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Process - Requirements
자, 이제 미국으로 박사 유학을 떠날 결심은 했다. 그럼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
이 결심의 순간이 어느 덧 석사 2년차의 1/4가 넘어간 시기였다. 이제 시간이 별로 없다. 빠르게 치고 나가야 지원 자격을 맞출 수 있다. 여러 학교들의 Admission website를 보며 내가 무엇이 필요한 지 확인했다. 크게 공인영어점수(TOEFL, IELTS 등), GRE, Statement of purpose (SOP), Personal statement (PS), Curriculum vitae (CV), Letter of Recommendation (LoR) 3부로 나뉘었다.
1. 공인영어(TOEFL, IELTS)
사실 TOEFL과 IELTS 중에서는 고민을 아예 하지 않았다. 바로 TOEFL로 들어갔다. IELTS를 응시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지만, 아무래도 미국 대학원 입시이고 미국 기관에서 주관하는 시험이 좀더 좋을 것 같았다. 더군다나, 고해커스와 같은 웹사이트들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기도 했다. 따라서 나는 IELTS는 처음부터 고려하지 않았다. 또 IELTS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 지, 점수 체계는 어떻게 되어 있는 지 아예 알아보지도 않아서 잘 모른다. 그치만 내가 TOEFL을 응시했다고 해서 꼭 다른 분들도 그렇게 할 필요는 없고 IELTS도 적극적으로 반영해주는 학교들이 많으므로 꼭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English proficiency 항목을 정확하게 확인해 보는 걸 권장한다. 특히, TOEFL이든 IELTS든 지원에 필요한 최소 점수를 명시해 둔 곳이 많다. 이 점수를 넘기지 못 하더라도 합격하는 학생들이 극소수 존재한다는 이야기는 찌라시처럼 들어본 적 있지만,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에 내 운을 걸고 싶지는 않았다.
TOEFL의 경우 미국에서 이를 받아주지 않는 학교는 본 적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이공계 대학원 입시의 경우 일반적으로 80-90 정도 사이의 minimum 점수를 요구하는 것으로 확인했다. 그보다 높은 학교들도 당연히 존재했고, 기존에 먼저 유학을 간 선배들의 조언에 따라 TOEFL 100점 정도면 지원하지 못 할 학교가 없을 것이고, 영어 실력으로는 발목잡힐 일이 없을 것이라는 판단 하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100점을 내 목표 점수로 설정했다. 정작 내가 지원했던 학교들 중 100점 이상을 요구하는 학교는 없기는 했다. 입시를 모두 끝낸 현재의 생각으로는 굳이 100점까지 맞을 필요는 전혀 없고 그냥 정말로 최소 지원 자격 점수만 만족해도 합불에는 크게 영향이 없는 듯 하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단순히 합계 점수의 최소 점수를 맞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역 별 최소 점수가 명시된 곳도 있다는 점이다. 특히 Speaking 최소 몇 점 이상 등이 기재되어 있는 경우가 다수 존재하니 꼭 확인하는 게 필요하다. 학교마다 정책은 다르겠지만, 이 Speaking 점수를 기준으로 해서 나중에 teaching assistant (TA) 선발 시 아예 고려 대상에서 제외되거나 ESL 수업을 필수로 수강해야 하는 등 여러 가지 제약이 있을 수 있다고 들었다.
이를테면 아래 사진을 보면, 이는 공과대학으로 잘 알려진 학교인 Purdue University 기계공학과 Graduate admissions 웹사이트에서 확인한 TOEFL 최소 지원 자격 점수다. 총 점수는 80점으로 설정되어 있지만, 각 영역 별로도 minimum 점수가 명시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각 지원자가 직접 지망 학교 사이트에 들어가서 꼭 확인해보는 게 매우 중요하다.
개인적으로는 한국에서 영어를 못 하는 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아 왔었다. 외국에서 살아 본 적은 없었지만, 어렸을 때 영어 학원도 조금 다녀보고 TEPS 성적이나 수능영어에서도 줄곧 나쁘지 않은 점수를 받아 왔고, 석사 과정을 보내면서 논문을 읽는 데에도 크게 불편함을 느끼지는 않아서 괜찮은 편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태어나서 처음으로 응시한 TOEFL 점수는 그렇지 않았다. 목표는 100점인데, 내가 받은 첫 점수는 그에 턱없이 모자랐다. 석사 학위를 병행하면서 준비를 해야 하다 보니, 학기 중에는 남은 coursework을 끝내야 함과 동시에 연구실 업무들이 남아있었고, 영어 공부에 쏟을 수 있는 시간이 절대적 관점에서 많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때 내가 택한 방법은, 그냥 시험을 연달아서 응시하는 것이었다. 절대적인 시간 투자가 어렵다면, 감이라도 살아있을 때 그 걸 최대한 활용하자는 것이었고, 고해커스를 샅샅히 뒤져가며 나만의 speaking 및 writing template을 만들었다. Template의 사용에 대해서는 영어 실력 증진 측면에서는 그닥 좋을 게 없다고 생각하지만, 지원 점수를 만들어야 하는 입시생 관점에서는 일단 점수는 받고 봐야 뭐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기존에 사람들이 잘 활용했던 template을 조금 수정하고 자연스럽게 paraphrase가 될 수 있도록 구성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치만 중간에 COVID에 감염되면서 아예 시험 응시하러 가지 못 하게 되는 일도 발생하면서 우여곡절을 겪었고, 학기가 끝나고 본격적으로 입시에 돌입하기 직전인 여름방학에 연달아 토플을 응시하면서 목표로 했던 점수를 끝내 획득하여 영어 점수에 대한 부담을 완전히 덜어낸 채 유학 입시에 그 발을 디딛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