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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져 가는 친구가 낯설다.

이래서 정치가 민감한 건지

by seungmom

그때의 당혹함은 잊을 수가 없다.

항상 예의를 차리고 온아한 목소리로 이야기하던 친구가

전전 대통령의 부인보단 검소하게 옷을 멋있게 입는다고 해서

내가 보기에는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고 했더니

어떤 면에서 무엇을 보고 그렇게 생각하냐며

얼마나 다구 쳤는지 그때 너는 좌빨이구나 하는 말을 들었고

그런 동영상만 봐서 그렇다고 조심하라고 한소리를 들었다.


점점 달라져 가고 있는 친구가 정말 낯설었다.

어느 날부터였나 어떤 이상한 목사가 길거리에서 떠들면서

하나님이라는 자신의 신을 존중하지 않고 막말을 하고 있을 때

이 친구가 오래된 고향의 친구들과 집회에 가 봤었다고 했다.


대학 때부터 알고 지냈던 오래된 이 친구는

이런 집회보다는 미술관을 더 열심히 찾아다녔었다.

그런 친구가 그 몰상식한 목사를 두둔할 때도 친구를 믿었고

절대로 누굴 뽑아야 한다고 나를 설득시키려고 했을 때도

그냥 반박하지 않고 들어 주면서 상황을 피했었다.


난 정권을 바꿔야 한다는 주변의 절박한 말보다는

대통령이라는 사람의 인성을 더 믿어 보려고 했었다.

정치를 해 봤던 사람이 그래도 조금 나을 것이라는 생각에

서울에 사는 다른 친구가 엄청 해 먹었다고 하는 말에도

정치가 중에 안 해 먹는 사람이 얼마나 되냐며

해 먹으면서도 나라를 앞으로 가게만 해 준다면 좋다고

주변이 모두 나와 다른 곳을 보고 있어도 변하지 않았다.


그렇게 내가 원하지 않은 사람이 당선이 되니

난 더 입을 다물고 주변이 하는 말을 그냥 듣고 흘려버렸다.

그런데 전전까지 들먹이면서 잘하고 있다고 비유하는 말에

욱해서 한마디 했다가 한참 설전을 해야 했는데

그러면서 이 친구가 달라져 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환경에 눌려 본 적이 없는 부유하게 살아온 친구였다.

한 번도 상스러운 일을 말로 내뱉었던 적이 없었던 것 같은

그런 친구의 입에서 좌빨이구나 하는 말이 튀어나왔는데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고민에 빠지게 만들었다.


정치에 대해서는 별다른 대화를 하지 않았던 사이였는데

언제부터인지 정치에 대한 의견이 많아지기 시작했었다.

그 집회도 그 고향 친구들이 추천을 하고 같이 갔었다고 하며

나를 설득시키려고 하는 말에는 그 친구들의 의견이 많아

네가 직접 찾아 읽어 보라고 했는데 먹히지가 않았다.


그렇게 우리 사이는 점점 벌어졌다.

이야기 도중에 그 인물에 대한 한마디를 꺼내는 것에서

전혀 다른 생각을 가진 나에게 인정하길 바라는 건지

대화 도중에 훅하고 들어오는 그 여인이 화근이었다.


우리 사이는 크게 언성을 높여가며 싸운 적이 없었다.

다 이 친구의 푸근한 성격 탓으로 언제나 따뜻했었는데

내가 살아온 환경을 이해 못 할 정도로 둥글었던 친구가

전 정권을 옹호하면서 날카로운 말도 서슴없이 했다.


성남시를 잘 안다는 다른 친구는 절대로 뽑아서는 안된다며

얼마나 해 먹었는 줄 몰라서 내가 편을 드는 거라고

한 발자국도 뒤로 물러서지 않았던 친구 덕분에

다들 자신만의 생각으로 만들어진 형체가 있다는 것에서

또 다른 친구가 정치 이야기는 가족끼리도 해서는 안된다고

가급적이면 이야기를 피하도록 하라는 조언을 했었는데

그 말이 이제야 무슨 뜻이었는지 납득이 되었다.


친구가 옹호한 인물이 계엄이라는 것을 장난처럼 시작하고

온 국민은 그것을 바로 잡자고 안 해도 될 고생을 하는데

그래도 잘 한 구석은 있다고 두둔을 하면서 변명을 하며

많이 해 먹은 누구는 절대로 안된다며 엄청 설명을 했었다.


이렇게 오래된 친구와 나의 사이는 정치가 흔들었다.

두 번의 선거로 내가 바랬던 사람이 되어 나는 편해졌는데

친구들은 어떤 기분일지 알 것 같아 입을 다물고 있다.


전전보다는 잘하고 있다고 했던 그 시간들이

이제 하나씩 읽히기 시작하면서 이유도 밝혀지고 있는데

이런 상황을 친구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걱정이다.


그러면서 나도 걱정이 많다.

친구와 몇 년을 이렇게 지나면서 벌어진 틈이 너무 커졌다.

어떤 마음의 준비도 없이 이야기를 하면서 깔깔거렸는데

이제는 전화가 오면 바로 받지 않고 하지 말아야 하는 말과

친구가 꺼내는 말에도 반응을 하지 말자고 각오부터 한다.


나는 태어나서 딱 3번 대통령 선거를 해 봤다.

한 번은 일본에서 재외동포의 자격으로 투표를 했고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같은 사람을 응원하면서 선거장에 갔다.

나에게는 어느 정권이든 대한민국만 굳게 서 있도록 해 준다면

오른쪽이든 왼쪽이든 어느 지역이든 상관이 없었다.


그런 정권이라는 것이 나에게서 친구를 빼앗아 갔다.

정말 고민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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