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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동그래 Jun 02. 2024

마음의 공통점

이뻐해준다는 것은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거야.

아이가 넷이다보니 손이 다 안(못)갈 때가 많다. 특히, 내 마음이 울적할 때면 아이들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다. 어쩌면 내가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귀를 자동적으로 막는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멍 해지는 순간들이 있다. 흔히들 아이들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부모의 행복에 집중해야 한다고 한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들도 행복해진다고 말하며 자기 자신을 잘 돌보는 것이 부모에게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그렇게 말하고 지냈고, 그 말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아이가 많고 자유 시간이 주어지는 것이 어려울 때는 나의 행복은 커녕 그 누군가의 행복도 생각하기 어려울 때가 많다.


(* 사실 우리가 하는 말들의 대부분은 현실적인 어려움을 딛고 이겨내야 얻어낼 수 있는 말들이 많다. 부모가 먼저 행복해야한다고 하지만, 삶의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그 말은 저 멀리 있는 구름보다도 먼 말일 때가 많으니 말이다. 행복은 가까이에 있다고, 소소한 곳에서 행복을 찾으라고 조언하지만 그 또한 마음의 여유가 있어야 할 때나 찾게 되는 것인거다. 그러니 행복하지 못하는 사람(부모)에게 부모가 먼저 행복하라고 조언하는 것은 어쩌면 배부른 소리일 지도 모른다. 나 또한 그런 말을 공감하면서도 내 작은 행복을 찾으려고 해도 못할 때가 많으니까 말이다. 결국 행복하지 못하는 모든 이유가 개인의 역량인 것 같이 비춰지는 게 참 아쉽다. 행복은 개인적인 것보다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것과 함께 가는 거라고 본다.)


오늘은 정말 내 행복에 집중하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산책을 갔고, 어쩌면 혼자만의 시간을 누리고 싶어서 아이둘씩 짝을 지어 오라고 하고 나는 앞서서 가면서 뒤를 돌아보았다. 위험한 곳이 없는 산책길이기에 조금 맘 편히 가면서 새소리도 듣고 나무의 냄새를 맡으려고 했다. 자연이 주는 힐링을 느끼려는데, 아무래도 아이들의 목소리가 계속 들렸다. 2살된 막내가 걷는 것이 힘든 거였다. 신고 있던 신발이 벗겨지면서 흙이 묻었고 그 상태로는 걷는 것이 싫었던 거다. 엄마의 행복을 지켜주겠다고 나선 언니와 오빠는 막내를 안고 업고 나를 따라왔지만 엄마를 찾는 소리를 계속 하니 난처했나보다.


역시나. 내 행복을 찾는 것은 배부른 일이었지. 하며 아이들에게 돌아갔고


산책 그만 하고 가자. 라고 말하고 아이를 안고 돌아섰다. 그 순간 둘째가 울음이 터졌다.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었는데, 엄마 마음을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 그게 잘 안 되고, 그게 다 내 잘못인 것 같아서 너무 속상해. 아무도 날 안아주지 않아. 내가 얼마나 최선을 다했는지, 노력했는지 아무도 보지 않아. 그냥 너무 속상해."


엉엉 소리를 내지도 못하고 속으로 울음을 삼키며 우는 아이를 보면서 엄마가 행복하기 위해 필요한 개인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한숨이 나오고, 아이의 기특한 마음을 알아차리니 미안하고 고맙고, 오만가지 감정이 들었다.


"미안. 충분히 행복했어. 고마워."라고 말하고 아이의 발을 보니 흙이 잔뜩 묻어있었다. 막내를 업고 안고 어르면서 걸어왔을 길들을 보니 미안하고 고마웠다. 손을 꼭 잡아주고 "알아, 네 마음" 해주니 씩 웃는다.


엄마의 행복을 위해 애쓰는 아이 마음, 나도 아이의 행복을 위해 기꺼이 밥을 차려주고 돌봐주고 있는 거니까, 우리의 마음의 공통점이 있구나 싶어서 참 좋았다.


엄마의 행복을 찾기 위해 애쓰라고 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행복한 순간moment를 찾으라는 조언이 더 현실적일 것 같다. 엄마의 행복 따로, 아이의 행복이 따로 존재하는 것은 아니니까. 특히 어린 아이를 돌보는 경우는 더더욱 분리하기 어려울 거다. 그저 날 예뻐해주는 아이와 널 이뻐해주는 엄마가 함께 그 순간들을 만들어가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서로의 마음을 알아주는 것, 그 예뻐해주는 순간들이 차곡 차곡 쌓이는 것. 그것이 육아일지도 모르겠다. 서로의 행복을 위해 희생하지 말고, 서로의 행복을 누리는 방법을 더욱 찾아가면 좋겠다. 그러기 위해선 오늘도 서로의 마음을 알아차려야할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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