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 리뷰
코로나 팬데믹이 아니었다면,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이하 '보고타')은 우여곡절을 겪지 않았을 것이고, 크랭크인하여 극장에 개봉하기까지 5년씩이나 걸리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탓을 하기엔, 영화의 방향성이나 관객에게 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도통 이해하기 힘들다.
'보고타'는 IMF 직후 새로운 희망을 품고 지구 반대편 콜롬비아 보고타로 향한 국희(송중기)가 보고타 한인 사회의 실세 수영(이희준), 박병장(권해효)과 얽히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다.
제목만 들었을 때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수리남'과 비슷한 결이 아닐까 예상할 것이다. '보고타' 또한 범죄, 누아르 장르 카테고리에 속하긴 하나, '수리남'보다는 드라마 느낌이 강하다. 리얼리티에 중점을 두고 타국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가는 인간의 삶을 따라간다. 생존에서 성공으로 목표가 바뀌는 국희의 일대기 형식으로 시간에 따라 차근차근 전개해 나간다.
한국영화 최초로 시도한 콜롬비아 보고타 로케이션이 강점이다. 활력과 서늘함이 공존하는 골목부터 부내 나는 6구역, 해발고도 2600m에 달하는 안데스 산맥의 기세 등 특수한 공간이 전달하는 화려한 화면과 이국적인 풍광이 주는 매력이 상당하다. 남미의 강렬한 태양 아래 그을린 배우들의 얼굴과 알록달록한 의상은 자연스레 풍광에 녹아난다.
주연을 맡은 송중기는 낯선 땅에 처음 떨어진 19살 국희부터 점점 욕망을 키우는 20대 청년 국희, 한인상인회 회장을 맡고 권력의 맛을 본 30대 성인 국희의 모습까지 혼자서 소화한다. 1997년부터 2000년대 중반까지 각 시대와 상황에 맞춰 스타일링과 말투 및 표정, 그리고 제스처 등 미묘하게 변화를 주며 시간의 흐름을 보여주지만, 공교롭게도 송중기의 대표작 중 하나인 JTBC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의 진도준과 오버랩된다. '보고타'가 먼저 촬영했지만, 국희와 진도준 두 캐릭터의 성장과 위기, 이를 극복하는 과정 등이 너무 닮았다.
이는 영화의 완성도 영향이 크다. 돈이면 다 되는 '기회의 땅'이라는 배경부터 한인 사회 내 알력 다툼, 이방인의 처절한 생존기 등 '보고타'가 아니더라도 다른 작품에서 접했던 설정들이다. 이를 바탕으로 널뛰기하듯 전개하기에 개연성뿐만 아니라 박진감, 긴장감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여기에 대사보다 많다고 느껴질 정도로 투머치인 국희의 내레이션은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에게 피로감을 심어줌과 동시에 매력을 떨어뜨린다.
이렇다 보니 국희뿐만 아니라 영화 속 주요 인물들의 이해가 충돌하며 벌어지는 갈등과 해소 역시 전형적이고 평면적으로 다가온다. 이희준, 권해효, 박지환, 조현철, 김종수 등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에너지로 커버하기엔 역부족이다. 무너진 내러티브를 심폐소생술 하는데 실패했다.
결과적으로 '보고타'는 이색적인 풍광에 기댄 채 한 인물의 피땀 눈물이 담긴 생존기를 얕게 담았다. 타향살이의 고됨을 알리기엔 메시지의 깊이가 없고, 비장하거나 씁쓸한 누아르스러운 느낌을 전하기엔 겉모습만 흉내냈다. 머리를 쓰는 고도의 심리게임으로 접근했다고 하기엔 수가 깊어 보이지도 않다. 요리조리 들춰봐도 어필할 매력이 없으니 스크린 너머에 있는 관객들을 붙잡는데 실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