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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ungmom Feb 13. 2024

은퇴한 엄마의 마음

짠한 마음에서 벗어나다.

내가 원해서 노력해서 만든 상황은 아닌데

해 주고 해 주면서도 더 해 주지 못한다고 들들 볶았던 마음이

차갑게 거부하는 것도 아니고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도 아닌

평안하게 긍정적인 납득을 하면서 엄마의 마음에서 벗어났다.


방에서 아이가 뭘 하는지 별로 궁금하지가 않다.

그게 신기해서 왜 이렇게 변했는지 생각을 해 봤더니

습관을 고쳐야 한다든지 가르쳐야 하는 시기가 지났다는 것과

고쳐야 하는 상황이라도 이제는 다 커서 말을 듣지 않는다고

그래서 내 책임에서는 벗어났다고 마음이 편해져 있었다.


이렇게 평온하게 소파에 앉아 내가 어디에 있는지를 느끼는데

그동안 이 아파트에서 지내면서도 이런 기분은 처음인 것이

빗방울을 구경하면서 즐기는 내 모습에 엄청 신기했다.

그래서 한 번은 미국에서 살아 보고 싶다던 기억도 떠올리며

내가 정말 미국에서 살았다고 살고 있다고 느끼며 확인했다.


아이가 사과를 넣은 샌드위치를 엄청 맛있다고 먹는다.

비가 온 날 집에 들어오면서 엄마가 있으니 좋으네 한다.

전에는 이런 말들을 들으면 짠해서 마음이 쓰라리고 아팠다.

그래서 언제나 같이 지냈다면 이런 느낌도 없을 거라고

헤어졌다가 만나는 덕분에 얻는 거라고 억지 위로를 했었다.


그랬던 엄마의 마음이 이제는 은퇴를 한 것 같다.

웬만한 말에 짠해서 마음이 가라앉지 않으며 죄의식도 없어

도리어 왜 이렇게 되었는지 내 마음을 살펴야 할 정도이다.


아이들의 습관이나 가치관등을 잘 가르쳐 놔야 한다고

학벌보다 능력보다 먼저라고 생각하면서 엄청 신경을 썼었다.

그래서 아이들의 모든 행동에 판단에 물어보고 느끼게 하느라고

힐끔거리면서 말을 해야 하는 순간을 찾느라고 나는 없었다.


그랬던 아이들이 자신들이 살아가야 하는 방향을 스스로 찾고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능력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찾으려 하는데

이 정도이면 잘 커준 아이들이라는 생각에 안심이 되었는지

이제는 아이들이 힘들어해도 짠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게 되었다.


아들은 월급에 맞게 학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살고 있는데

하루에 발표를 두 군데서 했다며 집으로 가면서 전화를 했었다.

얼마나 시간에 쫓기면서 해 냈는지 그걸 들어 달라고 하는데

전 같으면 짠했을 기분이 이번에는 좋은 추억이 되겠구나 했다.


음식을 만들어 얼리면서 매번 더 해 주고 싶다고 안달을 했지만

이번엔 정성을 다해서 할 수 있는 만큼만 해 놓으면 된다고

먹는 것도 살아가는 일에 중요하니까 스스로 터득을 해야 한다고

그저 만사에 불쌍하게만 느껴졌던 기분이 사라지고 없었다.


책임과 의무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했던 엄마의 마음이

이 나이가 되니 나를 찾으라고 하는지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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