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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짱없는 베짱이 May 07. 2024

모든 일상에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어

[주간회고] ~5/6

5월 5일은 어린이날이자 입하였다. 여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 그래서인지 비가 내렸다. 다음날까지 하루 종일. 그리고 나는 비 내리는 강화도에 있었다.

강화도에 대해 내가 아는 것이라곤 고인돌 유적과 전등사, 구한말 두 차례의 양요 등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내용 정도 밖에는 없었는데 생각보다 더 많은 서사와 삶이 숨 쉬는 곳이었다. 무엇보다 강화 특산품이 생각보다 많다는데 놀랐다. 순무, 속노랑고구마, 사자발약쑥, 강화섬쌀, 소창 등등. 가는 식당마다 방문하는 장소마다 이런 특산품을 잘 활용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지막까지 먹지 못한 쑥떡을 아쉬워하며 집에 돌아가던 길, 전등사 인근 카페를 우연히 발견하여 차를 돌려 들어갔다. 쑥개떡과 카스테라 인절미가 너무 맛있어 찾아보니 ‘아버지가 떡을 만들고 아들은 커피를 내리’는 집이라더라. 그러고 나서 보니 카페 구석구석 주인장의 손길과 가족 사랑이 안 닿은 곳이 없어 보인다. 잠깐이었음에도 인상적이었던 곳, 언젠가 이 카페가 생각나 강화도를 다시 오지 않을까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이제 얼마 안 남은 직장인으로서는 꽤 여유로운 한 주를 보냈다. 중간에 근로자의 날 휴무가 있었기도 하고. 사무실에 있으면 심한 날엔 하루에도 다섯 군데의 클라이언트한테서 전화를 받는다. 일정표 상의 급한 마감은 두어 개 정도일지라도 모두가 자기 일이 급하다며 먼저 처리해 달라는 것이다. 언제부턴가 출근만 하면 심장이 두근거리고 일을 제대로 못 끝낸 것 같아 불안하고, 일정대로 굴러가고 있어도 뭔가 잘못되고 있는 것 같다는 조급증에 시달렸던 듯하다. 그런데, 지난 한 주 한 번도 그런 마음이 들지 않았다. 역시 퇴사가 만병통치약이라던가. 정신없이 바쁜 상황에도 나름 친절하게 대응해 나가며 꽤 할만하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지금까지는 왜 이렇게 일하지 못했을까. 역시, 끝이 있다고 하니 이렇게 버틸 만 한가보다.


그렇다고 퇴사 이후가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강화도 여행 중에도, 모든 일정에 의미를 부여하려던 스스로를 다잡으며 ‘모든 일상이 콘텐츠여야 할 필요는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저 지금 여기서 충분히 느끼고 누리는 것만으로도 벅찰 시간들이다.

당분간은 조금 쉴 생각이지만 그래도 책은 더 많이 읽어야겠단 계획이다. 도서관에 들린 김에 <나음보다 다름>, <기획자의 습관>을 빌려왔다. 일에서든 나의 생활을 위해서든 더 잘 쉬고 잘 지내기 위해서라도 기획과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던 참이다.

비슷한 장르의 책을 연달아 읽다 보면 분야가 달라도 종종 기시감을 느끼곤 하는데, 결국 본질은 비슷하기 때문일 테다. 중요한 것은 ‘지피지기’라는 생각에 문득 다음 책은 <손자병법>을 읽어야 하나 싶더라. 스스로를 잘 아는 것, 지금 내게 가장 필요한 일인 것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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