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추라고 시원해졌다. 제법.
아직도 길을 걸으면 금세 땀은 송긍송글 맺히고
실내에서 선풍기나 에어컨이 꼭 필요한 만큼 덥긴 하다.
그래도 제법 한여름의 열기가 꺾인 티가 나기도 난다.
인생이 절기 같다면
며칠 후가 입추이니 이 무더위도 꺾일 것처럼
이 시련도 끝날 거야 예상할 수 있을 거다.
처서가 온다면,
처서가 오면,
정말 더위는 가시는 때인데
입추까지 끈적하게 남아있던 감정의 찌꺼기들도
처서 앞에서는 시원하게 날라가지 않을까.
입추가 오고 처서가 오면 이내 찬바람이 불고 첫눈이 올 것이다.
이 명제처럼
인생도 명제가 있다면
좋을 거다.
나침반 바늘이 없는 사람처럼
나는 늘 부르르 떨며 남과 북, 동과 서를 헤매었으니
내게도 절기가 적힌 달력 하나쯤 있었으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