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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삼일 Feb 17. 2022

일단 써보기로 합니다.

내어 보이기가 두려운 누군가, 나를 위하여 

무어라도 써보자고, 

아니 남겨보자고 브런치 작가 등록을 하였습니다. 

언제 했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을 보면 정말 오래된 일입니다. 

처음 작가 등록을 한다고 했을 때 주변에서 반기는 벗들이 많았습니다. 

늘 얼굴책에 수다를 하곤 하는데 어디 한 군데 잘 모아두면 좋겠다고 말이지요. 

그리고 누군가 말했습니다. 

재수, 삼수도 한다고요. 

운 좋게 한 번에 통과를 하였습니다.

그간 활동하면서 썼던 글 세편을 제출했었는데 그때 쓰겠다고 한 주제로 과연 내가 글을 지을 수 있을까 염려가 되었고, '작가'라는 단어가 내게 어울리는 옷은 아니지만 이제 진짜 뭔가 쓸 수 있겠다는 의지가 불끈 생겼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일 년이 흘렀습니다. 꽉 채운 것은 아니지만 일 년이 다 되어 갑니다. 

당시, 얼굴책에 선언도 했었지요. 

"이제 이 공간에 끄적이는 대신 제대로 나의 글을 수집하겠다." 고 말이에요. 

그런데 참.... 

쓰는 건 쉽지만 내어 보이는 건 어려운 일입니다. 

저란 사람은 특히 그렇습니다. 

인정 욕구가 강하고 남들의 시선에 휘둘리는 여리디 여린 영혼이기 때문이지요. 

시작은 나의 글을 수집하는 데 목적이 있었지만, 어김없이 누군가에게 보일 것을 생각하면 두근두근! 하는..

내어 보이기를 작정하고 쓰는 글이라 더 그럴까요? 


새해가 되고, 브런치를 드나드는 일이 잦아졌습니다. 

"재미있어. 한번 읽어볼래?" 벗이 주는 연결고리를 받아 들고, 슬며시 다른 이의 글 서랍을 열어 봅니다. 

키득키득 웃기도 하고, 훌쩍훌쩍 울기도 합니다. 

소리 나지 않지만 가슴으로 우는 때도 종종 있습니다. 

진심으로 쓴 글은 그렇잖아요. 

미사여구, 화려한 글은 언제부턴가 마음이 가지 않습니다. 

마음으로 쓴 글이어야만, 그리고 자기 이야기여야만 귀를 더 기울이게 되는 것 같거든요. 

다른 이의 글을 들여다보면서 이제 내 글도 내어 보일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문득 드는 순간. 


이렇게 컴퓨터 앞에 앉아 끄적여 봅니다. 

뭐라도 써보기로! 

일단 써보기로 합니다. 


어제, 저 같은 벗들이 모여서 글쓰기 모임을 만들었습니다. 

일주일에 한 가지 주제로 매일같이 글을 쓰고 모아 한 달에 한번 합평을 하기로 했습니다. 

평소 마음의 결이 맞는 사람들이라 생각했던지라(실제 아닐 수 있음;; ㅋ) 기대가 됩니다.

서로 독려하며 글을 짓다보면 글쓰기 근육도 생기리라.... 

모두가 모두에게 기대어 한번 해보자고 했습니다. 


그리고 오늘, 

이렇게 브런치에 있는 나의 서랍을 슬며시 엽니다. 

읽어주는 이가 있을까요? 

누구라도 그래주면 좋겠지만, 아니기도 합니다. (이눔의 변덕;;;) 

용기를 내어 봅니다. 

실은 저.... 쓰고 싶은 것이 참 많거든요. 

제가 좋아하는 산책을 하듯, 글도 하나씩 하나씩 지으며 걸어가보려고요. 


같이 나누고 싶습니다. 

나와 그리고 당신과! 

여기서 만날 수 있기를....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무엇보다 나를 위한 일이었습니다. 

 지난해 3월 말, 퇴사를 하고 혼자만의 시간을 갖는 중인데요. 

 오롯이 나와 친해지는 시간을 보내며 그를 통해 누군가와도 대화를 나누고 싶습니다. 



- 2022. 2. 17. 목. 코끝이 매섭지만 파랗고 쨍한 하늘에 설레는 오늘. 속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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