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경 Jul 10. 2015

그들의 대화

미혼과 기혼 그들의 입장 차이

내가 말했다.


"언니, 그럴 때 있지 않아요?

그 사람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문득, 만약에 우리가 지금처럼 계속 함께하게 된다면 언젠가는 서로의 죽음을 지켜보게 되겠구나 그런 생각 드는 순간.

그래서 나는 가끔 결혼한 사람들을 보면 저들은 서로에게 그런 사람이 되어 주겠다고 약속한 사람들이구나싶어서 그게 참 부럽기도하고 찡하기도 하고 그래요."


언니가 내 말에 코웃음을 치며 말했다.


"아이고, 죽음을 지켜봐? 결혼하면 이런 대화를 하게 될거야."


'자기, 나 죽으면 재혼 할거야?'

'음...아니.'

'그래, 잘 생각했어. 하지마. 하면 내가 자기 데리러 올거야.'


말을 끝내고 언니는 그 날의 대화를 떠올리 깔깔 웃었고

나는 그 적나라한 현실감 앞에서 내가 가지고 있는 환상의 크기를 들킨 것이 무안해서 깔깔 웃었다.


하지만 마음 한 켠,

부부가 나란히 나눈 그 대화의 현실감까지도 나름으로 로맨틱하게 느껴졌다고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리고 장난끼 넘치는 눈빛으로 그 얘기를 하는 언니 표정이 행복해 보여서 더 그랬다고 덧붙인다면


언니는 혀를 차며

꿈 깨

라고 하겠지?


하지만 가끔은 부부의 모습에서 환상 보다 더 달콤한 현실을 본다면 이것 역시 미혼의 입장일까?






매거진의 이전글 시가 있는 오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