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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KTUS Jan 01. 2023

사랑은 시작이 아니라 믿음이라는 걸

당신을 만나고
나의 사랑의 의미는 달라졌어요.

사랑은 시작을 넘어서
사랑하는 매일매일이에요.


사랑에 빠지던 첫 순간을 기억하시나요?

첫 만남.

첫 인사.

첫 눈빛.

첫 미소.

첫 설렘.

첫 떨림.

첫 수줍음.

첫 서성임.

첫 어색함.

첫 질문.

첫 대답.

첫 호기심.

첫 공백.

첫 공간.

모든 처음을 간직한 인연의 첫 공기.

마음 속 한 켠 외로웠던 방에 작은 불빛이 켜지고, 왠지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예감이 들었던 순간 말이죠. 

누구에게나 사랑의 시작은 봄날의 햇살처럼 따뜻합니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고, 매순간 그 사람과 함께 있고 싶고, 하루 종일 연락을 기다리며 모든 시간이 한 사람을 향합니다. 생각만으로 명치 끝이 떨려오고, 설렘 가득한 미소가 지어집니다. 우리는 이 사랑을 꼭 기적이라 부르고 싶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 깨어지기 쉬운 것이 사랑의 시작입니다. 한 사람을 알아가고 한 사람에게 깊어가는 일은 처음의 설렘만으로 이룰 수 없는 일입니다.

사랑은 곧 사람을 깊이 알아가는 일이기 때문이죠.

설렘의 얼굴 뒤로 서로 다른 생각, 다른 습관, 다른 표현과 마주하게 됩니다. 예상치 못한 실망도 따라오기 마련이죠. 꿈결 같은 순간에 균열이 일어나고, 그 틈으로 오해가 생겨나기도 합니다. 사랑이 오고 감에 있어 내가 좋아하는 마음이 그 오해를 지혜롭게 풀지 못하면 그 사랑은 결국 어긋나게 되지요. 

또한 우리는 감정만 앞서 섣부른 시작을 하곤 합니다. 감정의 환상이 깨어질 때 역시 사랑의 시작은 오래 못 가 깨어지고 맙니다. 

타오로는 사랑의 첫 순간은 분명 아름답지만 타오르기에 불안하기도 합니다.

저 역시 몇 번의 사랑이 등저버리곤 했습니다. '또 내가 아니고, 또 때가 아닌가 보다' 못난 마음을 탓하며 사랑에 고꾸라진 채로 조금 숨어있기도 했습니다. 그때마다 더 간절한 마음으로 진실한 사랑을 기다렸습니다. 

그 간절함이 닿았던 걸까요? 어느 겨울에 사랑의 의미를 다시 일러주는 사람을 만났습니다. 사랑의 시작은 강렬했고, 더없이 달콤하였으며 뜨거웠습니다. 계절마다 풋풋하고 설레는 추억도 쌓았죠.

그러나 사랑한다는 것은 역시나 사람의 면면을 알아가는 일.

그 사람을 알아가는 동안 일상이 포개어지면서 크고 작은 갈등도 생겨났습니다. 그때마다 비교적 지혜롭게 풀어나갔던 것 같습니다. 둘 사이에 놓인 문제를 바로 보고 서로에게 원하는 바를 진솔하게 털어놓았던 것이죠. 문제는 한 사람에게서 오지 않고 두 사람 모두에게서 온 것이니까요.

하나씩 사랑의 문제를 풀어갈 때, 사랑은 조금 더 사람이 되곤 합니다.

우리가 나눈 대화는 변두리에 머무리지 않은 각자의 중심을 담은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고 존중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습니다. 나만 지나치게 앞세우지 않고, 그 사람이 나에게 원하는 바를 늘 염두에 두었습니다. 그것만으로 서로에게 훌륭한 배려를 행한 것이죠. 우리는 작은 엇갈림 이후로 더욱 가까워지고 끈끈해졌습니다. 

마음이 깃든 노력은 놀라운 힘을 갖습니다. 우리를 사려 깊은 사람으로 만들기 때문이죠.

그렇게 제겐 차츰 사랑하고 사랑 받음의 사랑의 균형이 생겼고 그렇게 몇 개의 계절을 지나 사랑의 나날은 믿음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사랑은 시작을 넘어 믿음이라는 것을 마음이 느낄 때마다 나는 얼마나 온화해졌는지요. 사랑이 지은 믿음의 집은 생각보다 훨씬 큰 행복감을 선사합니다. 불안으로 둥둥 떠돌던 마음이 비로소 안정감 있는 땅 위에 안착한 기분을 들게하기 때문이죠.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큰 위로가 되어 마음을 어루만져 줍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존재만으로 마음이 두둑해지고 든든해집니다.

또한 사랑이 믿음이 된 순간 우리는 쉽게 외롭지 않고,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눈을 뜨면 마음 속 깊은 곳 유일한 자리에 한 사람이 있습니다. 가늠할 수는 없으나 내 마음 속의 아주 큰 자리를 차지합니다. 그때부터 우리는 이 사랑을 진짜 사랑으로 불러도 될는지요.

한 사람이 어느 한 사람에게 믿음이 생긴다는 것이야말로 사랑의 시작 이후 우리가 경험하는 가장 놀라운 기적입니다.

서른의 중반을 앞에 두고 사랑의 의미가 달라졌습니다. 더 깊고, 더 너르게 다시 내 안에 새겨졌습니다.

진정한 사랑은 타오르는 첫 시작이 아니라, 시작을 넘어선 믿음이자 우리가 사랑하는 매일이라는 것을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내 안에 사랑이 있습니다. 그리고 사랑하는 오늘이 펼쳐집니다. 이것이 우리가 오늘 마주한 근사한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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