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
한때의 시간을 보냈으나
서로에게 긴 시절이 되지 못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각자의 시간을 기대려 하였으나
우리는 그 무게를 짊어질 수 없었다.
같은 시간에 같은 공간에
파장처럼 중첩되었던 때도 있었다.
사연을 포개고, 감정을 겹치며 안도하던 때.
조약돌처럼 부대끼며
서로의 각을 둥글게 깎던 때.
그러나 잠시 뿐이었다.
파장은 시절이 될 수 없어 수면 위로 사라져 갔다.
전부를 걸면 결국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읽지 않은 메시지.
받지 않은 통화.
되돌려주지 않은 답신.
그렇게 오래된 부재중.
서서히 잊혀나간 것은
바람과 비에 깎인 풍화 같은 것이어서
다시 되돌릴 수 없다.
지나온 시간을 등져 시절의 인연은
앞으로의 시절을 함께할 수 없다.
그 시절처럼 아쉽지가 않고
무엇보다 나는 그 시절처럼 울 수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