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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창선 Apr 30. 2024

서울스프링 실내악축제의 백미
'갤러리 콘서트'

19세기 여성 작곡가 샤미나드의 3중주곡의 절정

2024 서울스프링 실내악축제의 프로그램인 <갤러리 콘서트 : 선구자 PIONEERS>에  다녀왔다. 4월 29일(월) 저녁 7시 아트스페이스3에서 열린 연주회다. 



작은 갤러리 공간 안에서 연주자들 바로 앞에서 듣는 실내악의 진수를 만끽한 시간이었다. 지하 2층 갤러리에 있는 공간은 연주회에 최적화된 곳은 아니었지만, 그윽하고 우아하게 흘러나오는 연주들은 모든 것을 압도해버렸다. 예술의전당 IBK홀도 좋고 세종문화회관 세종체임버홀도 좋지만 이렇게 작은 갤러리 공간에서 바로 눈 앞에서의 연주를 들으니 눈과 귀가 행복해진다.  


올해 서울스프링축제에서도 연일 좋은 연주를 들려주고 있는 문지영의 피아노 소리가 참 맑고 아름다웠다. 마티어 듀푸르의 플루트와 에르베 줄랭의 호른 소리도 좋았지만, 문지영의 피아노 소리는 반주가 아닌 그 자체의 매력을 발산했다. 이어진 문지영의 독주 슈만 '음악의 야회'는 요즘 그녀가 ‘라이징 스타’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연주들이 그윽하고 깊어진다. 강승민과 이상은의 첼로 2중주의 선율이 묵직하고 무척 깊다. 풀랑크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소타나’ 연주가 이날의 절정에 다가가는 느낌을 주더니 그만 샤미나드의 피아노 3중주 제2번 a단조 Op. 34에서 실내악의 진수를 들려주었다. 김영호의 피아노, 강동석의 바이올린 강승민의 첼로 3중주는 우아하고 깊은 서정을 담다가 폭풍 같은 연주를 하다가, 세 연주자들이 마구 휘저으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빼앗아갔다.

사진=유창선

실내악이 참 묘한 것은 대부분 처음 듣는 곡들이 많다. 프로그램북을 보면 이름도 모르던 곡들이 대부분이다. 그런데도 연주를 들으면 아주 익숙하고 친한 느낌이 온다. 교향악을 들을 때처럼 예습도 필요없이 아무 것도 모르고 그냥 앉아서 들어도 충분한 감흥이 온다. 


곡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마지막 곡을 만든 샤미나드가 어떤 인물인지 궁금해서 찾아보았다. 세실 루이즈 스테파니 샤미나드 (Cécile Louise Stéphanie Chaminade)는 1857년에 태어나서 1944년에 세상을 떠난 프랑스 여성 작곡가이다. 여성 음악가에 대한 차별이 심하던 19세기에 섬세한 감성과 우아한 서정성이 담긴 400여곡을 만들어 살롱음악의 대중화를 이루었던 작곡가이다. 샤미나드는 1913년 여성 작곡가로서는 처음으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상했다. 앙브루아즈 토마는 "이 사람은 작곡을 하는 여성이 아니라 여성인 작곡가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시대의 한계를 뛰어넘은 그녀의 음악을 그것도 김영호, 강동석, 강승민의 3중주로 들었으니 이렇게 좋은 날이 또 있나 싶었다. 애플 클래식에 그녀의 초상화도 올라와있길래 캡처해서 올린다.


윤보선 고택에서의 음악회가 분위기로 압도했다면 어제 갤러리 음악회는 작은 갤러리 공간에서의 연주 자체로 청중들을 압도했다. 올해 서울스프링축제의 연주회를 많이 다니지는 못했지만 그 가운데서 2개의 백미를 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연주회장이 갤러리여서 연주회 전후로 전시 작품들을 관람하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4월 27일(토) 저녁 윤보선 고택 음악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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