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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가 레오 Oct 31. 2022

할로윈 참사,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의 자세

[강점멘토레오의 실존육아] 이태원 참사, 자정과 자중의 시간이 필요하다

30일 새벽 한참 글을 쓰고 있었다.  노트북 알림 창에 속보가 떴다. '이태원 59명 사망'이라는 문구였다.  무슨 영문인지 클릭해 들어가 보니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 일어난 것이다. 이태원 참사였다. 시간이 갈수록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망자 소식과 추가적인  제보 영상은 충격적이었다.  잠깐 눈을 붙이고 일어난 늦은 아침에는 더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생때같은 젊은이들이었다.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사망자들의 안타까운 사연에 가슴이 먹먹해졌다.


애도의 시간

대통령은 담화를 통해 국가적 애도 기간을 선포했다. 담화문 영상을 접한 뒤 바로 아내와 회의를 했다. 아내가 운영 중인  미술교육원의 다음 주  할로윈 수업을 전면 취소하고, 다른 수업으로  대체하는 공지를 보냈다. 동네 친구들과 할로윈 파티를 하기로 했던 일정 또한 취소하기로 부모님들과 논의했다.


이 소식에 첫째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자초지종을 충분히 설명해 주며 애도의 시간을 함께 하자고 부탁했다.  할로윈으로 환경 구성된 설치물들을 철거하기 위해 교육원으로 향했다.  첫째가 돕겠다며 따라나섰다.  둘째도 손을 보탰다.


 비참하고 끔찍한 일에 대해 우리는 '참사(慘事)'라고 명명한다.   외신에서는 세월호 이후 최악의 참사라고 표현했다. 속수무책으로 지켜볼 수밖에 없는 상황은 불안과 분노, 죄책감을 유발한다.   정부는  11월 5일까지 애도 기간으로 정했다. 이 시간 동안 사고에 대한 책임을 묻기보다   사고의 수습과 유가족분들의 치유와 서로   위로를 주고받으며 연대하는 충분한 시간을 가져야 한다.  두 딸들에게 꼭 알려주고 싶은 어른으로서의 자세다.


자정과 자중의 시간

깊은 애도의 시간을 함께하기 위해서 지켰으면 하는 일들이 있다. 이번 참사에 대한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성명서와 같이   사고 현장의 참혹한 사진과 영상이 여과 없이 공유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 현장 소식에 따르면 경찰이 촬영하지 말라고 외치는 등 제재가 있었지만 신체를 드러낸 사상자, 심폐소생술을 하는 급박한 상황 등을 지척에 두고 촬영했다고 한다. 이런 촬영물이  무더기로 올라와 있는 상황이다. 일부 시민의식을 가진 네티즌들은 고인에 대한 모욕이라며 게시물 삭제를 요청하는 댓글과 함께 신고가 이루어지고 있다. 사상자를 발행한 참사일수록 고인의 존엄을 지키기 위한 자정능력을 발휘해야 한다.


우리가 애도의 기간 동안 꼭 해야 할 일이 있다. 그 누구도 비난하고 혐오하지 않는 것이다. 할로윈 파티도 이태원에 있었던 사람들도 비난해서도 비난받아서도 안된다. 참사란 나를 비롯해 가까운 가족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자중(自重)의 의미에는 스스로를 소중히 여긴다는 의미도 있다. 자중하며 서로를 위로하며 극복해야 한다. 더불어 가장 큰 힘을 갖고 있는 언론은 참사에 대한 보도준칙을 지켜 성숙한 언론의 자세를 보여줘야 한다. 세월호 참사를 경험한 우리는 조금이라도 성숙했는지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 자정과 자중의 시간으로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어른이 되길 바라본다.


너무나 갑작스럽고 참담한 슬픔을 겪고 계실 유가족분들에게 어떤 말로도 다 할 수 없지만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립니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위 칼럼은 베이비뉴스에 연재된 글입니다.


레오(본명 문선종) 선생님은 아이들을 좋아해 대학시절 비영리민간단체(NPO)를 시작으로 사회복지법인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에 이르기까지 아동상담 및 교육가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수업 및 강연, 원고청탁은 moonsj84@naver.com 으로 문의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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