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피디로 살아남기 12 : 액션 씬에서 살아남기
요즘 드라마에 액션 씬 한두 개쯤은 흔하게 볼 수 있다.
액션 씬이라 하면 우리는 흔히 정통액션,
즉 정말 ‘합을 맞춰서’ 배우들이 1대 1, 또는 1대다 액션을 하는 액션 씬을 알고 있는데,
드라마나 영화 상의 액션 씬은 그 범위가 매우 넓다.
배우가 구르거나 떨어지거나 매달리거나 등 일반적인 동작이 아닌 씬들은 물론,
주인공의 차량을 쫓고 쫓는 차량 추격씬 (카체이싱 ; Car Chasing),
또는 주인공이 길거리를 도망치며 쫓는 추격씬이라던지,
혹은 주인공 또는 출연배우가 교통사고가 나는 씬, 총이나 무기 등을 들고 서로 대결하는 씬 등
어찌 됐든 일상적으로 벌어지지 않는 대부분의 씬들을 우리는 액션 씬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드라마 화면을 연출하고 감각 있게 뽑아내는 것은 연출감독의 영역이지만,
단 하나, 액션 씬만큼은 연출감독의 권한이 크게 줄어든다.
그 씬을 만드는 건 무술감독의 권한이 훨씬 크기 때문이다.
무술감독은 말 그대로 드라마나 영화 상의 무술들을 관리하고 이를 창의적으로 연출하고 표현할 줄 아는 파트다.
그래서 무술감독은 드라마 장르에 따라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으며,
있으면 어느 한두 가지 장면에서만 필요할 수도 있고, 작품 전반적으로 관여할 수도 있다.
무술감독은 대본의 액션이 필요한 장면에서 무술배우들과 함께 해당 씬을 연출해 낸다.
물론 일방적으로 짜내기보다는, 촬영하기 전에 배우들과 연출감독, 촬영감독 등과 함께 ‘합을 맞춰본다.’
(합을 맞추다 : 정해진 액션 순서에 따라 서로 호흡을 맞추는 과정을 이르는 말이다. 정해진 순서대로 하지 않으면 사고가 나고, 영화/드라마 상에서 보다 긴장감 있고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기 위해 사전에 계획한다.)
무술감독의 액션은 대부분 난이도가 좀 있는 장면이기 때문에,
출연배우들과 또는 대역무술배우 (스턴트맨)가 이를 소화해 내곤 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상이나 사고의 위험은 늘 도사리고 있다.
제작피디로서 이러한 장면이 대본에 나오면, 촬영 직전에 누구보다 가장 긴장을 한다.
왜냐하면 만에 하나 사고라도 나면 현장이나 제작 과정에서 큰 위기가 닥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액션 씬이 대본에 나오면 우선 심호흡을 크게 하고,
무술 감독님의 지도 아래 연출 감독과 이야기를 나누며 ‘안전이 최우선’을 목표로 촬영에 임한다.
그러다 보니 이런 씬들은 촬영 전에 더더욱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설강화> 촬영 당시에도 그런 일이 있었다.
주조연 배우가 모두 총출동해 총격씬이 벌어지는 장면이었다.
하나 둘 셋 하면 큐 싸인에 맞추어 총기를 다루고 이후 정해진 합을 맞추어 액션을 취해야 하는데,
그만 한 배우가 긴장했던 탓이었는지 싸인이 안 맞아 총알이 먼저 나갔고,
그 바람에 탄피가 한 배우 얼굴에 스치고 말았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우리는 헐레벌떡 현장으로 달려갔는데, 다행히 탄피가 스친 상처는 그렇게 크지 않았다.
다친 배우는 오히려 실수한 배우는 물론 다른 스태프들에게도 괜찮다고 안심시켰다.
촬영은 한순간에 올스톱이 되었지만,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다들 가슴을 쓸어내렸다.
액션 씬에서는 정말 순간의 방심이 바로 사고로 이어지는 ‘외줄 타기’ 같은 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