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라, 이게 왜 재밌지?
1년 동안 망설이며 간만 보던 파크골프를 시작했다. 이용요금이 매우 저렴하다는 파크골프는 의외의 진입장벽이 있다. 생각보다 장비가격이 매우 비싸다는 것이다.
이걸 진짜 계속하게 될지 아닐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장비값은 이상한 허들이 됐다. 그 비싼 골프는 쳐대면서 왜 이런 비용은 부담이 되는지...
그러다가 중국쇼핑몰에서 훨씬 저렴한 장비를 발견했다. 매몰비용으로 처리되어도 크게 억울하지 않을 것 같은 수준이었다. 일단 이것으로 맛을 보고 이 스포츠가 정말 골프나 테니스 같은 재미와 가치가 있을지는 나중에 다시 판단해도 된다.
주문한 지 2주 만에 파크골프채가 도착했다. 지난 주말에 답사를 했던 안성 파크골프장으로 향했다. 아침에 테니스를 쳤던 복장 그대로 이제 막 도착한 파크골프채와 공 하나만 들고 갔다. 시에서 최근에 만든 9홀짜리 무료 구장이다. 관외 즉 안성외 거주자는 하루 20명으로 입장이 제한된다. 키오스크에 전화번호를 입력하고 QR코드가 인쇄된 입장권을 받아 들고 구장의 철문을 열고 들어갔다. 노인들 스포츠라더니 역시나 대부분 60대 이상으로 보이고 아주 드물게 조금 젊어 보이는 사람도 있었다. 1번 홀 티박스 옆으로 볼 거치대가 있는데 오는 순서대로 공을 올려놓는다. 보통 3~4명씩 짝을 맞춰 나간다. 나는 세 명인 팀에 조인을 요청해서 같이 나갔다.
첫 홀은 파3. 40미터. 가벼운 당구공 같은 느낌의 플라스틱 공을 뭉특한 센터샤프트 퍼터 같은 골프채로 쳐낸다. 난생처음 샷을 해보니 기존의 골프와는 매우 이질감이 있는 타감이다. 어, 이걸로 도대체 어떻게 거리를 맞춰 치지?
홀컵 주변으로 오니 그린이 페어웨이와 별반 차이가 없다. 라이를 판단하기도 힘들고 잔디의 길이도 제각각인 데다가 퍼팅 라인에 거의 맨땅 같은 곳도 있고 홀컵 주변은 도넛처럼 봉긋하게 솟아 있다. 역시 공이 의도와 달리 지그재그로 정신없이 구른다.
열심히 다른 분들 샷과 퍼팅을 관찰했다. 대부분 순간적인 손목 스냅과 강도로 볼의 스피드를 조절하고 그들만의 감각에 의지하는 느낌이다.
두 번째 파 3홀은 동반자들의 볼이 죄다 왼쪽으로 빠지는 것을 보고 오른쪽으로 밀어쳤는데 이게 홀컵으로 빨려 들어갔다. 첫 라운드에서 바로 홀인원이 나왔다.
내 노력과 실력에 상관없이 거의 운의 힘으로 스코어가 나오는 걸까?
9홀 한 바퀴를 도는데 30분 정도 걸렸다. 그렇게 네 바퀴를 더 돌았다. 돌다 보니 요령이 조금씩 생긴다. 공이 뜨지 않고 구르는 구간이 많으니 페어웨이의 언듈레이션, 잔디상태까지 살펴서 전략적으로 티샷을 해야 한다. 그린을 조금만 넘기면 오비가 나니 모자람이 넘침보다 낫다. 퍼팅 역시 언듈레이션을 보고 홀컵을 살짝 지나칠 정도의 힘으로 굴려줘야 한다. 힘이 약해지면 옆으로 새기 쉽다. 거리 컨트롤을 감각에만 의지하지 말고 골프처럼 시스템화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저런 계획들이 머릿속에 채워져 갔다.
동반자 어르신들이 골프 했던 사람들에게는 너무 쉽지. 좀 지루할 수도 있어. 파크는 금방 잘할 수 있을 거야 라는 말씀을 거듭하신다. 더불어 본인들의 파크골프 연대기도 쉴 새 없이 말씀하신다. 그냥 보통의 수준으로만 생각하면 파크골프는 그분들 말씀대로 금방 익숙하게 잘 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그 이상을 치려면 생각보다 무척 정교하게 쳐야 한다. 코스의 작은 요철, 잔디상태, 날씨까지 모두 읽어서 방향과 거리까지 정밀하게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특히 파 5 같은 경우는 은근히 비거리 욕심도 나게 한다.
생각보다 재미있다. 결국 골프의 성적을 결정짓는 모든 요소가 파크골프에도 함축되어 있는 느낌이다.
나는 골프도 쳐야 되니까 파크골프도 최대한 골프처럼 쳐볼 생각이다. 첫 홀 시작할 때 너무 어색하고 다른 느낌이었는데 네 바퀴를 더 도는 동안 나름대로 골프와의 접점을 찾게 된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해볼 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느껴졌다. 생각보다 시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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