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속에 저장하는 기억 앨범
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지금 이 순간이 나중에 정말 그리워질 것이라는 직감이 들 때가 있다.
그 순간들은 반복되는 일상일 수도 있고 어쩌다 한 번 있는 일에서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내 기준에서 그런 순간들은 보통 시간과 연관이 깊었다.
야간자율학습 시작 전 친구들과 함께 매점에서 아이스크림을 사고 저녁 찬 바람을 맞으며 반으로 돌아가는 순간
머리가 길어서 귀 주변을 덮는 머리를 조금씩 다듬어주던 아빠의 모습을 거울로 본 순간
자기 전 엄마와 함께 귀여운 영상들을 보며 수다를 떠는 순간
고민과 생각이 많은 시기에 혼자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아무 생각 없이 걸었던 순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시간이 흐르면 다시 오진 않을 순간들 속에서 미래에 지금을 그리워할 것이라는 직감을 느끼곤 했다.
그리고 보통 나의 직감들은 모두 맞았다.
그런 직감들을 느낄 때면 나는 온 세포를 깨워서 모든 걸 느끼고, 만끽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눈으로 담고 머릿속 앨범에 영상으로 저장한다. 관찰예능을 찍는 연예인들이 부러워지는 순간이기도 하다.
사실 그리움에 대한 직감이 느껴진다는 것은 다시는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순간이라는 부분이 슬프기도 하지만 반대로 그렇기 때문에 내 인생 앨범이 채워진다.
그리고 그 앨범이 내 삶의 원동력이다.
즐겨보는 유튜브채널 중 ‘짧은 대본’에서 내가 설명한 감정을 잘 표현한 대사가 있다.
너무 좋다. 이 기억 때문에 엄청 슬플 것 같은 만큼
직감을 느낀 순간들은 모두 하나같이 내가 행복했던 순간들이었고 동시에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에 미래에 느낄 슬픔을 미리 엿보는 감정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단순히 그때 느낀 행복한 감정에만 집중하기로 했고 불안해하지 않으면서 내 삶 속에 이런 순간들이 있음에 오히려 감사함을 갖기로 했다.
행복의 역치를 낮추고 앞으로 살아가며 내 앨범을 더 무겁게 만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