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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Hyun Oct 28. 2024

의도와 해석이 빚어낸 광기의 끝

드라마 '지옥' 시즌 2 리뷰

3년의 기다림이 헛되지 않았다. 작품 전체가 휘청이는 위기도 있었지만, 연상호 감독은 이를 극복하고 혼돈에 휩싸인 아수라장(阿修羅場)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데 성공했다.


시즌 2로 돌아온 넷플릭스 드라마 '지옥'은 정체불명의 '사자(使)'들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한순간에 혼란에 빠진 세계관을 그렸던 시즌 1에서 8년 뒤 시점을 주요 배경으로 삼고 있다. 시즌 1 말미를 장식했던 시연에서 살아남은 배영재(박정민)-송소현(원진아) 부부의 딸, 새진리회 1대 의장 정진수(유아인→김성철)의 시연, 부활한 '죄인' 박정자(김신록)로 포문을 연다.


예고 없이 찾아오는 고지(告知)-시연(試演), 이 재앙으로 인한 혼란과 갈등을 시즌 1 6부작을 통해 설명했다면, '지옥' 시즌 2는 재앙이 만연화된 사회의 주요 구성원인 새진리회, 화살촉, 소도 등 여러 단체들이 각자의 상징을 내세워 주도권을 잡으려고 대립각을 세우는 모습이 주류를 이룬다. 그 사이에 희생되는 개인의 서사까지 조명하며 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정점을 찍는다.


재밌는 건, 한 배를 탔던 새진리회와 화살촉이 고지-시연에 대해 서로 엇갈리는 견해를 드러낸다는 점이다. 여기에 부활자 2인(박정자, 정진수)의 존재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세상은 사자들이 처음 등장했던 8년 전과 비슷한 분위기를 형성한다. 부활 또한 고지-시연과 마찬가지로 원인 모를 불가해한 현상인데, 저마다의 시선으로 바라보며 '의도'를 찾고 '해석'을 가져다 붙이려고 급급하다. 심지어 정진수마저 같은 부활자인 박정자를 통해 자신에게 던져진 질문을 찾으려고 했으니 말이다.



사실 '지옥' 시리즈에서 고지와 시연, 부활이 의미하는 바, 혹은 상징성을 찾아내는 건 무의미하다. 천세형(임성재)의 극 중 대사처럼 아무 의미도 없는 것에 광적으로 의미를 부여해 인간들끼리 서로 죽고 죽이는 참혹한 '지옥'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연상호 감독의 진짜 목적인 셈. 시즌 2 6부작이 끝난 뒤에도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떡밥이 남았다고 생각드는 것도 어찌보면 드라마 속 인물들 같이 의도와 해석에 집착하는 게 아닐까.


이러한 유형의 작품 특성상, 출연 배우들의 밀도 높은 감정 연기가 필수이며 시즌 2에 새롭게 합류한 배우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특히 마약류 투약 혐의 건으로 하차한 유아인을 대신해 정진수 역을 맡은 김성철이 모두의 관심이 받았다. 누가 더 우위라고 비교하여 판정 내릴 순 없으나, 최소 실점 위기를 훌륭히 틀어막은 구원투수 역할은 톡톡히 해냈다. 좌중을 휘어잡는 아우라와 더불어 본연의 감정에 깊게 빠진 정진수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훌륭하게 표현해냈다.


화살촉의 교리에 경도되어 세력의 리더격으로 활약한 햇살반 선생님 오지원 역의 문근영의 파격 변신은 매우 강렬했다. 배우의 얼굴을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모두 가린 괴기한 분장과 괴성에 가까운 소리, 급격한 변화와 혼란을 겪는 과정 등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문근영이 아닌 새로운 얼굴을 선보이며 충격을 선사했다. 


그 외 '무빙', '최악의 악' 등에서 비릿한 악역으로 눈도장받았던 임성재의 절절한 감정 연기와 새진리회, 소도, 화살촉을 주무르며 잇속을 챙기려는 정무수석 이수경 역의 문소리의 영악함도 인상깊었다.


다만, 시즌 1에서 강한 임팩트를 심어줬던 사자들의 CG나 광기로 폭주하는 화살촉 집단의 분장은 기대치에 못 미친 게 아쉽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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