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고 돌아 만난 '윤경 언니'와의 인터뷰 비하인드
"언니도 언니가 필요하니까"
끗질은 중장년 여성들의 목소리를 조명하는 여성 인터뷰 프로젝트다. 시즌1에서는 4050 언니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담는다. 단행본에 실릴 인터뷰 전문 외에 프로젝트의 기획부터 언니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은 비하인드 스토리를 릴레이 연재로 소개한다.
총 8명의 언니를 만나기까지 꼬박 여섯 달이 걸렸다. 그중에서도 마지막 언니는 유난히 섭외가 어려웠다. 마지막 언니에만 석 달이 걸렸으니 말이다. 지금 세어보니 섭외에 대략 15번 정도 실패했다. 바쁜 언니, 직업상 신분 노출이 어려운 언니, 갑자기 연락이 두절된 언니, 알고 보니 우리가 찾던 나이대와 달랐던 언니… 다양한 사유로 만남이 성사되지 못했다.
끗질레터(뉴스레터)에 섭외 난항기로 도움을 요청한 뒤 끗질러에게 연락이 왔다. 인터뷰이 후보로 K 언니를 추천한다는 내용이었다. K 언니는 자신보다 더 적합할 것 같다며 윤경 언니를 추천해주었다.
이 자리를 빌려 윤경 언니를 소개해준 K 언니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많은 정보를 공개할 수는 없으나 끗질 멤버 4명에게 맛있는 밥까지 사준 멋진 언니….
추천의 말과 함께 윤경 언니의 정보, 그리고 언니의 예전 인터뷰 내용을 전달받았다.
- 50대, 어센트코리아 마케팅 총괄 본부장
- SKT에서 17년 동안 개발자로 살다가 2010년에 마케터로 전향
- 이후 존슨앤존슨, 롯데, BGF리테일 등에서 마케팅 업무를 했음
- 현재는 어센트코리아에서 검색 의도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과 솔루션 서비스를 제공 중
재미있게, 행복하게 사는 법이 있다면?
"어떤 일을 하든지 그 일을 좋아하고 잘해서 성취감을 느끼는 것이 중요하죠. 무엇보다 저는 의미를 중요하게 여깁니다. 모든 일에는 의미가 있어요. 그리고 실무 레벨에서 일을 놓치지 않을 때 살아 있는 느낌이 들어요. 임원으로 있을 때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어요. 손에 잡히는 일을 좋아했는데, 임원이 되면서 디테일을 못 했어요. 지금은 일하는 곳은 일종의 스타트업이다 보니 굉장히 세부적인 사항부터 신입사원처럼 일합니다.
나태해지는 환경을 안 만들어요. 낭비라고 생각합니다. SKT에서 퇴직한 이후에는 한 번 익숙해지면 이직을 합니다. 적응을 끝내고 나면 성장 욕구가 만족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면 쌩뚱맞은 곳에 나 자신을 던집니다. 처음에 적응하느라고 괴롭지만 꾸역꾸역 노력해서 살아남습니다. 또 익숙해지면 다시 낯선 환경에 나를 던져요. 어디까지 늘리면 나 자신이 찢어지는지를 보는 것이 재미있어요. 김윤경이 어떤 환경에서 살아남고 크는지를 관찰하는 거죠. 저는 저한테 제일 관심이 많아요. 아마 스스로를 정말 사랑하는가 봅니다. (웃음)"
- 이화여대 여성사외이사과정 3기 자체 발간 우드 저널 中
이 언니, 보통이 아니다. 더 알고 싶어!
글에서도 언니의 넘치는 에너지가 느껴져 더욱 설레었다. 보통의 직장인은 ‘월요일 싫어. 퇴사가 답이다. 유튜브 할까?’ 등의 문장으로 불행하게만 묘사되지 않던가. 나는 첫 직장에서 참 즐겁게 일했다. 첫 직장이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회사를 행복하게 다녀봤던 사람으로서, 다시 한번 그 경험을 재현할 수는 없는지 늘 의문을 품고 있었다.
직장 내에서 오래도록 즐겁게 일할 수는 없을까?
꼭 퇴사해야만 행복할 수 있는 걸까?
그러다 윤경 언니를 만나게 된 거다. 30년 가까이 일을 해오면서도 여전히 즐겁게 일하는 슈퍼 우먼! 무기력한 직장인들만 가득한 줄 알았던 대한민국 서울에 이 모습이 실재한다는 소식이 어찌나 반갑던지.
내가 본 50대 직장인은 보통 관리자로서 실무에서 한발 물러서서 일을 지시하고 보고 받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언니는 달랐다. 어떻게 신입과 같은, 심지어 나보다 넘치는 열정을 불태우며 일할 수 있는 걸까? 언니를 움직이게 하는 동력이 궁금했다. 언니의 A부터 Z까지 궁금했던 걸 샅샅이 물어봐 왔다. 이야기를 들으러 갔음에도 어쩌다 보니 내 이야기도 많이 쏟아내고 왔다. 언니는 그저 내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했는데도, 큰 위로를 받았다.
저도 원래는 강압적인 리더였어요. 우리 부서가 못하는 걸 용납을 못했거든요. 그래서 팀원들을 달달 볶으니까 곡소리가 나오는 거죠. 이러다 악덕한 리더가 되어버릴까 봐 ‘코칭’이라는 걸 붙잡게 됐어요. 그 과정에서 깨달은 건 ‘못하고 싶어서 못하는 사람은 없다.’는 거예요. 누구나 일을 잘하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각자가 지향하는 바와 강점을 가진 분야가 달라서 제대로 발휘가 안 됐을 뿐인 거죠. 팀원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찾을 수 있게 질문을 통해 도와주는 게 코칭의 역할이에요. 각자가 원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게끔 도와주는 거죠. 같이 일하는 팀원과는 항상 GROW 면담을 진행해요.
G (Goal) : 너의 목표는 뭐야?
R (Reality) : 너의 현실, 현재의 상태는 어때?
O (Option) : 현재 상황에서 목표로 갈 수 있는 선택지는 뭐가 있을까?
W (Will) : 그걸 하고 싶은 의지가 있어?
이렇게 네 가지를 물어본 뒤 어떤 존재가 되고 싶은지 묻죠.
윤경 : 5년 후 원하는 분야에서 ‘대박’ 났을 때, 사람들이 너를 뭐라고 묘사할 것 같아?
팀원 : 엄청난 통찰력을 지닌, 데이터를 갖고 스토리텔링을 잘하는 사람이요!
그럼 그게 그 사람의 브랜드 네임이 되는 거예요. ‘이제부터 너는 인사이트가 넘치는 데이터 스토리텔러가 되는 거야’. 그러면 명함 뒤에 자신의 브랜드 네임을 박고, Goal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지원해 주죠. 적합한 교육 프로그램에 보내 주거나, 동료 혹은 선배에게 도움을 받게 해 주거나요. 그러고 나면 대부분 각자의 목표 성취를 위해 즐겁게 일하더라고요. 회사 다른 팀 직원들이 저 부서 가면 팔자 고친다는 소문이 나서 많이 지원하기도 했었어요. 저랑 일하던 팀원들 모두 각 분야에서 엄청난 별이 되었어요. 전 이게 너무 좋아요.
성장하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는 윤경 언니. 그래서 함께 일하는 팀원들의 성장을 돕는 것도 행복해하는 언니. 언니의 이야기를 듣는 내내 '이런 리더와 함께 일할 수 있다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윤경 언니를 만나기 전까지 힘들었던 과정이 싹 잊혔다.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이 딱 맞다.
언니랑 GROW 면담해 보고 싶은 사람 손!
[TMI] 언니도 나와 같은 ENFP라 더욱 몰입했던 것 같다. 보통 ENFP는 조직에 맞지 않는 자유로운 영혼이라고만 불릴 때가 많아서 억울하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 누구보다 조직에서 잘 해내고 있는 어른이 있으니까 기분이 좋았달까. ‘어른 엥푸피’를 너무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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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주 화요일마다 끗질의 활동과 인터뷰 이야기를 담아 보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