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수영 18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깊이가 깊지 않아서 스타트 다이빙을 하기 어렵다. 2미터 깊이의 풀이 없고, 가장 깊은 곳이 1.4미터라 스타트를 하기에는 얕은 편이다. 스타트를 제대로 못하면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선생님이 지도에 주실 때만 한다. 한동안은 수업에서도 스타트를 하지 않았다. 수영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중에 스타트를 하다가 다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다. 그렇기에 스타트 수업을 한 날에도 쉬는 시간에는 스타트 다이빙은 금지. 만의 하나, 하다가 다치기라도 하면 안 되기에 선생님도, 수영장도 모두 다 같이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다. 수영을 일정 기간 하면 그다음 단계로 스타트 다이빙을 배우게 된다. 스타트 다이빙을 시작하자마자 내 멘털은 붕괴되었고, 수영을 하기 싫어졌다. 슬럼프가 왔다.
스타트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인가?
첫 번째, 스타트 다이빙의 팁은 입수할 때 절대 고개를 들지 않는다이다. 그것만 제대로 해도 다이빙의 반은 성공이다. 다이빙을 하기 전에 수경을 눈에 딱 맞게 조이고 시작한다. 아니면 수경이 뒤집어져 물속에 들어가자마자 벌떡 일어설 수밖에 없다. 얼굴에 자국이 남는다 해도(노패킹이라 꽉 끼면 판다처럼 자국이 남는다. ㅜㅜ 나이가 들어서 얼굴에 생긴 자국이 없어지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수경 끈을 꽉 조여야 한다. 수경에 물이 들어오면 계속 수영하는 것은 힘들다.
두 번째, 다이빙을 하면서 물속에 들어갈 때 눈을 떠야 한다. 근데 눈을 뜰 수가 없다. 물속에서 눈 뜨는 연습을 해야 한다. 앞으로 상체를 숙이면서 살짝 다리를 모아서 점프하면서 쭉 펴야 한다. 다이빙할 때 내 발 앞에 킥판을 놓고도 해보고, 선생님이 물속에 킥판을 세우고 서 있으면 그나마 그것을 뛰어넘으려고 해서 뛸 수 있다. 앞에 뭔가가 있을 때는 점프가 가능했지만, 없을 때는 자동으로 다이빙할 때 배치기를 했다. 배치기를 하다못해 허벅지에 작은 점처럼 보이는 멍이 들은 날도 있다.
다이빙을 하는 나는 내가 물에 들어가는 소리를 듣지 못한다. 배치기를 해서 들어가면 나는 모르지만, 수영장 전체에 ‘팡팡’ 울리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안다. 그리고 그 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나인 것을 곧 깨닫는다. 수영하는 회원들이 내게 와서 그렇게 뛰면 배가 안 아프냐고 물어보기 때문이다. 배치기의 소리가 커서 옆 레인에서 수영하는 사람들까지 쳐다본다는. ㅜㅜ
스타트 다이빙할 때 우선 다리를 모아 위로 뛰는 점프는 포기했다. 무게 중심을 머리로 옮겨서 머리를 팍 숙여서 먼저 들어가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머리를 제대로 숙이지 못하고 들어가는 경우는, 100퍼센트 물과 내 몸의 마찰력이 크기 때문에 퍽퍽 소리가 날 수밖에 없다. 물속에 머리가 쏙 하고 들어가야 그다음 단계인 점프를 할 수 있을 텐데. 머리를 먼저 쏙 넣기가 쉽지 않다.
스타트를 할 때마다 몸이 물을 무서워하는 것 같다고 느낀다. 잘하려고 하기 때문에 온몸이 더 긴장한다. 그래서 유연하게 스타트를 할 수 없다. 손을 위로 쭉 뻗지 않고 눈을 뜨지 않고 입수했다가는 생각보다 깊게 들어가서 바닥에 부딪히는 사고가 일어난다. 손이 부러지거나 얼굴이 다치거나. 다이빙을 할 때 제일 조심해야 할 부분이다.
한 달에 1~2번 스타트 다이빙 수업을 한다. 쉬는 시간은 무조건 금지다. 하도 다이빙을 못해서 농담 반 진담 반으로 2미터 깊이의 수영장에 가서 스타트를 배워와야 하나라는 생각까지 했다. 선생님이 자세를 지적할수록 내 스타트는 후퇴 중이다. 수영이 4년 차인 것에 비해 스타트는 완전 초급. 내 발을 끝까지 쳐다보고 등을 말아 포물선을 그리면서 들어가야 하는데, 여전히 등은 펴고 발은 보이지 않고, 머리는 숙이지 못하고, 배와 허벅지 치기로 들어가는 중이다.
제자리에 서서 물속으로 머리를 먼저 넣는 것을 연습해야 한다. 스타트 다이빙의 길은 멀고 멀다. 평영도 배영도 스타트가 따로 있다는 것을 알게 됐는데, 그건 더 먼 이야기다. 수영 친구들은 말한다. 하다 보면 잘하게 될 거라고, 반복해서 하면 잘할 수 있을 거라고 걱정 말라고 위로해준다. 다들 다이빙을 잘하는 친구들이다. 다른 영법은 꾸준히 하면 늘겠지라는 생각이 드는데, 스타트는 잘 뛰고 싶은 욕심이 있나 보다. 연습의 횟수가 적어서 더 그럴지도 모른다.
수영 대회에 나가려면 스타트를 꼭 해야 하는데... 잘해야 한다는 꿈은 접었다. 제대로 하기만 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스타트에서 막혀서 수영 자체를 하지 못하는 게 아닐까? 스타트로 제대로 물속에 들어가면 접영 킥으로 몇 번을 잠영하고 올라오면서 자유형이든 평영이든 접영이든 해야 한다. 스타트할 때 뒤에서 보면 알게 된다. 누가 잘 뛰는지, 얼마나 가볍게 뛰는지, 누가 배치기를 하는지, 누가 아직 물을 무서워하고 어려워하는지. 입 밖으로 말하지 않지만. 스타트는 제대로 해결하고 싶다.
목이나 허리가 아픈 분에게 스타트를 권하지 않는다. 더 다칠 수도 있기에 그런 분들은 물속에서 출발하라고 한다. 한 번은 선생님이 수경을 쓰지 않고(깜빡하셔서) 스타트 시범을 보이다가 물속의 바닥면에 입술을 부딪쳐 피가 난 적이 있다. 조심하면서 해야 하는 동작이다.
배치기를 한다 해도 스타트로 물속으로 들어가는 게 물의 저항을 덜 받는다고 한다. 물속에서 벽을 차고 잠영을 해서 가는 거랑 저항력이 차이가 난다고. 배치기를 해도 스타트 다이빙이 빠르다는 선생님의 말씀. 다이빙 스타트를 하고 잠영과 발차기를 하면서 올라오고 시작해야 한다. 생각해보니 수영 대회에 나가기 위해 준비할 길이 멀게만 느껴진다. 참가에 의의를 두고 나갈 예정이지만. 어쨌든 대회에 나가려면 스타트 다이빙을 대충이라도 해야 한다는데, 고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