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 김도균 외 4인
1.
안녕하세요, 버킷랩입니다. 오늘 소개해드릴 책은 김도균님 외 4인이 공저하신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 입니다.
2.
최근 1인창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그에 대한 정보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유튜브 인기영상에도 종종 이에 관한 내용을 다룬 콘텐츠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유튜브라는 개인채널 플랫폼인 만큼 각자 창업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주관적인 사건들과 결과들을 다루는 내용이 많아 객관적인 의견을 제시하는 영상도 함께 볼 수 있다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그런 의미에서 이번에 함께 읽은 책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은 행정을 연구하시는 5명의 연구원 및 교수님들이 평균치를 제시하는 통계자료를 토대로 한국의 자영업 실태를 이야기한다는 점에서 평균적인 창업의 실상을 알아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됩니다.
3.
책은 크게 10장으로 이루어져있는데요. 한국에서 자영업자라는 범주에 들어가는 사업형태를 정의하는 1장부터 시작해서, 한국의 자영업자들의 대부분이 저소득에 시달리는 원인, 저소득임에도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자영업자들의 위험함과 전체적인 저소득고위험 자영업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담론을 다루는 10장으로 마무리되고 있습니다.
챕터별로 내용이 반복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잘 나뉘어있기 때문에, 자신이 읽고자하는 챕터만 읽어도 어느 정도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데요. 이번 리뷰에서는 한국사회의 영세자영업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들을 짚어보려 합니다.
4. (1) 너무 많은 자영업자
한국에는 자영업자가 너무 많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OECD 가입국가 중 콜롬비아, 그리스, 터키, 멕시코, 칠레에 이어 6위 인데요. 자영업자 비율이 가장 낮은 국가에 미국, 노르웨이, 캐나다, 덴마크 등이 속해 있는 것과 비교했을 때 자영업자 비율이 높다는 것은 선진화국가의 형태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양상입니다.
이런 자영업자들이 한국경제인구에 26%를 차지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보험설계업이나 개인운송업으로 대표되는 ‘특수형태근로직’이 점차 증가하면서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을 더욱 늘어나리라 예상됩니다.
이렇게 자영업자, 각각의 사업자들이 많아지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하나의 사업체당 벌어들이는 소득, 그러니까 산업의 생산성이 저하되게 됩니다. 특히 이런 생산성의 저하 문제는 자영업자 종사가 집중되어있는 3차서비스산업, 오리지널 기술과 제조를 기반으로 하지 않는 산업에서 더욱 도드라지는데요. 2016년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1인당 소득은 평균적으로 임금 근로자의 60% 수준에 그칩니다.
5. (2) 사회보험의 사각지대에 놓인 자영업자
문제는 소득이 작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자영업자가 소득이 작더라도, 혹은 과도한 경쟁에서 나오고자 폐업을 고민할 때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는 비율이 임금근로자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것인데요.
자영업시 자동으로 가입되는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을 제외하고, 산재보험과 고용보험 가입률이 임금근로자가 100명 중 87명이 가입했을 때, 1인자영업자는 100명 중 1명만 가입을 한다고 합니다.
자영업자의 경우 산재로 인해 사업 계속이 어려워질 경우 임금근로자와는 달리 회복 이후 다시 자리를 잡기 까지가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점, 임근근로자의 실업과는 달리 폐업 자체가 가장 큰 재산을 잃는 것이 된다는 점을 고려해보았을 때 자영업자의 사회보험 필요정도가 임금근로자에 비해 결코 낮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정책적으로 당연 가입인 임금근로자와 달리 자영업자의 사회보험은 선택사항으로 남아있다는 점이 영세자영업자들에게는 장기적으로 더 큰 고충을 만들어내리라 생각됩니다.
6. (3) 민간인에게 떠넘겨진 '케인즈정책'
앞서 말씀드렸던 적은 수익이나, 사회보험 문제에 대해서 “자영업자들은 사장이 되기를 선택한 것이니 그로 인한 결과에 공적인 책임은 없다”라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일부분에 대해서는 이러한 생각에 공감을 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다양하게 생각해보자는 측면에서, 문제를 너무 단순하게 개인적으로만 보지는 말자는 차원에서 짚어볼 점도 있습니다. 바로 국가에서 자영업자 양성을 실업률 감소의 수단으로 장려한 측면이 있다는 것인데요.
당연한 산업혁명의 결과로, 경제는 1차산업에서 2차로, 2차에서 3차로 산업의 흐름이 전환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도시화’가 이루어지고 ‘서비스산업으로의 이직현상’이 나타나게 되는데요. 문제는 ‘농촌의 도시화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을 도시 임금근로자로 충분히 흡수하지 못한다’는 데에서 생겨나고, 임금근로자로 전환되지 못한 인구는 고스란히 실업률을 높이게 됩니다. 90년대 말 IMF 로 인한 기업들의 줄도산과 조기퇴직자 증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충분히 노동가능한 인구들을 새로운 일자리로 전환시킬 시장의 여력이 없었기 때문에 실업률을 높이게 되었던 것이고요. 이렇게 실업률이 증가하는 추세를 보일 때 정부는 그 대안의 하나로 ‘자영업’을 내세웁니다. 프랜차이즈 산업을 양성하고, 개인사업자 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죠.
그러나 정책적인 자영업 개체 수 증가는 2가지 사회문제를 가져오게 되는데요.
첫번째로는 프랜차이즈 산업 확대로 인해 ‘갑-을-병’의 구조가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브랜드’라는 지적재산권을 무기로 점주에게 과도한 요구를 하는 프랜차이즈 본사가 ‘갑’이 되고 그 아래 점주가 ‘을’, 그리고 점주에게 고용된 직원들이 ‘병’이 되는 3단계 구조에서, ‘갑’인 본사에게 과도하게 높은 로얄티 및 자재수수료 인하를 요구할 수 없는 영세자영업자인 점주 ‘을’은 또 다른 생계형근로자인 ‘병’의 임금 감축을 통해 자신의 영세한 수익을 조금이나마 늘리려는 방안으로 삼게 되고 결국 ‘을’과 ‘병’의 싸움으로 사회적 포커스가 맞춰지게 되는 것이죠.
두번째로는 개인사업자 대출 규제 완화로 인해 영세자영업자의 부채비율이 위험할 정도로 높아졌다는 것입니다. 이런 정책은 ‘민간인에게 떠넘겨진 케인즈 정책’이라는 오명을 달고 있기도 한데요. 간단히 말해서 공공지출을 통해 양성했어야 할 일자리가 개인의 사적지출로 대체되어 부채로 남았다는 것입니다.
케인즈 경제학에서 불황기에 대안으로 제시한 것은 일자리를 양성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소비 증대를 위해서 먼저 정부의 곳간을 풀어 인위적인 시장조절을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수요를 즉 일자리를 늘려서 실업률로 대표되는 불황기를 탈출하고자 했다면, 공공지출을 늘려서 정책을 개인에게 떠넘기지 않고 정부의 주도하에 관리, 지속성을 가진 임금근로자를 양성했어야 한다는 것이죠.
실제로 2016년을 기준으로 자영업자의 평균 부채는 9812만원으로, 임금근로자의 평균 부채인 7508만원보다 31%나 높습니다. 소득은 60%나 낮고, 빚은 31%나 많은 셈이네요.
7.
지금까지 한국 영세자영업자가 가지고 있는 문제를 3가지 측면을 통해 살펴보았는데요. 여기까지 영상을 보시고 조금 더 디테일하게 이 문제들을 알고 싶거나, 이 문제들에 대한 간단한 해결방안 등도 둘러보고 싶으신 분들은 책을 정독하시면 더욱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창업에 대한 주관적인 시선들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는 시점에, 통계를 통해 객관적이고 평균적인 자영업의 실태를 짚어주는 책, “자신에게 고용된 사람들”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