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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황래 Dec 16. 2023

나홀로 여행이 즐겁지 않아졌다

여행의 카테고리를 바꿔야 할까, 나를 바꿔야 할까

직장생활을 정신 없이 하다보면 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만두고 퇴사하는 의미가 아닌, 잠시 '리프레시'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주말에 쉬는 것만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 그래서 보통 연차를 쓰고 주말을 껴서 여행을 다녀오는 경우가 많다. 나도 1년에 1~2번 정도 여행을 가는데, 해외는 준비하기도 빡세고 돈도 상대적으로 많이 들기에 국내여행만 다녔다. 나는 일을 해도 좋으니 주변의 환경이 바뀌어 서울이 아닌 지방에서 있고 싶은 정도라 빡세게 일정을 잡기보다는 여유롭게 노트북 챙겨가서 글을 쓰거나 바다를 보면서 생각을 정리하는 정도다. 그 정도만 해도 충분한 리프레시가 되어 더 일에 집중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에 다녀온 고성 워케이션은 퇴사를 앞둔 상태였지만 충분한 휴식이 되고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리고 퇴사 후, 쉬면서 이것저것 해보고 싶었던 것 중에서도 여행이 있었다. 백수 상태이니 상대적으로 더 긴 일정으로 여행을 갈 수 있어, 이전부터 해보고 싶었던 '제주 올레길 여행'을 준비했다. 이전처럼 별다른 일정은 짜지 않고 쉬면서 제주도 구경할 생각으로 가볍게 항공권을 구입해 제주도로 떠났다. 6박 7일의 일정으로 잡은 여행, 그리고 나는 3일도 채 되지 않아 서울로 돌아왔다.

이 때까지만 해도 여행할 생각에 나름 즐거웠다


나홀로 여행이 외롭더라


나는 '내일로' 여행을 갈 때부터 혼자 여행하는 것을 좋아했다. 다른 사람들과 여행을 가면 맞춰야 하는 것도 있고, 나 혼자면 내가 마음가는대로 자유롭게 스케줄을 조절하는 게 가능해서 좋았다. 지금은 'J'지만 그 때는 MBTI가 'P' 성향이었기에 혼자 자유로운 느낌의 여행을 좋아했다. 그래서 나는 몇 번의 여행을 제외하고는 국내 곳곳을 혼자 돌아다녔다. 경치보는 걸 좋아하고, 바다를 좋아해서 경치 좋은 카페에서 노트북 하는 걸 좋아했다. 이번에도 여행 중 가장 좋았던 기억은 브런치 카페에서 바다를 보면서 브런치에 올릴 글을 쓴 것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숙소에서도 계속 글 쓰거나 공부를 하거나 하면서 보냈음.


그런데, 예전과 다르게 혼자 여행하는 게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게 연애를 안해서인지, 혼자 여행하는 것이 지겨워서인지, 지루해졌는지 알 수는 없었지만 집에 돌아가고 싶었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자는 것도 많이 불편해서 잠을 설쳤는데, 이것도 생각보다 큰 스트레스로 다가왔다. 올레길을 걷는 것 자체도 거리가 길고 난이도가 꽤 높아서 몸이 지친 것도 있었다. 그래서 숙소를 잡고 시내에서 쉬려다가, 그냥 비행기를 바꿔서 서울에 와버렸다. 집에 오니 마음이 편안해지고 돌아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생각이 꽤나 당황스러웠다.

그래도, 올레길 여행 자체는 재미있는 경험이었다. 날씨와 경치가 진짜 좋았음!


해외여행을 가면 괜찮으려나?


국내여행이 문제인가?아무리 경치가 좋아도, 여러번 다녀온 국내라서 지겨운 감은 있다. 가까운 일본이라도 해외를 가면서 아예 새로운 곳이기 때문에 괜찮지 않으려나 싶다. 그래서 3박4일 일본 여행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항공권부터 교통편, 숙소까지 해외여행은 처음이라 준비할 게 많아서 머리가 아프긴 한데.. 천천히 준비하다보면 어찌어찌 잘 다녀올 수 있지 않을까 싶기도.. 대학생 때 대만을 잠깐 갔을 때에도 강렬한 기억이 머리에 남았고 정말 좋은 경험으로 남아있다(그 때는 대학교 선생님들 조교로 갔음...)


해외여행을 갔는데도 집이 너무 그립고, 여행이 즐겁지 않게 느껴진다면, '나와 여행이 맞지 않는다'고 인정해야할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이 좋고, 간다고 해서 나도 가면 좋을 거라는 생각은 접어야할 것 같다. 나이가 들면서 성향이 바뀐 걸수도 있으니까. 다른 사람과 비교하면서 따라가는 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도 깨닫는 중이니까. 그리고 일본은 부담 없이 갈 수 있을 것 같다. 걱정은 잠시 접고, 시간이 될 때 가보자.

제주 바다는 겨울에 가도 너무 좋음


나는 지금, 자기계발이 우선인가?


제주에 있을 때, 집에 돌아오고 싶었던 또 하나의 이유는 '나는 지금 성장할 때'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기 때문이다. 퇴직금도 받고, 실업급여도 받으면서 경제적인 상황은 나쁘지 않지만, 나는 지금 '휴식 중'이 아닌, '재취업 준비 중'이라는 생각이 드니 마냥 즐겁게 여행을 하기가 어려웠다. 물론 이게 너무 조급한 거라는 생각도 든다. 쉴 때 아무 걱정 없이 쉬어야 재취업도 열심히 할 수 있는데, 지금 내 마음 상태에 뭔가 이질적인 게 있는 것 같다.


지금 자기계발의 필요성을 강하게 느끼는게, 성장에 대한 옳은 방향의 생각인지, 아니면 무언가 조급한 마음이 있는지는 앞으로 더 생각해보아야 하겠지만, 내가 더 나아졌으면 좋겠다. 생각이 잘 정리되었으면 좋겠다.



제주도 여행이야 나중에 또 기회가 있겠지. 그래도 지금, 이전에 못했던 걸 하면서, 만나고 싶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잘 쉬고, 잘 공부하고 싶다. 놓치는 것들이 없는 재충전의 시간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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