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일까?
타 팀과의 협업이 필요했던 때, 리더에게 어떤 팀원과 같이 일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했었다.
리더 曰
"A 팀원은 업무 속도가 너무 느리고, 무거워요. 하나 진행할 때 이리저리 고민이 너무 많고.. B 팀원은 같이 일하기 힘든 스타일이라, 차라리 C 팀원이 나을 거예요."
그 리더는 A, B, C 팀원과 내가 속한 팀 모두의 상급자였다. 그의 말을 듣고 난 후의 내 생각은 어땠을까? 기분 좋게 C 팀원을 선택하고, 업무에 착수할 수 있었을까? 전혀 그렇지 못했고, 기운이 쫙 빠졌으며 그나마 있던 일할 맛도 싹 없어졌었다.
이 리더는 나쁜 리더였을까?
직장인이라면 한 번쯤 좋은 리더와 나쁜 리더에 대해 생각해 봤을 것이다. 이 글에서는 '리더'를 5명 규모의 팀의 팀장부터 회사 대표까지 포괄하는 개념으로 보고 마저 이야기를 이어나가려 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나쁜 리더는 없다. 나와 맞지 않는 리더만이 있을 뿐이다. 내가 만났던 리더 중 맞지 않는다고 느꼈던 리더의 속성 3가지를 짚어보자면 아래와 같다.
1. 팀원 앞에서 타인의 험담을 한다.
우리 리더는 내 앞에서, 혹은 팀원들 앞에서 타 팀원 혹은 타 팀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가? 단 한 번이라면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습관적으로 하는 분은 함께 하기 어렵다. 팀원들은 리더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리더의 어떤 행동들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 갖고 있는 권한과 책임이 큰 만큼 리더의 말은 특히 큰 힘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리더가 A 팀원을 싫어하는 상황이라면 덩달아 A 팀원을 싫어하거나, 일이 잘못되었을 때 A 팀원으로 책임의 화살을 돌리기 쉬워질 수 있기도 하다.
특히나, 리더 본인이 채용한 팀원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스스로 본인의 평판에 먹칠을 하는 것이다. 좋은 이야기도 너무 많이 하거나 편향되면 안 좋을 수 있는데, 험담은 최악이다. 평소 주변 팀원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받는 사람이라면, 이런 리더와는 잘 맞지 않을 것이다.
2. 팀원의 모티베이션을 꺾는다.
리더는 반드시 모든 팀원들의 동기부여를 해줘야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각자의 동기부여는 스스로가 하는 것이며, 그럴 때 가장 동기부여가 잘 되기 때문이다. 어떤 리더는 동기부여를 시켜주지는 못할망정 잘 동기 부여된 팀원의 의욕을 꺾기도 한다. 아주 다양한 방법으로 말이다.
[ 팀원들의 의욕을 꺾는 방법 ]
실무자끼리 충분히 의논하고 내린 결정을 한마디 툭 뱉어서 엎어버리기
근거도 없이 뭐가 계속 안된다고 하기
중간중간 계속 사사롭고 주관적인 의견을 넣어 진행에 브레이크 걸기
결국 모든 행동들은 리더의 컨펌 하에 진행되어야 하는 환경에 있을 때 위 같은 리더를 만난다면, 잘 맞는다고 느끼기는 꽤나 쉽지 않을 것이다.
3. 숲이 아닌 나무만 바라본다.
리더는 팀원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를 보고 있는 사람이다. 팀 안에서의 업무, 관계 외에도 팀 간의 업무, 관계, 그리고 그 외에 더 넓게 알고 있을 때만 알 수 있는 것들. 그렇다면 이 인지를 바탕으로 팀원들에게 더 큰 그림을 그려주고 계속 함께 같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 세세한 태스크 단위로 매니징 하기보다는 말이다.
스스로 큰 그림을 그려나갈 수 있는 팀원이라면, 꼼꼼히 봐주는 리더가 잘 맞을 수 있다. 다만, 나 이외에 다른 팀원들도 한 방향으로 같이 나아갈 수 있도록 판을 깔아주는 리더를 바란다면, 나무만 바라보는 리더와는 잘 맞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나와 맞지 않았던 리더 (마음속 깊이는 사실 나쁜 리더라고 생각할 때도 있지만 평정심을 잃지 않으며 나와 맞지 않는다고 규정 중인 리더)의 모습을 이야기해 보았다. 내가 처음 리더를 했었을 때, 그리고 두 번째 했었을 때 느꼈듯 리더만이 겪는 고충도 적지 않다. 또한 실무를 잘한다고 해서 훌륭한 리더가 바로 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것, 무엇이 잘못되었는지조차 인지를 못할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들도 사람이기에 완벽할 수 없다는 것도 뼈저리게 알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가 나와 맞지 않는 리더를 만났을 때 할 일은?
1) 개선을 희망하는 부분에 대해 피드백을 주고 변화를 살펴보기
2) 얘기했는데도 여전하다면 다른 잘 맞는 리더를 찾아 떠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