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인지 가로등인지
강화도에 놀러갔다가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 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가로등 만큼 밝은 보름달이 떠 있던 밤이.
그때 달리던 길은
가로등이 길게 이어진 도로여서 나는 한 참 동안이나 그것이 가로등인 줄 로만 알았다. 그가 '보름달 좀 봐요' 라고 말해 주지 않았다면 아마 그 도로가 끝날 때 까지 그게 달인 줄 몰랐을 지도 모른다. '달이요?' 하고 눈을 몇 번 껌뻑이자
도로 저 쪽 끝에 달이 있었다.
태어나서 본 달 중에 가장 큰 달이었다.
때로는
이제는 분명하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 마저 흐릿 할 때가 있다.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허공에 흩어졌고
흩어진 말들을 주워 감추려 손에 쥐었고
손에 쥔 말들은 기어이 한숨이 됐다.
솔직하게
라는 말 속에 감춘 피로를 들켰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