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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ynda 린다 Nov 14. 2023

결혼 8년차 남편의 생일, 아내의 편지

육아로 점철된 부부의 삶, 그전엔 아내와 남편이 있었다지?

어제는 남편의 38번째 생일이었어요.


어린 자녀들 탓에 육아의 연장선이 될 가족생일파티 대신, 하루 자유로이 시간을 쓰게 해주었어요.

돈과 선물보다 더 귀한 게 바로 개인시간이죠.

역시나 더 좋아하더군요 :)


5년의 연애끝에 결혼하고 그렇게 또 여덟해가 지난 지금, 남편은 멀쑥한 청년에서 저희 다섯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는 가장이 되었어요.


결혼에 생각이 없던 그를 부단히 꼬신 건 저였어요.

수입이 불규칙적인 남편에게 탄탄한 월급쟁이었던 제가 먹여살릴테니 너 하고싶은 것 하라고 꼬셨지요.

지금은 남편이 저와 가족을 먹여살리고 있으니 반전이 되었네요.


꿈은 높고 현실은 그러지 못했던 시절, 저희는 처량한 일상을 위로해주던 사이였어요. 당시 남친은 반지하집에 홀로 살던 제가 하수구 역류로 수해를 겪었을 때에도 함께 물을 퍼주던 의리남. 한때 임시직이었던 제가 고용불안정에 하소연하면, 자기 인생엔 정규직을 시켜주겠다던 남자였지요. 꿈을 쫓아 남편은 실험적인 커리어를 쌓고 있었는데 괴짜같은 그를 지지하고 따라다닌 저도 남편도 가진 것은 없었지만 의리 하나는 좋았어요.

역시 사랑은 의리인가 봅니다.


그 남친이 세 아이들의 아빠로 살아가는 있는 지금,

복작복작 함께한 장면을 보면 놀라워요. 친구로도 남친으로도 제가 너무 좋아한 사람이었는데, 그때의 제 DNA를 그대로 물려받은 아빠바라기 딸램과 아빠의 어린시기 복제품인 첫째 아들까지..


그 기쁨으로 버티는 삶이겠지요!


언제쯤 남편과 둘이 멀쩡한 사진 찍을수 있을지?


힘든 시기에도 힘이 나는 건 가족 덕분에-

육아를 하면서 가끔 눈에 불을 켜고 다투는 남편을 향해 초심을 다져봅니다. 그렇게 꼬셔놓고 이렇게 하기 있기 없기? 암만 그렇치요!


모두들 가족의 감사함을 잊지않고 살아가시기를!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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