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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랑 Feb 06. 2023

돌아갈 시골

신기하고 부러운 그때와 지금

 어렸을 때 시골이 없다는 말이 신기하면서 부러웠다. 당연히 모두에게 있을 거라 생각한 시골이 없다니. 명절에 멀리 가지 않고 도시에 머문다니. 거리가 멀어 일 년에 한, 두 번 가는 것이 전부였지만 명절마다 고속도로에 갇히고 차에서 밤을 보낸 후 아침 첫 배를 타고 섬으로 들어가는 여정에 시골 하면 피로가 벌써 느껴졌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모두 돌아가시고 그렇게 나도 시골이 없어졌다. 그래서 명절에 사람이 서둘러 도시를 빠져나가면 나는 고요한 도시의 낯선 모습을 마주한다. 사람이 많아 평소에 잘 가지 않는 장소에 이때다 싶어 가보기도 하고, 텅 빈 대중교통을 즐기기도 한다. 어색함과 불친절한 말을 참을 필요가 없어 어느 때보다도 평온하게 도시에서 명절을 보낸다.


 나의 시골은 마당에 작은 텃밭과 세, 네 명쯤 누울 수 있는 평상이 있었다. 명절이 아니더라도 언제든 가고 싶은 시골을 떠올리는 요즘 아마도 이 장면 때문이 아닐까. 가려지지 않는 해, 머리카락 사이사이 들어오는 바람, 뭔지 모를 작은 소리들, 누군가 밭 일하는 것을 알리는 옅은 탄 냄새, 가끔 들춰보는 장독대, 검고 흰 재가 쌓여 있는 가마솥 화덕, 목소리를 키우면 옆집과 대화가 가능한 낮은 담, 큰 바람에 일렁이는 파란 철문. 두런두런 앉아 평상 위로 스쳐 가는 것을 맞이하고 눈에 보이는 것을 차례대로 말하는 모습이 그리운 게 아닐까.


 조용한 도시에서 혼자 시간을 보내는 것과 가족이 아닌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시간을 보내는 것. 편리함과 편안함 사이에 헤매고 있는 나 혹은 우리를 보며 오래전 친구에게 했던 생각을 조용히 말해 본다. 어렸을 때 시골이 없다는 말이 신기하면서 부러웠다. 어렸을 때 시골이 없다는 말이. 당연히 있을 거라 생각한 시골이. 마음속 깊이 간직한 그립고 정든 곳이. 편리함과 같이 말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한. 부러운 시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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