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늙어 가지만...
이들이 오빠였다면 늙어가는 모습을 당연하게 느꼈을까...
나도 늙어 가는데 그래서 동생들이 골다공증 이야기를 하는데
내 모습은 거울을 자주 안 봐서 그런지 신경 쓰이지 않았지만
일 년에 두 번 산속 절에서 하는 부모님의 기제사에서 만나면
동생들이 저번에 봤던 그 모습이 아니어서 속이 상한다.
그들도 나에게 그렇겠지만 난 동생들과 별로 정이 없다.
대학을 가면서 헤어져 살고 졸업을 하고 일본에 갔으니까
좋은 추억도 나쁜 추억도 없는데 동생들이 결혼을 하니 더욱더
만나는 기회도 줄어들어 덤덤한 그런 사이가 되었다.
그런데 왜 그런 동생들이 짠하게 보이는지 답답한데
의대교수이고 의사이면서 부부의 사이도 좋아서
짠해야 하는 이유가 없는데 늙어가는 그 모습에
내가 누나여서 그런지 늙어가는 동생들이 불쌍했다.
동생들도 저러니 내 아들도 저렇게 늙어 가겠지 하다가
아들이 내 자식도 늙어 간다는 것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당연한 일에서 내가 이렇게 트집을 잡고 헤매고 있구나 하니
늙어가는 것에 짠하다고 느끼는 감정이 왜 생기는지 화가 났다.
이들이 이렇게 늙어가고 있다면 나는 더 늙었다는 것인데
왜 나는 짠하지도 않으면서 가엽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지
이렇게 생각하는 나에게 도리어 고마워해야 하는 건지
늙는 것이 불편하다고 짜증은 내지만 짠하지는 않았다.
나는 나이가 들어도 내 주변은 그대로였으면 하는 건지
반년에 한 번씩 봐서 더 동생들의 모습에 신경이 쓰이는 건지
나처럼 외모에 별 관심이 없는 동생들은 가꾸는 것이 없어서
얼굴도 옷차림도 생긴 그대로의 시간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런데 그 모습들이 정말 쓰라려 왔다.
부모님이 특히 엄마가 자랑스러워했던 아들들의 저런 모습을
보기 전에 돌아가셔서 다행이라는 생각까지 하면서
나도 내 아이들이 더 늙기 전에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