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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Oct 27. 2021

수영을 도와주는 도구들

어쨌든, 수영 13

-킥판과 오리발, 풀 보이


맨 처음 수영을 시작하면 초급 회원에게 주어지는 것은 킥판이다. 수영 4년 차에도 워밍업은 킥판을 잡고 자유형, 배영, 평영, 접영 발차기로 1바퀴씩 돈다. 신규반 첫 수업은 손을 뻗어 킥판을 잡고 자유형 발차기를 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러다가 배영을 배울 때는 배와 허벅지 사이에 잡고 킥판을 두고 발차기를 하고, 평영과 접영은 킥판을 앞쪽으로 멀리 잡고 각 영법의 발차기를 한다. 킥판을 잡으면 앞으로 잘 나가지 않고 잘못하다가는 물을 먹는 경우도 있다.


자유형부터 접영까지 기초적인 영법을 다 배웠다고 하면 오리발을 준비해서 수업에 오라고 한다. 오리발도 여러 유형이 있는데, 보통은 롱핀 오리발을 신는다. 오리발을 맨 처음 낀 날에는 몸이 앞으로 쑥쑥 잘 나가서 신났다. 수영을 잘하거나 오래 한 사람은 숏핀 오리발을 끼고 수영한다. 숏핀을 끼면 발차기가 더 어렵고 허벅지 운동량이 배가 된다고 해서 일부러 숏핀으로 수영하는 사람도 있다. 숏핀을 끼고 25미터를 끝까지 잠영하는 사람은 존경스럽다. 롱핀 오리발을 끼고도 25미터 끝까지를 잠영해서 가기 힘들다고 생각하는, 숨이 짧은 회원이 바로 나이기에. 도전할 생각은 1도 안 하고 숏핀 오리발을 바라보기만 했던 때도 있다.


오리발의 단점은 사이드 턴을 하기가 어렵다는 거다. 물론 마스터즈 반에서 수영을 오래 한 회원들은 오리발을 끼고도 유연하게 쓕쓕 사이드 턴을 잘한다. 따라 하려고 손으로 수영장 끝쪽의 벽을 잡고 반대 방향으로 엉덩이를 돌리면(이미 거기서 속도를 반이상 깎아먹음) 내 앞사람은 벌써 슝 하고 저 멀리 가 있다. 그런 상태가 되면 자세와 상관없이 또 급한 마음이 되어 앞사람을 부랴부랴 쫓는다. 오리발을 끼고 사이드 턴을 잘하고 싶었다. 너무 큰 욕심인가.


4년 차에 상급반에서는 한 달에 6일, 마스터즈반에서는 한 달에 5일 정도 오리발을 끼고 수영한다(월수금/화목 수업에 따라 다르다). 수업 내내 오리발을 끼고 수영하면 수영이 늘지 않는다. 한참 오리발을 끼고 수영하다가 오리발을 벗고 수영하면 멘붕이 온다. 그걸 알기에 오리발 수업을 하는 날을 따로 정해놓았다. 나머지는 조금씩 자세를 교정하고 수영을 더 잘하기 위해 편하게 하기 위해 새로운 방법들을 익힌다. 오리발을 끼고 수업하는 날은 선생님이 회원들을 일명 ‘엄청 돌린다’. 수영장을 몇 바퀴 도는지 세기 어려울 정도로 무조건 ‘돌린다’. 왜? 그렇게 해야 회원들이 오리발을 끼지 않은 날과 비슷하게 운동했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일명 ‘땅콩’이라고 부르는 풀 보이도 수영의 자세를 고치기 위해 도와주는 도구이다. 맨 처음에는 이름도 제대로 몰랐다. 땅콩이라고 불렀는데, 양쪽에 있는 동그랗게 생긴 부분의 두께가 서로 다르다. 좀 더 두꺼운 부분을 뒤쪽에 가게 허벅지 사이에 끼고 수영해야 한다. 주로 평영 발차기나 접영을 할 때 사용한다. 


-스노클과 패들, 강습 동영상


집 다용도실에 스노클과 패들이 걸려 있다. 수영 배운 지 2∼3년 차 되었을 때, 마스터즈 반에서 스노클과 패들로 수업을 했다(2~3년을 매일 꾸준히 수영을 하다 보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어영부영 마스터즈반이 되는 경우가 있다. 갑자기 회원들의 수가 적어져서 내가 수영하던 반이 다른 반으로 합쳐졌고 초보에서 갑자기 마스터즈로 점프해버렸다 ㅜㅜ). 제대로 팔 동작을 교정하지도 못한 상태였는데 스노클을 하면 자유형 팔이 교정된다고 했다. 처음부터 스노클 자체를 어떻게 하는지 제대로 배우지 못했기에 물을 엄청 먹었다. 숨을 쉬려다가 먹고, 코에 물이 들어가 먹고. 스노클에 적응할 만할 때 반을 또 옮기게 된 이후로는 스노클은 다시 다용도실에 걸려 있다. 패들은 자유형 물 잡기에 도움이 된다고 해서 스노클과 함께 샀다. 하지만 한 번도 제대로 사용한 적이 없다.


스노클 수업을 한 날에는 물을 조심해야 한다. 어떤 물이냐면, 수영 후 1∼2시간 내에 갑자기 코에서 예고도 없이 물이 쭉 흘러내려온다. 심지어 콧구멍 양쪽, 두 줄로. 그런 모습을 보면 당황스럽다. 스노클 할 때 코에 찼던 물이 시간이 지나서 흐르는 것이다. 혼자 있을 때 물이 나와서 다행이지, 밖이었다면 사람들이 모두 놀랄 거였다. 스노클 수업을 한 날에는 특히 조심해야 한다. 스노클을 다시 끼고 수영할 수 있을까? 선생님들이 계속 바뀌면서 스노클을 하자고 건의하기도 어렵다. 스노클에 곰팡이가 안 피면 다행이다. 스노클 끼고 다시 자유형 팔 교정을 하고 싶다. 


인터넷과 SNS, 유튜브에는 수많은 수영 영법의 동영상과 파일들이 많다. 수영 반 친구들이 자세 교정에 필요한 동영상이라고 가끔 공유해준다. 영상을 보는 것과 물속에서 그 자세를 따라 하는 것, 둘 다 쉽지 않다. 각 영법마다 자세를 교정하면서 느낀 점은, 일정 정도의 시간이 지나면 수영하는 자세가 자기도 모르게 고정된다는 거다. 자신의 몸에 편하게 맞춰진다. 그게 잘못된 자세라는 사실을 알지도 못한 채. 스스로가 신경 쓰지 않으면 나쁜 자세로 고정되기에 교정이 쉽지 않다. 처음부터 자세를 잘 잡고 수영하면 좋지만, 그런 사람은 거의 드물다.

 

물 밖에서 누군가가 수영하는 사람을 보았을 때 자세가 좋아야 멋있어 보인다. 자세가 좋으면 수영도 잘하게 된다는 말도 있다. 바른 자세로 수영을 해야 본인도 편하고 쉽게 할 수 있다고 한다. 수영을 배울 때는 수영 영법 동영상을 보면서 공부했다. 남들보다 영상을 덜 보는 편이라 꼭 필요한 것들만 챙겨 보았다. 내 신체 조건이나 자세에 맞는 영상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 신체적 특징은 각자 다르기에. 괜히 엄한 동영상을 보면 전혀 도움이 안 된다. 다른 사람이 볼 때 수영 자세가 좋다고 해서 제대로 수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문제는 내 자세가 멋진 자세가 아니라는 거다.  


자신이 어떻게 수영을 하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수영을 잘하는 사람이 어떤 자세로 수영을 하는지 볼 수 있는 시각을 가지는 것도 필요하다. 그래야 좋은 자세로 고칠 수 있게 된다. 머릿속에 잘하는 수영의 교본이 있어야 그 자세를 비슷하게라도 만들려고 몸이 노력한다. 아니면 잘못된 자세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동영상을 조금씩 챙겨서 보고, 같이 수영하는 사람의 자세들도 유심히 살펴본다. 


예전에는 사람들의 수영 자세들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아마 초보였기에 그랬던 것일지도 모른다. 유명한 수영 강사의 동영상이나 수영선수들의 경기 장면도 가끔 본다. 수영 선수들의 경기 장면은 늘 감탄하면서 본다. 와, 어떻게 저렇게 빨리 저렇게 멀리까지 쭉쭉 갈까? 부럽다. 역시 선수는 다르다. 짧은 동영상으로 나온 영법 자세도 보면서 교정한다. 제일 중요한 점은 내가 수영을 어떻게 하고 있는지 아는 거다. “너 자신을 알라.” 


수영 선생님은 몇 개월 이상 수영을 하면, 핸드폰으로 각자 수영하는 모습을 영법마다 찍어주시고, 동영상을 보내주셨다. 당연히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자기의 수영 장면만 반복 재생해서 보고 삭제하는 걸로. 내가 찍힌 동영상을 보면 알게 된다. 수영 동작이 엉망이라는 생각도 들어서 창피하다. 하지만, 이미 선생님이 그 수업 시간에 동영상을 찍는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몸은 시작부터 긴장한 상태다. 잘하고 싶어서 몸에 힘이 들어가고, 영상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영상을 찍는다고 하면 평소처럼 절대 수영할 수 없다.


내 동영상을 보며 어떻게 교정해야 할지 고민하면서 수영 동작을 한다. 반복해서 보고 교정하려고 노력해야만 수영이 발전한다. 하지만 이렇게 영상도 보고 교정하려 노력하고, 매일(주 5~6일) 수영을 하다가도, 어느 순간 수영이 잘 안 되고 기간이 오래되면 슬럼프가 온다. 일명 ‘수태기’. 수영 권태기. 나는 스타트를 배울 때 슬럼프가 왔다. 


스노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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