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즐과 사람
퍼즐박스 안에 있는 수 백개의 조각들 중 그림을 완성시키지 못하는 함정 퍼즐이 들어있는 퍼즐박스는 없다.
퍼즐을 사람에게 비유하는 것에는 크고 작은 모순들이 즐비하겠지만 적어도 틀린 조각이라는 건 없고 맞지 않는다는 것만 존재한다는 점에서는 동일하다고 생각한다.
사실 퍼즐은 주변 조각과 맞지 않으면 바로 빼서 다른 퍼즐을 끼워 맞출 수 있지만 사람은 그렇게 하기가 쉽지 않다.
관계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사람도 단순하게 퍼즐 조각처럼 맞춰보고 맞는지 알 수 있다면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가끔 하지만 그러면 사는 재미가 없어질 것 같다는 결론으로 마무리되곤 한다.
우리는 살면서 많은 관계들을 맺게 되지만 이 글에서는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 이야기해보고 싶다.
살면서 마주하는 수많은 퍼즐들 속에서 나라는 퍼즐과 함께 이쁜 그림을 완성시킬 수 있을 것 같은 끌림을 주는 퍼즐 옆으로 가까이 가본다.
나의 끌림과 예측이 틀리지 않았길 바라며 동서남북 방향으로 모두 끼워보려 시도한다.
기대했던 대로 이쁜 그림이 완성되면 너무나 해피엔딩이겠지만 대개는 그렇게 흘러가지 못한다.
퍼즐 조각이 완벽하게 맞지 않는 것 같으니 내 퍼즐 위의 그림을 지우고 상대 퍼즐의 그림과 어울리게 덧칠도 해본다.
내 그림이 지워지는 걸 원치 않는 사람은 상대 퍼즐 그림을 지우고 나와 어울리게 그리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이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끼면 급기야 요철까지 깎으려고도 한다.
그러다 결국엔 내 그림도 잃고 모양마저 변해 버릴 수 있다.
나와 ‘완벽하게’ 맞는 퍼즐은 없기 때문에 맞춰 가는 모든 과정이 잘못된 건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나를 잃지는 말아야 하고, 변해 가는 내 퍼즐의 모습이 싫지는 않아야 한다.
분명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겠지만 내 예측이 맞을지는 끝까지 가봐야 알 수 있다는 점이 또 재밌긴 하다.
우리는 모두 살아가면서 나만의 그림이 그려지고 모양도 다듬어진다. 그리고 나와 어울리는 다른 퍼즐을 찾기 위한 여정도 함께 진행된다.
여정이 마냥 재밌기만 하다면 행복하겠지만 그렇지 않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나도 모르던 나만의 그림과 모양을 알아가게 된다.
나의 그림과 모양을 잘 알아야 맞춰 가는 과정이 더 수월할 것이다.
모든 여정의 형태는 다르겠지만 결국 모두가 바라는 건 아름다운 그림 퍼즐이라는 점은 동일하기 때문에 부단히 노력하고 또 노력해야 한다.
나를 포함한 모두가 ‘완벽한’ 그림이 아닌 ‘아름다운’ 그림 퍼즐을 완성시킬 수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