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퇴근 후 모여 4시간 동안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유리 님께서도 창업 초기 때
같은 길을 걷는 선배 창업자들이
필요했던 것처럼 저희 멤버들에게
유리 님께서 인생 선배의
역할을 해주신다면
큰 도움이 될 거라 확신합니다.
유리 님을 모시고 싶은 마음에
구구절절 글이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점 있으시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미처 다 캡처할 수 없지만
당신의 말을 그대로 빌려 메일은
(좋은 의미로) 구구절절했다.
사회에서 으레 나누는 영업(?) 메일이라기엔 '나'라는 개인에 대한 이해도를 기반으로 써준 줄글이 정성스러웠다. 당시 진짜 눈물의 일정으로 모든 세미나와 강의를 거절하고 있었던 때였는데 나는 당신이 표해주신 정성에 나의 시간으로 보답하겠다는 마음을 먹었다.
아마도, 나는 이 제안메일이 아니었다면 트레바리를 도전하지 못했을 것이다. 이런 귀한 인재를 채용해 낸 트레바리, 대단해...! (아, 그리고 브런치로 받았던 제안이라 어쩐지 더 개인 인스타그램이 아닌 브런치에 먼저 기록하고 싶었음)
매 월, 한 달에 한 번 퇴근 후 모여 무려 4시간 동안 한 달 동안 읽은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진짜 있다. 그것도 아주 많이! 그것도 아주 건설적인 토론 가득, 자기 개발서로! (물론 모든 클럽이 그런 것은 아니다)
사실 나도 이렇게 시작한 트레바리를 무려 1년이나 할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고, 주변에선 "대체 그렇게 바쁜데 어떻게 독서모임까지 하는 거야?"라고들 물었다. 그래서 이 글을 써봐야겠다 마음먹었다. 내가 1년간 푹 빠져 경험해 본 독서 모임, 트레바리는 이런 장단이 있었다.
한 시즌에 스무 명 정도, 4개월씩 3번, 총 60명 정도를 만났다. 전원과 100% 확률로 아주 가까워지지는 못했지만, 그중 매 달 만나 수다를 떠는 친구도 생겼고 사업 파트너가 생기기도 했다. 자주 못 보더라도 만나면 눈물 찔끔 나도록 반가운- 좋아하는 사람들도 생겼고, 인스타그램으로 소식을 보면 내적으로나마 그리 반가운 그런 사람들도 생겼다. 곱창을 좋아하지만 주변에 곱창을 좋아하는 사람이 없는 한 친구와는 곱창 먹고 싶은 날마다 만나기로 약속하며, 곱창 친구(?)가 되기도 했고 1년 동안 내가 진행한 모든 트레바리를 다 함께한 친구는 덕분에 1년 동안 매 월 만나게 되었고 중간중간 각 회차별로 번개까지 하니 웬만한 친구보다 훨씬 자주 만나는 사이가 되어 트레바리를 잠시 쉬고 있는 지금도 이따금 연락을 나눈다.
마침, 학창 시절 만나던 친구들 중에 가치관이 잘 맞지 않는 친구들이 생기고 있는 시기였다. 여전히 친구들을 너무도 좋아하지만 '우리가 학교 옆자리에 배정되어 친구가 되었는데 성인이 되어서도 가치관이나 관심사가 잘 맞는다는 거 아주 로또 같은 일이구나'라는 생각도 들었고, 너무도 나와 다른 길을 걷고 있어 만나서 나누는 이야기에 조금도 공감할 수 없는 친구와는 자꾸 집에 오면 기분이 별로라 연락을 끊기도 하던 와중이었다. 성인이 되어 새로이 생기는 다른 공감대가 전혀 없어서 딱 우리의 어린 시절만을 안주삼아 떠들어야 한다면, 그 관계는 어쩌면 서른 즈음이 최선이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 고민을 지고 있던 찰나여서 더욱이 내게 계약서를 통해 엮인, 어떤 계약관계도 아닌 사회의 친구들이, 그것도 나와 같은 건설적 삶을 좋아하거나 갓생을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독서모임이 주제이니 상대적으로 그럴 확률이 높다) 유사한 관심사에 대해 논쟁을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생겨 즐겁고 기뻤다.
말해 뭐 해, 장점. 교육에는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써 그리고 책은 특히 피부관리나 운동처럼 당장은 티가 나지 않더라도 꾸준하게 해 온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은 3년 후, 10년 후, 점차 급격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 중 한 명으로써 아주 좋았던 장점.
특히 나는 클럽장이었기 때문에 어떤 책을 같이 읽으면 좋을지 고민하는 과정까지 더해져 더 많은 책들을 읽을 수밖에 없었다. 인스타그램 무물을 통해 책 추천을 받고, 그 책들을 다 읽어보고 고르는 과정을 반복했다. 다른 클럽을 <놀러 가기> 하거나 지금은 원더걸스 혜림님이 하는 독서모임에 참여도 하고 있는데 덕분에 독서 총량도 월등히 늘었고 편식도 줄고 꾸준하게 할 수 있어 좋았다. 지금은 인스타그램에서 마음에 맞는 사람들과 모여 1년에 책 30권 읽기 챌린지도 하고 있다. 이미 트레바리로 습관화된 시간들이 있어서, 내겐 전혀 챌린징 하지 않다.
책을 읽을 때마다 똑같은 책을 읽고도 각자의 해석이 천차만별이다. 그런 사람들의 독후감도 읽고 각자가 어떻게 생각했는지의 이야기도 듣는 모임. CEO, 공무원, 경찰, 선생님, 마케터, MD, 영상기획자 등 각자의 직업도 다양하고 성별도 연령도 다양해 다양한 관점의 해석을 듣고 나눌 수 있었고 덕분에 이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저렇게도 생각할 수 있구나 레퍼런스를 쌓아가며 더 다양한 관점으로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경영자는 본디 사람을 애정하고 포용해야 하니까)
물론, 내 한정 영역일 수 있겠지만 나는 직업은 CEO이지만, 꿈은 '모티베이터'인 사람으로서 누군가에게 밤 잠 못 이루는 설렘과 성장, 뭐랄까- 발가락 끝에서부터 오는 즐거움의 희열, 무조건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 고통이더라도 마주하면 도움 될 인생에 대한 고민을 나누는 모티베이터가 되는 삶을 항상 꿈꾸는데 이곳에서 만난 다수의 사람들에게 그 순간을 전할 수 있었다. 그러니 덕분에, 나는 꿈을 이룬 것이다.
(음, 사실 개인적으론 단점을 찾기 쉽지 않지만 쥐어짜 내본다)
1. 하루 7시간 보통은 회사에서 일을 하고 퇴근해서 만난다. 일에 집중해 몰입한 하루를 살고 퇴근해서 또 건설적인 토론을 하는 것, 쉬운 일만은 아니다. 뭐 그래도 한 달에 한 번이니까? 또는 주말에 운영하는 클럽을 들으면 해결될 수 도! (필자는 평일에 한다)
2. 30여만 원의 비용이 있다. 물론 클럽장으로 운영을 할 땐 내가 비용을 내지는 않고 오히려 발생한 매출의 일부 수익을 셰어 받기에 나에게 해당되는 단점은 아니다. ^^; 헌데 또 그렇다고 내가 돈을 벌기 위해 했냐 하면, 나는 받은 돈보다 더 많은 비용을 더해 술을 샀기에(?) 해당사항 없다. 하하.
만약,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이것을 하려고 했다면 나는 아마도 Hour rate 효율이 더 높은 내 사업과 관련된 다른 일을 택했을 것이라는 말이다. (물론 이것은 내가 원해서 선택한 결정일뿐, 가치 있는 일로 돈을 벌고 그것에 기여한 이들과 수익을 향유하는 트레바리의 기업 가치관 너무 멋지다고 생각함!)
3. 주차....! 오시는 분들도 차를 세울 주차장이 없고 (돈을 내야 하는 게 아니라 없음 ㅠㅠ) 얼마 전부터 클럽장의 주차 권한도 사라졌다. 운영에 따른 애로 사항을 충분히 이해하면서도 아쉬움을 떨칠 수 없는 이유는, 나는 이 일을 어느 정도는 사명감에 하기 때문인 것 같다. 주차장이 있는 트레바리 건물에 가며 클럽을 운영하는 와중에 다른 주차장을 찾아 세우고 걸어가는 길, 계속 유쾌하지 못하다.
뭐 이쯤이야 어떠하리-
그렇게 나는 그들의 비전처럼
세상을 더 지적으로, 사람들을 더 친하게
살아가고 있었다.
지금, 2024년 대한민국은
그들의 비전이 참으로 필요한 순간이다.
이 얼마나 가치 있고 행복하냐고!
그래서 결국, 제목의 질문을 답하라 한다면 나는 이들이 좋아서, 책이 좋아서, 이 사명감이 좋아서, 여기에 모인 사람이 좋아서. 나와 내 시간을 힘껏 투자해도 그 이상의 가치가 있어서 한다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