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다 보면,
내가 나를 가장 모른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늘 함께 살아왔는데도,
어떤 순간엔 낯선 사람처럼 느껴진다.
어릴 적부터 나는 녹색을 좋아한다고 말해왔다.
그게 나의 색이라고 믿었다.
그런데 어느 날, 핸드폰을 사러 간 매장에서
핸드폰의 색상을 두고 고민을 하고 있을 때 사장님이 핑크 계열을 추천해 주셨다.
사장님이 내 텀블러와 기존 케이스의 색을 보시고
“핑크 좋아하시네요.”
그 말에 멈칫했다.
텀블러도, 케이스도, 집에 있는 물건들도
핑크가 많았다.
나는 몰랐지만, 내 주변은 이미 핑크로 물들어 있었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좋아하는 건 녹색이 아니라 핑크였다는 걸.
아니, 녹색도 좋아하지만
핑크는 더 오래, 더 가까이 있었다는 걸.
또 하나는 핸드폰.
나는 자주 바꾼다.
새 기종이 나오면 괜히 들썩이고,
울적한 날엔 ‘하나 살까?’ 하는 생각이 든다.
친구는 “최신상 좋아하네”라고 했고,
나는 “새 거를 좋아하는 거야”라고 답했지만
결국엔 늘 최신상을 손에 쥐고 있었다.
아, 나 진짜 최신상 좋아했네.
그 말이 입안에서 맴돌았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시선을 통해 나를 다시 보게 된다.
특히 자존감이 낮거나 남의 시선을 신경 쓰는 사람일수록, 타인의 말이 내면을 흔드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때 중요한 건, 그 시선을 수치심이 아닌 통찰의 계기로 삼는 것이다.
이렇게, 사소한 것들로 나를 알아가는 순간들이 있다.
무심코 반복했던 행동들, 익숙하게 곁에 두었던 것들 속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씩 보인다
내가 뭘 좋아하는지, 뭘 잘하는지 모를 때도 많지만 가끔은 다른 사람의 무심한 한마디로
문득 깨닫게 되는 경우도 있다.
“아, 나 이거 좋아하네. 잘하네.”
그 순간, 나는 나를 조금 더 사랑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