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방 알바가 되고 싶었지
날이 따뜻해지니 마음도 말랑해졌는지 겨울내내 한 자 거들떠보지 않던 책이 보고 싶어졌다.
신간이 뭐가 나왔나하고 휴대폰을 뒤적이니 공터에서, 당신 인생의 이야기 등등 구미를 당기는 책들이 줄줄에 눈에 들어왔다. 어떤 책을 살까 두 권을 다 살까 고민하다가 만만치 않은 책 값을 보고는 '읽다만 책이나 다 읽어야지' 하고 휴대폰을 툭 던졌다.
예전이라기엔 좀 많이 예전이지만,
내가 교복을 입고 다니던 시절엔 동네마다 책방이 서너곳은 있었더랬다. 드르륵 밀리던 이중 책장엔 언제나 각종 신간 도서와 만화책 비디오들이 즐비했고, 언제나 쿰쿰하고 따뜻한 낡은 책 냄새가 났다. 한 쪽 구석 19금 딱지를 붙인 붉은 책들과 비디오들이 있는 쪽으로 친구를 몰아붙이고는 재미난다고 큭큭대기도 했었다.
버튼 몇번이면 최신 영화를 바로 볼 수 있고, 하루면 신간도서가 내 앞에 배달되는 지금시대엔 빌리고 가져다주는 수고로움을 감수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안되는 일이 되어버렸지만 그때만해도 만화책이며 비디오를 빌려다보는 것은 일상적인 일이었다.
한 권에 삼백원.
눈치를 살피며 책방에 서서 만화책 한 권을 슬쩍 다 보던 학생들이 있었고, 적당히 눈감아 주던 예쁜 알바 언니가 있던 곳. 신간을 조금이라도 일찍보려고 꼭 빌리러 올테니 반납되면 다른사람 빌려주지 말고 맡아달라고 간절히 부탁하기도 하고 그러고는 반납이 늦어 호되게 혼나기도 했던 시절.
그 시절이 문득 그립다.
꼭 책 값이 비싸서 그렇다는 건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