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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황래 Dec 19. 2023

MBTI 'P'가 'J'가 되는 과정

주어진 환경에서, 살기 위해 바뀌는 나 자신

처음 MBTI가 대한민국에서 이슈가 되었을 때, 나는 '뭔 심리테스트 같은 걸 저렇게 좋아하나' 라는 생각을 하며 관심을 갖지 않았다. 그저 그런 심심풀이용 가십거리겠거니, 그래서 금방 지나갈 유행이겠거니 라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꾸준히 SNS 등에서 회자가 되고 '유사과학'이라는 칭호를 받을 정도로 사람들에게 많이 퍼져나갔을 떄 쯤, 나도 궁금증이 생겨 테스트를 해보았다. 그 당시 나왔던 나의 MBTI는 'ISTP'였다. 그래서 나는 주위 사람들이 내 MBTI를 물어볼 때마다, ISTP라고 줄곧 대답해왔다. ISTP의 특성이 나와 잘 맞았고, 공감이 되는 내용도 많았다.


<ISTP 특징> by 나무위키

(1) 타인에 일에 무관심한 편, 대인관계는 의외로 원만

(2) 모든 MBTI 유형 중 가장 오지랖이 적은 유형

(3) 느낌과 감정, 타인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4)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며 자유를 매우 중요하게 여김

(5) 관심 분야가 아니면 쳐다보지도 않음

그런데, 내가 이런 사람으로 바뀌었다


생각 없는 '즉흥'에서, 철저히 계산된 '계획'으로


그리고 1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 질문이 약간씩 바뀐 MBTI를 다시 검사했을 때, 내가 받아들 결과는 'ISFJ'였다. 사실 'T'가 'F'가 된 건 세부수치를 보면 그렇게 큰 변화는 아니다. 반반 정도인 느낌? 그리고 때에 따라서 시시각각 변하는 측면도 있어서 그 부분은 크게 신경쓰이지 않았는데, 나도 크게 체감될 정도의 변화는 'P' 성향이 'J' 서성향으로 변한 것이다. 그리고, 그건 내 인생에서 방향성이 바뀔 정도로 큰 변화였다. 여행도 다른 사람 스케줄 맞추기 싫어하고, 내가 내리고 싶은 역에서 내리는 '내일로' 여행을 좋아했던 내가 어쩌다가 계획형이 된 걸까?


<ISFJ 특징> by 나무위키

(1) 자신의 책임을 진지하게 생각하여 다른 사람의 기대치를 충족시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2) 조직이나 전통, 관습에 충직하며 규칙을 잘 따른다

(3)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이 믿을만 하고, 나에 대한 신뢰가 있기를 바란다

(4) 중립적인 성향을 갖고 있지만 호불호가 분명해서 인간관계 선이 뚜렷한 편이다

(5) 길고 안정적인 관계를 원한다


사실 즉흥적이었던 내가 계획적인 성향으로 바뀌게 된 건, 자연스러운 변화가 아닌 급격한 내 삶의 변화로 인한 '생존' 때문이었다. 특히 2023년은 업무적으로도, 업무 외적으로도 나에게 스케줄의 엄청난 변화를 요구하던 시기였다. 일단, 다니던 교회에서 '직분'을 맡게 되면서 예배 외에도 투자해야할 시간이 급격하게 늘어났고, 업무적으로도 좀 더 촘촘하고 날카로운 시간 관리를 통해 더 많은 업무를 하고, 배우는 것을 요구 받았다. 그러다보니 '일일업무'를 시간대별로 짜고, 그 외에 시간들도 30분 단위로 쪼개서 해야할 일을 처리해야했다.

'플래너를 제대로 써본 건 2023년이 처음이었다.


일의 '우선순위'와 '효율화'를 먼저 생각했다


업무적으로는, 사실 당연히 해야하는 '우선순위'를 생각하며 해야할 일을 정하게 되었다. 사실, 이전까지의 나는 일을 할 때, 상대적으로 '하기 쉬운 일'들을 먼저하고 어려운 일들을 뒤로 미루는 안좋은 습관을 가지고 있었다. 쉬운 일들을 끝내고 '아 열심히 일했다'라고 스스로를 합리화하며 뒤에 미뤄둔 어려운 일들은 제대로 처리하지 못하고 미루다가 안좋은 결과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이건 쉽게 고치기 어려웠다. 하지만, 그로 인해 몇번 사고가 나면서, 고쳐야할 필요성을 확실히 느끼고, 주위 동료들의 도움을 받으며 고쳐나갔다. 피하던 일을 마주하고 '깨지고 부서지는' 과정을 거치며, 일의 난이도보다 우선순위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업무 부담이 줄어들었다. 그러면서 하루에 할 수 있는 일도 늘어나 야근도 줄고, 여유있게 업무를 할 수 있었다.


회사 외에 일은, 최대한 효율적으로 움직이고 '쳐낼 수 있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낭비하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 몇 일 전부터 고민하고 스케줄과 메모장에 할 일들을 채워나갔다. 3일 후 스케줄까지 미리 메모장에 적어두고 하나하나 그 일들을 '클리어'하는 느낌으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메모장에 할 일들을 지워나가다보면 나름의 희열이 느껴지고, 결과가 잘 나왔을 때 뿌듯하기도 하다. 뭔가 인생을 열심히 살고 있는 느낌이 든다.

'방향성'을 가지고, 계획에 따라 움직이자


나무만 보지 말고 숲도 보자


나에게 주어진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 해 사는 건 중요하다. 과거보다 그렇게 살 수 있어서 감사하다. 하지만 너무 바로 앞만 보게 되는 것 같은 요즘이다. '열심히 산다'는 뽕에 취해서 '무엇 때문에, 왜 열심히 살지?'라는 생각은 배제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지금까지 쌓아온 나의 커리어에서 더 성장해서 연봉도 올리고, 복지도 더 좋아서 내 삶이 윤택해지는 직장이면 좋겠지. 하지만 너무 물질적인 것에만 중점을 두지 말고, 내가 가진 것들을 나누어서 다른 사람들의 삶에도 선한 영향력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또 하나의 성장이 될 수 있겠다.생존을 위한 변화가, 새로운 나를 만들 있다. 앞으로 경험하게 새로운 상황과 환경이, 나를 성장시키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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