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님들이 내 메일을 안 본다??
국내 대학원이든, 미국 대학원이든 컨택 메일의 일차적인 목표는 바로 해당 연구실에서 내가 입학하고 싶은 시기에 신입생을 선발할 계획이 있는 지를 아는 것이고, 이차적인 목표는 입시 지원자로서 교수님과 본인이 과연 잘 맞을 지, 연구 분야가 잘 맞을 지 등을 파악하는 게 아닐까 싶다. 어떻게 보면 교수님 입장에서는 해당 입시 시즌의 지원자에 대한 첫 인상이 될 수도 있으므로 이왕이면 본인을 잘 어필하면서도 좋은 인상을 심어줄 수 있는 컨택 메일이 최고의 메일이다. 정답은 없다. 그래서 어렵다.
1. 컨택 시기?
국내 대학원 입시라면, 가장 좋은 건 진학을 희망하는 랩실에서 미리 인턴을 해보는 게 아닐까. 직접 교수님과 면담해보며 지도 방식도 체험해보고, 무엇보다도, 어쩌면 교수님보다 훨씬 더 많은 시간을 같이 보낼 대학원생 동료들이 어떤 사람들인지 파악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학부 3학년 당시에 처음으로 자대 교수님께 컨택 메일을 보내서 학부 연구생으로 활동한 바 있었다.
이처럼, 입시 시즌이 아니라, 단순히 학부연구생 혹은 인턴십의 기회를 노리고자 할 경우에는 학기 중 혹은 방학 초 전후가 가장 좋은 시기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자대 연구실을 컨택할 시에는 메일을 드리는 것 뿐만 아니라 수업 시간 전후 등을 노려서 교수님께 이야기를 나눠보는 것만으로도 좋은 컨택 전략이 될 수 있다. 컨택이 꼭 메일로만 이뤄져야 하는 건 아니다. 메일을 쓰든, 페이스북 메시지를 쓰든, 링크드인 메시지를 보내든, 어떤 방식으로 소통을 하든 그 목적에 맞는 대화가 이뤄질 수 있다면 그것 역시 컨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가장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컨택 방식은 이메일을 이용하는 것이고, 이 때 네이버, 다음 등의 플랫폼보다는 학교 이메일을 사용하는 것이 권장된다. 아직 경험해본 적은 없지만, 네이버 메일 등을 쓸 경우 자동으로 스팸메일함으로 분류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 데 확실한 지는 알 수 없지만, 안전하게 학교 이메일을 사용하면 이런 리스크를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사료된다.
대학원 입시를 목적으로 한 컨택의 경우는 어떨까? 나 역시 대학원 입시를 치를 때에 있어서 많은 고민을 했던 과거가 있다. 나의 경우 2월에 졸업하고 3월에 입학하는 ‘봄학기 입시’를 준비했었고, KAIST를 제외한 대부분의 학교들은 대체로 9월이나 10월 즈음 원서 접수를 시작해서 입시 전형을 치르고 11-12월 즈음 최종 합격자를 발표하는 체계로 되어 있다. 본인이 진학을 희망하는 연구실이 자대/타대생을 막론하고 인기가 많은 연구실이라면 당연히 컨택을 조금이라도 빨리 해서 최소 신입생 선발 계획이 있는 지 정도는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이에, 내 경우엔 넉넉하게 4월 즈음 컨택메일을 보내 TO를 확인했던 적 있다. 최종적으로 진학했던 학교의 경우 기존에 학부연구생 경험을 쌓아보았던 연구실이었기 때문에 따로 그 때 컨택을 하지는 않았었지만, 지원하고자 하는 학교가 2개 이상일 경우에는 각각의 연구실에 신입생 선발 계획이 있는 지를 파악해서 손해 볼 일은 전혀 없다.
특히, 신입생 TO가 있다고 답변을 주는 교수님들은 계셔도 구체적인 선발 기준이라든가 인턴 선발 예정 여부 등의 정보들까지는 공유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적어도 지원해볼 만 하다, 아니다의 판단 준거로서는 기능할 수 있다. 단순히 해당 학교를 가고 싶어서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구실의 그 연구 분야를 공부하고 싶어서 대학원 진학을 계획했을 경우 TO가 없다면 굳이 그 학교에 지원할 이유가 없다.
미국 대학원 입시의 경우를 생각해보자. 보통의 미국 대학원 입시는 9월이나 10월 즈음 모집 일정이 발표되고 12월에서 1월 사이에 원서 접수를 받아 그때부터 각종 서류 평가, 인터뷰 등의 절차를 걸쳐 1월부터 4월까지 대부분의 합격자를 발표하고, 그 이후에는 극소수의 합격자를 발표하는 게 보편적이다. 특히 미국 대학 교수님들의 경우 미국 자국민들 뿐만 아니라 전세계에서 컨택 메일을 받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에 컨택이 곧잘 된다고 보증하기 어렵다. 그래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컨택을 하는 것은 당연히 추천한다. 이 경우에도 마찬가지로, 신입생 선발 계획이 있는 지, 또 어떤 project를 수행하고 있는 지, financial support는 가능할 지 등을 문의할 수 있다.
내 경우에는 8월 즈음 TOEFL 점수가 나왔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바로 컨택 메일 작업에 들어갔다. 간단하게 내 소개를 한 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고 왜 그 교수님에게 컨택하게 되었는 지를 간략하게 서술한 뒤 자세한 인적사항이나 이력은 CV나 내 portfolio를 첨부하여 보냈다. 많은 교수님들이 답장을 주시지 않으셨지만, 몇몇 교수님께서 답장을 주셔서 9월에 이미 한 분과 ZOOM으로 이야기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어 본격적인 입시 시즌의 시작에 돌입했던 바 있다.
컨택이 되지 않은 상태로 미국 대학원 입시에 지원했다고 해서 거기서 그칠 필요는 없다. 예를들어 12월 초에 원서 지원이 마감되는 학교에 지원했다고 가장하면, 불합격 통보를 받지 않는 이상 꾸준히 관심있는 교수님들을 follow-up하면서 컨택을 시도하면 된다. 결국 대학원 입시는 학교에 합격했다고 해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소속되어 연구를 수행하게 될 연구실까지 결정되어야 비로소 끝나는 것이다.
대부분의 미국 대학원 입시에 사실상 종료되는 4월 중순까지도 입시 컨택을 진행한 사람들도 있고, 지도교수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합격한 지원자의 경우 진학을 결정지은 이후에도, 심지어는 실제 입학 후 첫 학기를 진행하면서도 계속 컨택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 실질적으로 한국에서 취합할 수 있는 정보의 범위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현지에 도착한 후 실제로 면담을 진행하거나 해당 연구실 소속 학생들과 접촉하여 시간을 갖는 등 여러 가지 방안이 존재하므로 어쩌면 입시라는 것이 단기간 안에 끝나는 것이 아니라 미국에 도착하고 나서도 진행해야 하는, 장기간 레이스라고도 볼 수 있겠다.
나 역시 지도교수님이 정해지지 않은 상태로 미국에 도착했었기 때문에, 기존에 컨택 후 연락을 주고 받던 교수님 뿐만 아니라, 여기에 와서 새롭게 컨택 메일을 보내보고, 응답을 받아 면담을 진행하는 한편, 연구실 학생들에게 따로 메일, 링크드인 등의 경로를 통해 연락하여 만남을 가진 바 있다.
2. 교수님께서 답장을 주시지 않는다면?
교수님들마다 메일을 처리하는 방식이 제각각이다. 메일을 보고도 답장을 바로 안 쓰고 모아두었다가 한번에 처리하는 사람들도 있고, 아예 메일 관리를 안 하는 사람들도 있고, 컨택을 받지 않는 사람들도 있다. 지원하는 학생들도 그런 경향이 있으니 교수님들이라고 하여 크게 다를 바 없다. 다만 학생 입장에서는 원체 연락이 없으니 답답하고 피말릴 뿐이다. 이 경우에는 짧게는 1주에서 2주 정도 기다렸다가, 리마인더 메일을 보내는 게 그나마 최선책이었던 것 같다. 자대 교수님이라면야 지나가다라도 마주치면 어필할 수 있겠지만, 타대 교수님(그냥 막 찾아갔다가 예의에 어긋난다고 판단하실 우려도 존재...)이라든가, 외국 교수님의 경우 그런 방식의 접촉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리마인드 메일을 보내보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 답이 없으면 다른 연구실을 찾아 보는 것이 차선책이 될 것이다.
일부 수신확인 기능을 제공하는 플랫폼(네이버, 다음 등)의 경우 교수님이 자기가 보낸 메일을 읽었는 지, 읽지 않았는 지 파악한 뒤, 답장이 없다면 그것이 어떤 의미인 인지 온갖 추측을 해보는 경우가 있다. 읽씹인지, 안읽씹인지에 따라 의미를 부여하는 경우가 많은 데, 사실 어디까지나 지원자 입장에서의 추측일 뿐 어느 쪽이 진짜 교수님의 생각인지, 교수님의 대응인 지는 알 수 없다. 결과적으로 읽씹당한 교수님의 연구실에 합격하여 연구실 생활을 시작하는 학생도 있고, 수신확인조차 하지 못 해 낙담하여 다른 교수님께 컨택 및 합격하여 진학하는 학생 등 사례가 너무 다양하여 일반화하기 어렵다. 지원자 입장에서 초조하고 정말 다양한 생각을 하게 되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최대한 침착함을 유지하면서 대응방안을 찾아보는 게 최선인 가 보다.
미국 대학원 입시의 경우엔 조금 다를 수도 있을 것 같다. 내 경우엔, 지원했던 학교들 중 한 곳에, 수많은 컨택메일을 꾸준히 보냈던 적 있다. 너무 자주 보내면 해당 교수님 입장에서도 짜증나고 귀찮아서 아예 스팸처리해버릴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따로 교수님 별로 메일을 어느 날짜에 보냈었는 지 따로 엑셀 파일에 기록하여 너무 잦게 보내지는 않도록 조절했다. 그 교수님께는 아마 10월 즈음부터 보냈던 것 같은데 1월 중순까지도 그 교수님은 답장 한 번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해당 교수님께서 내 서류들을 봤다면서 먼저 메일을 주셨던 바 있다. 그 후에 따로 ZOOM을 통한 breif talk도 가져갈 수 있었고, admission offer까지 획득할 수 있었다.
일희일비하지 않고 기다려보는 것 또한 미국 대학원 입시 지원자로서의 자세가 아닐까 싶다. 특히, 한국와 미국 사이의 시차가 존재하다 보니, 학교 측에서 연락이 오거나 교수님으로부터 메일이 오면 주로 한국의 늦은 밤 또는 새벽일 경우가 많은 데, 그것 하나하나에 신경쓰게 되면 밤에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 당연히 메일 하나하나에 주의를 기울이는 건 꼭 필요한 자세지만, 수면의 질이 너무 악화된다면 피로감도 쌓일 뿐만 아니라, 감정 기복이 커질 수 밖에 없었던 것 같다.
3. 답장은 욌다. 그런데 그 다음엔?
이왕이면 면담까지는 해보는 게 가장 좋다. 더 확실한 건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연구실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갖는 것이지만, 만약 연구실 내 공간이 부족하거나, 입시 전형까지 남은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면 여의치 않을 수 있다. 그래도 그런 정보 또한 컨택해보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는 정보들이므로, 최대한 많은 정보를 알기 위해서라도, 교수님도 만나뵙고 대학원생들도 만나볼 수 있는 기회를 타진해보는 게 좋겠다. 랩투어의 기회를 얻게 될 수도 있고 여러 모로 interaction의 시간을 가져본다면 해당 연구실에서의 본인의 모습을 생각하며 미래를 그려볼 수도 있겠다.
특히 TO 여부가 있을 지를 필수적으로 확인하고, 만약 해당 연구실에 입학하게 된다면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을 지도 파악하면 좋겠다. 연구실 홈페이지나 최근 논문들을 보면서 해당 연구실에 진학하면 어떤 연구를 수행하겠구나 라고 막연히 떠올릴 수 있는 데, 이는 연구실이 새롭게 딴 과제라든가, 여러 가지 연구실 상황에 따라 얼마든 지 달라질 수 있는 요소이기 때문에 이야기를 심층적으로 나눠보지 않고 진학할 시, 본인이 그렸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전개가 이뤄질 수 있다. 컨택 후 면담, 혹은 간단한 만남 등을 통해서 이런 리스크를 줄여나갈 수 있다.
미국 대학원 입시의 경우엔 물리적 만남은 쉽지 않으므로 ZOOM이나 Google meet, Skype 등을 통한 화상 면담을 요청해보는 것도 좋다. 본인의 기존 연구 경력을 어필하면서도 연구실 펀딩이나 과제 분야, 교수님의 지도 방식, 졸업생 진로 등 따로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눠보면서 확인할 수 있다면 그보다 좋은 기회는 쉽지 않을 것이다. 특히 좋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면 어쩌면 입시 합격의 확률을 조금이라도 유의미하게 올릴 수 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