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 가진 것도 없지만 일단 질러본 건에 대하여
나이 마흔에 첫 독립을 했다.
취직을 했다거나, 결혼을 했다거나,
그것도 아니면 먼 곳으로 유학을 간다거나.
뭐 그런 거창한 이유는 단 한 가지도 없다.
그냥 부모님과 맞지 않아서다.
맞지 않는다는 것엔 여러가지가 있다.
가치관, 생활 스타일 등등.
40년을 산 사람과 60년 넘게 산 사람의 방식이 어찌 잘 맞을 수 있으랴.
나이 마흔에 처음으로 '지른' 독립이었다.
'지르다'는 표현이 정확한 이유는,
어떤 요소 하나하나를 심사숙고하고 현실적으로 고려해 본 다음,
최적의 결정과 판단을 통해 내린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약간 충동적이고 무모한 결정이라고 충분히 생각하고 있지만,
어쩌면 나이 마흔까지 부모님과 같이 산다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생각도 들어서다.
예전에 나이 마흔이 되면 따로 떨어져 나가겠다고 부모님과 이미 합의를 본 바,
지금이 그때가 되었다고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지른 게 아닐까 싶다.
그렇다고 지금 뭔가 가진 것이 있느냐? 그것도 아니다.
나는 독립해서 내 생계를 스스로 책임져야 하며, 앞으로의 계획을 꾸려나가야 한다.
막막하지만, 동시에 설레기도 한다.
이미 진작에 다른 사람들은 독립해서 자기 삶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너무 늦은 감이 없지 않아 있다.
뭐 어떻게든 되지 않을까?
철없는 마흔이라 그런지 근자감이 샘솟는다.
PS. 현재는 독립한 지 1개월 차다.
아직 집안일과 나의 일상 시간의 경계가 모호하다.
본가에서도 집안일을 꽤 도왔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건 나의 오만한 착각이었다.
혼자 살면 생활의 난이도가, 부모님과 같이 살 때보다 월등히 올라간다.
이제 1개월 차라 적응해 나가는 중이지만,
마음이 편한 게 제일 최고다.
물론 생계도 걱정해야 하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