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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Oct 08. 2023

런던 필하모닉이 개막한 오케스트라 대전

런던 필 관람 후기, 그리고 오케스트라 대전 참전법

런던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연주회가 10월 7일 저녁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있었다. 수석지휘자로 있는 에드워드 가드너가 지휘하는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 곡들이 워낙 좋았다. 그래서 일찌감치 예매를 해놓고 예술의전당으로 갔다.


내 귀에 가장 좋았던 곡은 첫 곡으로 연주한 베토벤의 '에그몬트 서곡'이었다. 괴테의 에드몬트 희곡은 16세기 네덜란드의 독립을 위해 스페인에 맞서 싸운 에그몬트 백작의 사랑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이다. 베토벤은 괴테의 희곡을 바탕으로 10개의 곡을 작곡했는데, 그 가운데서 '에그몬트 서곡'은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이다. 승리를 향해 나아가는 에그몬트 백작의 영웅적이고 힘찬 발걸음을 런던 필은 훌륭하게 연주했다.


사진=유창선


그다음으로 크리스티안 테츨라프의 바이올린 협연.  바이올린 협주곡의 걸작으로 꼽히는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는데, 어쩐지 좀 낯설게 느껴졌다. 테츨라프는 우리가 들어오던 브람스의 바이올린 협주곡 보다 상당히 빠른 속도의 연주를 했다. 테츨라프는 올해 초 무반주 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국내에서 할 정도로 기량도 뛰어나고 한국에서의 인기도 높은 연주자인데, 우리가 익숙한 브람스가 아니어서 그런지 호불호가 좀 갈릴 것 같았다. 카텐차 때 들려주고 보여주는 테츨라프의 유려한 연주는 두말할 나위 없이 훌륭하지만, 그래도 브람스에게서는 고전적인 것을 기대하는 무엇이 우리 정서에 있나 보다 싶었다. 테츨라프는 곡에 대한 '색다른 해석'을 중요시한다니, 이건 잘하고 못하고가 아닌 해석과 취향의 문제인 듯싶다.




2부 곡은 브람스 교향곡 1번. 원래 브람스 답지 않은 선율의 곡이다. 오히려 베토벤 교향곡 5번 '운명' 1악장, 그리고 교향곡 9번에서의 '환희의 찬가'를 떠올리게 하는 곡이다. 그런 곡인데도 비교적 경쾌하게 연주한 런던 필의 연주는 훌륭했다. 그래도 뭔가 좀 더 중후한 브람스 교향곡을 듣고 싶어서 살짝 아쉬웠는데, 4악장에서의 강렬한 연주가 이를 해소시켜 주었다.


앵콜곡으로 들려준 엘가의 '사랑의 인사'의 아름다운 선율은 남녀노소 불문하고 호불호 없이 반길 수 있었을 것 같았다.



브람스의 곡들이 메인이 되다 보니, 고전적인 브람스에게서 가을을 느끼고 싶었던 나이 든 세대가 현대적으로 해석된 브람스에게 적응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돌아오는 길에 들었던 생각이다. 


그런데 어제 런던 필하모닉을 시작으로 올해 가을의 오케스트라 대전이 개막되었다. 11월까지 해외의 세계적인 명문 오케스트라들이 줄을 이어 한국에 온다. 취리히 톤할레 오케스트라, 오슬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 오케스트라, 뮌헨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등이다. (혹시 빠진 이름은 없나 모르겠다)


키릴 페트렌코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 안드리스 넬슨스의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는  조성진과, 그리고 정명훈이 이끄는 뮌헨필은 임윤찬·클라라 주미 강과 협연하여 이미 표가 매진된 상태이다.


문제는 해외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현실. R석의 경우 40~50만 원대에 이르는 경우들이 흔해졌다. 워낙 많은 비용이 드는 초청 공연이니까 구조적으로 도리가 없어 보인다. 그나마 대기업들의 협찬을 통해 티켓 가격이 그 수준에서 조정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해외 오케스트라들의 공연 때면 매진이 이어지고 있으니 우리 공연 시장도 무척 커진 느낌이다. 


꼭 관람하고는 싶은데 티켓 가격이 너무 부담스럽다는 분들은 부지런히 피케팅(피 튀기는 티케팅)이나 취케팅(취소된 자리 티케팅)에 나서는 것이 최선이다. 티켓 오픈을 하면 가격이 낮은 좌석부터 순식간에 매진이 되니 부지런한 사람만이 그나마 싼 가격으로 좌석을 차지할 수 있다. 돈이 많든 지, 아니면 몸이 부지런하든지, 둘 중에 하나는 갖추어야 올 가을 오케스트라 대전에 참전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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