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베 아파트의 현관문 도어록

열쇠도 있는 도어록

이곳에 이사를 와서 꼭 필요하다고 현관문에 도어록을 설치했다.

그게 2015년이다.

내가 부산에서 처음 도어록을 사용해 보고 첨단이라고 좋아하니

한국에서는 오래전부터 쓰기 시작해서 지금은 더 많이 달라졌다며

부산 오피스텔 현관에 붙어 있는 것은 오래전 모델이라고 하는데

일본에서나 미국에서는 특별했던 것이 여기서는 보통이구나 했다.

고요하고 푸르름이 가득한 전원생활을 꿈꾸며 살았던 곳에서

벼 이삭의 색이 변하는 것도 바람에 들판이 춤추는 것도 좋았지만

이런 평화로울 것 같은 농촌에서는 한국인에 대한 편견이 더 심해서

은근하게 주는 압박이 점점 심해진다는 것을 느끼고 이사를 했다.

이번엔 도심으로 여러 지방의 사람들이 모여 산다고 하는 곳으로

그러면서 재일 한국인들이 많아서 파워도 있다는 고베로 정했는데

덕분에 주변의 시선은 무관심으로 바꿨지만 집값이 생각보다 비싸서

산 중턱에 지어진 고베지진도 견뎌낸 오래된 아파트로 이사를 했다.

이때는 아직 부산의 거처가 없었을 때여서 이 아파트가 나의 거점이라고

리폼이 되어 있는 것들 중에 마음에 안 드는 신발장을 새로 설치를 했다.

에어컨도 방마다 달아 두고 현관에는 도어록으로 바꾸고 싶다고 하니

부동산 사람이 너무 낭비를 한다고 은근히 말리는 분위기였다.

나는 일 년에 반은 아이들이 있는 곳에 갈거라 이 집은 비워둘 것이라고

빡빡 우기면서 도어록을 고집했더니 그게 간단하게 되는 일이 아니었다.

일단 이 아파트의 현관은 전체의 소유라서 내가 개인으로 바꿀 수 없고

현관문에 달 수 있는 도어록은 관리 회사에게 물어봐야 한다고 했다.

내 소유가 된 아파트에 내가 내 돈으로 현관 열쇠를 바꾸고 싶다는데

그걸 관리하는 회사의 허락이 필요하다는 것에서 이해가 안 되었다.

이 株式会社大京 라는 회사는 아파트를 지으면서 관리도 하는데

지금은 너무나 철저한 관리에 뭐든 다 믿고 따라가는 편이지만

잘 몰랐던 처음 몇 년은 계속 왜...라는 물음을 달면서 불신을 했다.

아무튼 이런 관리 회사에서 골라주는 도어록만 할 수 있다고 하더니

그게 딱 한 종류밖에 없다는 말에 또 왜! 했더니 현관문 두께가 그렇다고

이건 타협도 없는 통보인듯했는데 그 도어록이라는 것이 허접해서

부산에서 봤던 그 많은 디자인들은 무엇이었는지 정말 억울했다.

그래도 꼭 하고 싶으면 그것밖에 없다고 하니 어쩔 수가 없었는데

그걸 설치하고 아이들과 석 달을 살다 왔더니 번호판 뚜껑이 열려있었다.

뚜껑을 닫으며 설마 누군가가 집에 들어가려고 번호를 눌렀었나 했더니

산 바람이 휙 하고 지나가면서 다시 뚜껑이 확 열리는 것에 멍해졌다.

번호판을 덮고 있는 뚜껑은 가벼운 플라스틱으로 고정하는 장치가 없어

이렇게 바람만 불어도 열리는구나 하니 도둑은 아니었구나 했지만

그렇게 10년이 된 지금은 번호판의 숫자가 흐릿해지고 낡아져서

이대로 계속 쓰기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2025년 딱 10년이 지났으니 새것으로 바꾸는 것은 어떨까 하고

번호판만 바꿀 수 있다면 비용이 적게 들어서 더 좋을 것 같지만

그게 안된다고 해도 처음 설치할 때 지불한 67000엔보다는 쌀 거라고

모든 물건들에는 새것이라는 것이 나오니까 구식은 싸질 거라고

편안한 마음에 설치해 준 곳에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기로 했다.

어느 아파트인지 설명을 하면서 10년 전 도어록 번호판이 낡아서

번호판만 바꿀 수 있냐고 하니 그런 것은 안되고 새것으로 해야 한다며

그냥 있는 것을 쓰라면서 새것으로 하려면 기본이 10만 엔이라고 한다.

그래도 싼 디자인이 있지 않겠냐고 구식이어도 된다고 하고 싶었는데

그냥 쓰는 게 좋다더니 전화를 끊어 버려 나는 아무것도 묻지 못했다.

또 이 상황을 이기려고 나에게 돈을 쓰지 말라고 도와주는구나 하면서

더는 번호판이 햇볕이나 바람에 바래지 않게 뭔가를 하기로 했는데

산 바람에 뚜껑이 들리지 않게 하려면 테이프로 고정을 시키는 것인데

그러면 집에 사람이 없다는 것을 알리는 꼴이 되어서 머리를 쥐어짠다.

이 도어록에는 열쇠도 쓸 수 있게 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