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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원 May 13. 2023

웹기획 웹에이전시 VS 기업 이직 후기, 장단점 1편

29살에 처음 시작한 웹 기획, 벌써 8년 차가 됐다.


이 글은 웹에이전시에서 이직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2번의 웹에이전시 경험과 금융기업으로 이직 후 느낀 장단점을 공유해본다.



에이전시 A - 규모 50명 이내 / 3년 6개월 근무

장점 - 비교적 PM의 역할을 빨리 맡을 수 있다.


규모가 작으면 그만큼 한 사람이 맡아야 할 일과 책임의 범위가 커진다. 나는 규모가 작은 에이전시에서 시작했는데 처음 운영 업무를 맡을 때부터 덜컥 PM이 됐다. PM이라는 역할과 책임이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기 때문에 감당해야 할 무게는 너무도 컸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첫 시작이 작은 에이전시였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사실 지금의 기획업무 역량의 기반의 80% 이상은 이때 경험으로 다져진 것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에이전시에서 PM, PL, PA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다양한 산업 카테고리의 프로젝트를 해보면 내가 흥미를 느끼는 분야가 뭔지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처음부터 기업에 들어가는 것도 물론 복지 면에서 좋지만 웹에이전시에서 실무를 경험해보는 것도 추천한다.



단점 - 왕관의 무게를 견뎌라


신입에게도 큰 역할을 주지만 그만큼 감당해야 할 책임감도 크다. 총 쏘는 법을 일주일 정도 알려주며 총을 쥐여주더니 전쟁터에 나가서 무조건 알아서 살아남으라는 미션을 주는 느낌이랄까


경력이 한참 많은 디자이너, 퍼블리셔, 개발자를 이끌며 프로젝트를 관리하고 리딩 해야 하는 역할을 할 때 맘처럼 되지 않는 커뮤니케이션에 화장실에 가서 몰래 운 적도 많다.


클라이언트와의 커뮤니케이션도 마찬가지다. 급박한 데드라인과 개발 범위에 없는 요구 사항을 요청하는 클라이언트를 능숙하게 대하기 힘든 신입에게는 벅찬 일일 수밖에 없다.


PM이 되면 선택과 결정의 자유도가 주어지지만 모든 책임도 내가 져야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숙련도나 문제해결능력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의 신입에게는 버거울 수 있다. 하지만 이는 그만큼 성장할 수 있는 여지도 크다는 걸 의미하기도 한다.



에이전시 B - 규모 100명 이내 / 2년 9개월 근무

장점 -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체계화된 기획업무를 경험할 수 있다.


대형 에이전시의 장점은 대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소형 에이전시의 경우 기획 1명, 디자인 1명, 개발자 1명의 구성으로 많아도 3~4명이 전부이다. 하지만 대형 에이전시의 경우 프로젝트 규모 자체가 크기 때문에 적게는 5명에서 많게는 3~40명까지 많은 인원과 함께 프로젝트를 수행하게 된다. 필요하다면 프로젝트의 특성에 따라 타 업체와 협업도 해야 한다.


이런 이유로 연차가 낮은 기획자는 PM의 역할보다는 PL, PA의 역할을 수행하게 된다. 소형 에이전시에서는 신입에게도 PM 역할이 주어지는 것과 차이가 있다. 하지만 좋은 점은 프로젝트가 크기 때문에 PM, PL, PA의 역할이 체계적으로 나누어지고 내가 주어진 파트에 대해 더 많은 시간 연구하고 기획해볼 수 있다는 점이다.


내가 두 번째 에이전시에서 가장 많이 배운 점은 많은 사람이 투입되는 프로젝트에서 어떻게 협업해야 하는지였다. 혼자 기획하던 것과 달리, 여러 사람이 합을 맞추어 기획할 때 공통 가이드와 규칙을 지키며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가 배울 수 있었다.



단점 - PM이 되려면 10년 차 정도는 돼야 한다.


소형 에이전시는 비교적 빨리 PM의 역할이 주어지는 반면, 대형 에이전시는 적어도 8~10년 차 정도가 돼야 PM의 역할이 주어진다. 물론 프로젝트 규모에 따라 더 적은 연차의 기획자가 PM 역할을 수행하기도 하지만 대부분 능숙하고 노련한 고급 기획자가 PM의 역할을 수행한다.


상대적으로 연차가 적은 기획자는 PA 역할만 수행할 가능성이 크다. PM, PL, PA를 모두 경험해본 나로서는 이것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신입이 2~3년을 PA로만 보내는 것과, PM으로 보내는 것은 프로젝트를 바라보는 관점, 문제해결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일정관리능력 등등 업무역량이 쌓이는 정도의 차이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도 그럴 것이 PA는 PM과 PL을 통해 업무를 지시받게 되고 클라이언트와 직접 커뮤니케이션할 일이 거의 없다. 또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도 핸들링하는 책임과 역할은 PM의 몫이기 때문에 첫 시작을 어떤 역할로 보내느냐는 차이가 벌어질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처음부터 무조건 PM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말은 아니다. 다만, PA로 시작하더라도 PL이나 PM의 관점에서 프로젝트를 바라보려 노력하고, 문제가 생겼을 때 또는 클라이언트나 작업자와 커뮤니케이션할 때 어떻게 대처하는지 관찰하고 배우려 한다면 간접적으로나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내가 만약 PM, PL의 포지션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저 문제를 대처했을까? 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만으로도 우리의 관점은 달라질 것이고, 역량이 쌓이는 정도도 달라질 것이다.


글이 길어져, 금융기업으로 이직 후 느낀 점은 다음 편에서 얘기해보기로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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