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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감자 Oct 02. 2021

회사를 아름답게 떠나는 3가지 방법

50번의 퇴사를 경험하고 몸소 깨달은 것

오늘 점심 약속 있어요?
커피 한잔해요~


지극히 평범한 말로 보일 수 있지만, 한때는 이 말이 너무 무서웠던 때가 있었다. 평소 엄~청 친하지는 않았는데 갑자기 티타임을 요청한다면, 높은 확률로 그/그녀의 퇴사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사실 저.. 이번 주까지만 있어요.."


3년간 한 곳에서 일한 덕인지, 이곳에서 무려 50번의 이별을 경험했다. 내가 속한 조직이 빠르게 성장하는 스타트업이었던 지라 유난히 더 잦았던 것도 같다. 동료의 퇴사는 나에게 던져지는 돌멩이 같았다. 잔잔한 호수에 던져진 돌멩이처럼 잘 있던 내 마음에 상처를 주는 돌멩이, 파도가 치는 와중에 떨어져서 떨어진지도 모르다가 잔잔해질 때쯤 상처를 깨닫게 하는 돌멩이. 매번 겪어도 유쾌해지진 않더라. 이 와중에 깨달은 게 있다면, 모두가 다른 이유로 퇴사를 하지만 퇴사 이후에는 GOOD or BAD 중 하나로 기억된다는 것이다. 이때 GOOD으로 기억될 수 있다면 이것이 바로 아름다운 이별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퇴사를 생각해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들 가슴속에 사직서를 품고 다닌다던데, 혹시 이 글을 읽는 당신도 퇴사를 결심했는가? 혹은 망설이고 있다면 무엇 때문에 망설이고 있는가? 현재의 복잡한 마음 상태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50번의 퇴사를 경험하면서 느낀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아름답게 퇴사하고 싶다면, 다음 3가지를 기억하자.


아름답게 퇴사하기 첫 번째,

기본 중의 기본. 마무리는 최대한 깔끔히


원래 누구 하나가 나가면, 있는 사람들은 그 일을 나눠가지게 된다. 이 때문에 필연적으로 일정 기간 일을 약 1.2배 정도 더 하게 될 수 있다. 이 탓에 가장 중요한 것은 인수인계다. 있을 때만큼이라도 최대한 할 수 있는 건 모두 하고 나간다고 생각하자. 나간다고 땡이 아니다. 좁고 친밀한 스타트업 업계에서의 미흡한 인수인계는 그간 일하고 쌓아온, 잘해온 모든 것들까지 더럽힐 수 있다. 사실 그 누구든 인수인계를 100% 완벽하게 하기란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을 나도 알고 너도 잘 안다. 하지만 남겨진 사람 입장에서 인수인계해 놓은 것을 볼 때면 '그래도 이 사람이 진짜 잘해두고 가려고 했구나'라고 느껴지는 경우가 있고, '하는 척만 하다 갔구나' 느껴지는 것이 있다. 인수인계는 본인의 판단하에 최선을 다해 임하라고 하고 싶다.


아름답게 퇴사하기 두 번째,

유사/동종 업계로 가는 것은 최대한 지양해 보기


이미 어디로 갈지 결정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유사/동종 업계로의 이동은 추천하지 않는다. 한 산업 내에도 굉장히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있기 때문에 동종 업계로의 이직이 자연스러운 흐름일 수 있다. 형지 패션에 다니다가 지그재그로 입사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지그재그에 다니다가 브랜디에 간다면..? 같이 지그재그에서 동고동락하던 동료가 브랜디로 슬쩍 가 있는 모습을 발견했을 때의 기분을 상상해 보자.  분명 브랜디를 견제하며 함께 일해왔을 테니 마냥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개인으로서 본인의 가치를 가장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 내린 어쩔 수 없는 선택일 수도 있다. 몸값에는 직무 역량과 도메인에 대한 이해가 포함된 값일 테니 말이다. 따라서 이때 중요한 것은 퇴사자가 나가기 전 어떻게 하고 나갔느냐이다. 다시는 동종업계에 발을 들이지 않을 것처럼, 혹은 이제는 이만 쉬고 싶은 것처럼 빌드를 실컷 해두고 이직을 하면 그 이직이 주는 느낌은 사뭇 다르더라. 두 번 배신당한 느낌이랄까..?


채용하는 입장에서 볼 때에도 같은 업계 내의 잦은 이동을 말하는 이력서는 비교적 매력이 떨어진다. 정-말 본인이 확고한 이유가 있다면 동종업계로의 이직도 무조건 찬성이지만, 그냥 돈을 더 많이 줘서...라고 하며 가기엔 잃는 게 더 많지 않을까 싶다.


이보다 더 심한 경우는? 동종업계 창업이다. 나가서 갑자기 경쟁사를 차리는 행동은, 같은 목표를 갖고 열심히 달렸던 동료가 볼 때 어쩔 수 없이 서운하다. 아주 많이. 물론 근로계약서에 동종업계 창업 제한 조항이 없었더라도. 결론은 동종 업계로의 이직이든 창업이든 할 계획이 있다면, 적어도 퇴사 확정 후 같이 일하던 팀원들에게만이라도 미리 빌드를 하고 가자. 회사는 잃어도 사람은 잃지 않기 위해서!


아름답게 퇴사하기 세 번째,

박수칠 때 떠나기


기업은 본래 개인보다 빠르게 성장한다. 변화가 일상인 스타트업에서는 개인과 기업의 성장 속도 차이가 더더욱 크게 느껴질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업의 성장보다 뒤처지거나 견디기 힘들어하는 개인은 어쩔 수 없이 이별을 맞이하게 된다. 선택은 두 가지 중 하나. 1) 미친 듯이 노력해서 기업의 성장 속도를 따라간다. 2) 박수칠 때 떠난다.


현재 있는 회사를 너무 사랑하고 계속 함께하고 싶다면, 정말 많이 노력해야 한다. 그리고 항상 '회사와 나 둘 다 행복할 수 있을 때' 떠날 생각을 해둬야 한다. 개인이 힘들어하는 순간, 회사에는 짐이 되고 이는 곧 회사의 힘듦으로도 이어질 수 있다. 노력하자. 이미 했지만 안될 것 같다면 깔끔하게 박수칠 때 떠나자.


즉, 아름답게 이별하고 싶다면 아래 3가지만 피하면 된다.

1. (인수인계 엉망으로 해서) 남의 몸 힘들게 하기

2. (경쟁사로 쏙 가서) 남의 머리 지끈거리게 하기

3. (회사의 성장 속도를 못 버텨 쫓겨나서) 남의 마음 아프게 하기


이 세 가지만 유의하면 완전히 아름다울 수는 없어도 추하지 않은 이별을 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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