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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티티카카 Nov 03. 2021

수영에 중독되다

어쨌든, 수영 14

마스터즈 반에서 수영을 하지만 상급 교정으로 가야 하는 회원들도 있고, 상급이지만 마스터즈 반으로 넘어가야 하는 회원들도 있다. 각자의 사정과 시간과 사람들 때문에 수영에서 반을 옮기는 것은 쉽지 않다. 레벨 테스트가 없는 수영장에서는 자신의 수영 실력도 알기 어렵고 그것에 맞춰 반을 찾아 들어가기도 어렵다. 자기가 수영을 할 수 있는 시간에 맞춰 수업을 들으러 갈 뿐이다.   


수영반의 인원 수가 적어서 수업하던 반이 갑자기 폐강되고 다른 반으로 합쳐지거나, 선생님과 수업 스타일이 맞지 않다고 느껴서 반을 옮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는 새로운 반으로 가는 것은 큰 모험이며 용기가 필요하다(그런 것에 크게 신경 쓰거나 눈치를 보지 않는 사람들은, 혹은 수영의 실력을 늘리는 것에만 집중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쉽사리 반을 옮기기도 한다).


막상 새로운 반에 갔는데 거기서 적응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면 갑자기 수영이 재미없어지고 하기 싫어진다. 옮긴 반에서 알게 모르게 텃새를 당한다고 느껴질 때면 더더욱 상처를 받아 그 반에서 계속 수영하기는 더 어렵다. 같이 수업을 오랫동안 함께 들었던 사람들끼리는 알게 모르게(?) 나름의 ‘패거리’ 문화가 있기 때문이다(이건 나중에 뒤에서 이야기하는 걸로). 물론 사람들이 그러거나 말거나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나 홀로 수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웬만한 강심장이 아니면 계속하기는 어렵다. 수업을 할 때도 뭔가 조금씩 이상하다고 느끼고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거나 내 자리가 애매하게 잡히는 순간 어느새 눈치를 보게 되고, 그런 내 모습에 스스로 화도 나고 짜증도 나기 때문이다.


수영을 매일(?) 습관처럼 1시간씩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하루에 2 타임 연이어 수업을 듣는 사람들도 있다. 토요일 자유 수영 시간에는 2 타임(50분 운동, 10분 휴식, 50분 운동)씩 그렇게 수영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하지만 평일에 연달아 2개의 수업을 들으며 수영하는 사람들은 진짜 존경하게 된다. 매일 수영을 하기엔 시간이 맞지 않아 대신 격일로 하루에 2 타임씩 연이어 수업을 듣는 거다. 그러기 위해서는 체력이 탄탄하게 뒷받침되어야 한다. 체력이 안 되면 두 번째 수업에는 아예 수업을 따라갈 수가 없다. 첫 번째 수업과 비슷한 속도로 수업을 진행하기에 체력이 안 되면 수영장을 진도대로 계속 돌 수가 없고 헉헉 대며 한쪽 귀퉁이에 서서 먼저 가시라고 양보만 하며 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며 2 타임씩 수영을 하는 멋진 체력의 사람들도 보았다. 2 타임씩 수업을 들으면 살은 조금 더 빠지겠지라고 생각했지만, 그러기엔 기초 체력이 부족해서 엄두도 내지 못했다.


나중에 마스터즈반 오리발 데이에는 쉬지 않고 자유형을 20바퀴 돌아야 하는데, 2 타임씩 듣는 사람들은 그날은 40바퀴를 돌아야만 하는 것이다. 아이고, 생각만 해도 허걱. ㅜㅜ 그게 가능할까 싶었다. 어쨌든 수영을 하고 나면 기력이 소진되어 더 많이 먹게 되고 결국 살이 빠지기보다는 찌는 경우도 종종 있다. 내가 오늘은 수영 열심히 했으니까, 이 정도는 먹어도 되겠지라는 안도감에 더 많이 먹게 되는 것이다. ㅠㅠ


수영장에 가서 체중계에 올라가서야 아차 하는 순간이 온다. 왜 이렇게 수영을 하는데 몸이 무겁고 살이 계속 찌나 하면, 어젯밤에, 저녁에, 오후에, 낮에... 그그 전에 배고프다며 너무 열심히 이것저것 먹어서였던 거다. 왜 그런지 수영을 하고 나면 허기가 져서 더 챙겨 먹게 된디. 알고 보면 '수영은 살을 빼는 운동은 아니었다'로 결론(?).


일주일에 5~6일 수영을 하게 된 건 다니던 수영장이 공사를 하고 난 후였다. 수영 2년 차가 되었을 때 주 3회 수영 강습에서 주 6회로 수업을 늘린 것이다. (화목토/월수금 강습반). 그렇게 주 5~6일 수영을 시작했다. 그것이 수영 중독의 시작이었는지도 모르겠다(토요일에 가족 행사나 사정이 생겨서 자유 수영을 빠지게 되면 주 5일 수영을 했다).


주 6일 수영을 하게 된 후, 수영 3년 차에는 화목토 수영 강습반이 토요일 자유 수영이 아예 빠져 화목반이 되었다. 그래서 토요일엔 자유 수영 이용권(10회)을 끊어서 새벽이나 오전에 자유 수영을 했다. 오후 자유 수영 시간도 있었으나 그때는 전 연령이 다 이용할 수 있었다. 그 시간대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과 아이와 함께 가족끼리 오는 경우도 있어 사람이 엄청 많았다. 북적북적. 자유 수영은 월 정기회원에 한해서 10회 이용권을 끊어서 다니는 게 싸다. 1회 이용권은 4800원, 10회를 한꺼번에 결제하면 더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2019년 기준).


토요일 자유 수영은 오전 시간뿐만 아니라 새벽에도 오후에도 시간에 상관없이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토요일 오전에 일이 생길 때마다 자유수영을 못 가서 답답했는데(4년 차 수영 중독 중이었던 그때는 주 6일에서 주 7일 수영에 도전해볼까도 심각하게 고민했다. 옆 동네에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수영장이 있다는 정보를 들었기 때문이다), 새벽 6시에 시작하는 자유 수영을 갔다. 원래 오전 수영은 여성 전용 시간이었는데, 토요일인 자유 수영하는 날에는 새벽에도 아침에도 오후에도 남녀 상관없이 자유 수영을 할 수 있다.


토요일에 오전 자유 수영을 가면 같이 수영하는 사람들을 종종 만날 수 있다. 토요일에도 쉬지 않고 수영을 꾸준히 하는 회원들이 있다. 때론 아는 사람이 전혀 없는 새벽 시간에 수영을 하러 가면, 인사와 대화 없이 입을 꾹 다문채, 혼자 정한 운동량을 채우고 돌아온다.


수영 3년 차, 1시간(50분) 자유 수영을 할 때는 스스로 정한 25바퀴 정도를 돌고 나오면 딱 좋았다. 자유 수영 가서 무리했다가 피곤해서 주말 일정이 어그러지는 경우도 있었다. 허리가 나아지려고 수영하는 건데, 수영 잘하고 싶어 욕심을 부리다 삐끗하거나 무리하면 아파서 집에 와서 누워 있어야 하는 경우도 생겼다. ㅠㅠ 이게 다 수영 때문이었다.



매일 수영처럼 매일 커피. 새벽 자유 수영 후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이 그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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