려웠던 시간들이 지나가고, 추억이되었네요. 그 추억이 쌓인 지금의 나를 바라봅니다. 내 몸에 남겨진 소리와 냄새, 장면들을 떠올려요. 그리고 나의 아이들도 바라봅니다. 아이들은 어떤 추억을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을지 궁금해집니다.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건 함께 기억하는 것 같아요. 아이들과 '기억나니?'라는 질문으로 아가 시절을 떠올리며 사랑의 대화를 나눠보고 싶어요.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누구든, 함께-



<함께 하면 좋은 질문들> 

기억하나요?  

지금 어떤 기억이 떠오르시나요?

지금은 어떤 기억으로 남게 될까요?

엄마, 아빠, 가족들과 했던 시간 중 떠오르는 장면은 무엇인가요?

어려운 시간을 견디며 함께 한 이에게 웃음을 보냈던 적이 있나요? 

매일 해는 떠오르지만, 특별히 기억나는 해가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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