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현이법! 모든 환자의 건강과 완치를 기원합니다.

입법,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다 (1)

by slash

글쓴이는 국회에서 10년 이상 근무했다.


국회에서 일하면서 놀랐던 점은

국회의원을 비롯해서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열심히 일한다는 점이고

안타까웠던 점은 국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너무 강하고

국민들이 국회에서 하는 일에 대해 관심이 너무 없다는 점이다.


국회에서 이루어지는 일들은 우리 일상에 매우 큰 영향을 미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무관심'이 계속될 때

국회는 더욱더 소수의 정치꾼들에 의해서 좌우될 것이고

우리 사회와 민주주의 발전에 큰 저해가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되었다.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공산당이 아니라 무관심이라고 하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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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시민들이 국회에 대해서 좀더 알고 관심을 가지면

국회와 대한민국이 조금 더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글솜씨도 부족하고 아는 것도 없지만

이른바 '네이밍 입법'에 대해 연재(?)하려는 마음을 먹었다.


'네이밍입법'은 김영란법, 신해철법, 조두순법, 김연아법, 김광석법, 최진실법, 미투법 등

흔히 000법으로 지칭되는 법이다.

네이밍입법을 주제로 삼은 것은 일반 국민들이 쉽게 관심을 가질 수 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우리의 일상을 바꾼 주요 법안이기 때문이다.


네이밍입법의 배경과 주요내용을 소개하고 법안 심사과정에서의 쟁점 및 에피소드 등을

쉽고 재미있게 글로 풀어쓸 수 있다면,

많은 사람들과 소통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나아가 국회에 대하여 국민들이 좀더 알고 관심을 가질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여러가지로 글쓰기에는 능력이 부족하고 여건이 미흡하지만

이러한 취지를 고려해서 좋게 봐주셨으면 한다....^^





네이밍입법에 대한 글을 쓰겠다고 다짐하고서

제일 먼저 떠오른 법이 '종현이법'이다.


그 이유는 개인적으로 국회 심사과정에서 종현이의 안타까운 사연에

마음아파하면서 일을 했던 당시의 기억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또한 종현이법은 어디든 아프거나 아파봤던 환자들

또는 지금은 안아프더라도 언제든 아플수 있는

일반 시민들이 한명 한명 청원함에 따라 만들어진 법이라는 점에서 첫번째로 고르게 되었다.




9살 종현이와 항암제 투약오류로 인한 의료사고


종현이법은 의료사고로 세상을 떠난 '종현이'의 이름을 딴 법이다.

백혈병으로 항암치료를 받던 9살 '종현이'는 2010년 마지막 항암치료를 받던 도중

의사의 실수로 항암제 ‘빈크리스틴(Vincristine)’이 잘못 주사되어 목숨을 잃었다.


당시 레지던트 1년차였던 의사가 척수내강에 투입해야 할 항암제 '시타라빈' 대신 정맥에 주사해야 하는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실수로 척수에 주사했기 때문이다.

두 항암제는 무색투명하기 때문에 구분을 하기 위해 하나는 주사로, 하나는 병으로 가져와 투여해야 했지만 둘 다 주사로 가져와 투여하는 바람에 실수를 한 것이다.


종현이 부모는 병원측에 해명을 요구했지만 병원측은 주사는 제대로 투여했고 부작용으로 인한 사망사고였다고 주장했다. 이에 소송이 이어졌고 2년 3개월만에 병원측이 사과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합의하였다.

한편 보건복지부에 청원을 해 복지부와 대한병원협회가 상세한 빈크리스틴 투약 매뉴얼을 만들어 전국의 병원들에 배포하기도 하였다.


(아래 사진은 종현이가 사망한 대학병원의 소아과병동에 걸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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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종현이 부모와 환자단체를 중심으로 제2, 제3의 종현이가 나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환자안전법(일명 종현이법)' 제정 운동을 벌이기 시작하여 짧은 시간안에 시민 1만명이 청원을 하였다.

이러한 청원에 힘입어 2014년 1월, 환자안전 및 의료질향상에 관한 법률안(오제세의원/신경림의원 대표발의)이 발의되었다.


환자안전법안은 의료계 등 각계의 의견수렴 및 논의를 통해 2014년 12월 29일 국회를 통과하였으며,

준비기간을 거쳐서 2016년 7월 29일부터 시행되었다.



종현이법의 핵심은 자율보고학습시스템


언론 등에서 종현이법(환자안전법)에 관한 내용을 보도하는 것을 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 중에 하나는 종현이법의 주요 내용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또한 종현이법의 제정으로 의료현장에서 무엇이 달라지는지, 환자안전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한

구체적이고 진지한 사회적 논의가 미흡했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있었다.


환자안전법은 환자안전종합계획 수립, 환자안전위원회 설치운영, 환자안전 활동 등 환자안전과 관련한 다양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환자안전법의 핵심적인 내용은 제16조에 규정된 환자안전을 위한 병원의 '자율보고·학습시스템' 구축이다.


제16조(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 등) ① 보건복지부장관은 환자안전을 위하여 자율보고가 된 환자안전사고에 관한 정보 및 제15조에 따라 수집한 자료의 조사·연구와 그 공유에 필요한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이하 이 조에서 "보고학습시스템"이라 한다)을 구축하여 운영하여야 한다.
② 보건복지부장관은 환자안전사고가 새로운 유형이거나 환자안전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등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발생한 경우에는 주의경보를 보건의료기관에 발령하여야 한다.


환자안전에 관한 제도 마련에 있어서 기본적인 전제는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할 수 밖에 없다(To Err is Human)”로서,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시스템 구축을 통하여 '실수'가 환자에게 위해를 끼치는 '사고'가 되는 것을 최소화하려는 것이다.


종현이 사례로 돌아가서 구체적으로 설명해 보자.

종현이 어머니는 종현이 사망 이후 빈크리스틴 관련 사고를 조사하면서 종현이뿐만 아니라 이전에도 빈크리스틴 투약과 관련하여 유사한 사고 사례가 많았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이는 종현이를 치료한 병원뿐만 아니라 다른 병원에서도 구조적으로 빈크리스틴 투약시 실수를 할 수 있고 이러한 실수가 의료사고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처음 빈크리스틴 투약사고가 발생한 병원에서 해당 사안을 알리고, 이러한 사례와 대응방법을 다른 병원에 전파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렇다면 유사한 문제로 인한 의료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크게 줄어들 수 있었을 것이다.

이러한 경험으로부터 배우는 시스템이 바로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 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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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 의료계가 반대?


환자안전법 제정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 우려의 시선을 표시했다

법안 발의 후 국회에서 의견수렴단계에서 의료단체(의사협회, 병원협회 등)들은

환자안전법이 또하나의 규제로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반대입장을 명시하였다.


우리나라의 의료현실은 여러 측면에서 열악하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안전이 하나의 규제로서 적용되고 인력시설 등 기준이 상향되면 의료기관은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또한 의료사고도 의료진의 고의나 과실로 일어나는 경우도 있지만, 제한된 상황에서 최선을 다해도 발생할 수 있는 것이고(의학이 모든 병을 치료하지는 못한다) 사람은 크든작든 실수를 할 수 있다.


의료계의 시각에서 환자안전법의 핵심내용인 보고학습시스템을 보자.

위해상황(의료사고보다 넓은 개념이다)이 발생했을때 보고를 해야한다는 것은 상당한 규제로 작용한다.

이러한 보고를 안했을때 처벌을 가한다면 더욱 부담이 될 것이다.

(그래서 환자안전법은 기본적으로 의무보고가 아니라 '자율보고'이다)


관련하여 심사과정에서 생각해볼만한 에피소드를 하나 얘기해보겠다.

환자안전법은 의료인 등에게 보고사항과 관련하여 자료제출 등 협조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협조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우 벌칙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법체계상 의무조항이 있으면 제재조항이 따라와야 된다.)

왜 그럴까?


환자안전법을 통과시킬때

발의의원 등을 포함해서 보건복지위원회 위원들 사이에서는

의료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어떤 식으로든 법을 통과시켜야 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규제로 보여질 수 있는 내용을 제외하더라도 법안통과를 우선시한 것이다.


당초 협조의무를 준수하지 않는 경우 1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하도록 하는 규정이 있었는데

이상과 같은 여러가지 이유에 따라

심사가 시작되자마자 과태료 규정이 날라갔다^^;


이후로 관련 복지부 공무원들이나 보좌관들을 만나면

우스개소리로 법이라기보다는 환자인권선언이라는 말을 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일부 양보를 해서라도 환자안전법을 만들어내는게 중요했다고 보인다.

정치란 타협의 예술이고 다양한 입장을 절충해야 된다고 하는데

환자안전법 제정과정에서 그러한 사실을 많이 느꼈다.


환자안전법 제정과정에 참여하면서 배운 점은

환자와 의사가 대립하는 관계가 아니라는 것이다

의사를 포함한 의료인이 없이는 환자는 병을 고칠 수 없다


의료인은 환자안전에 있어서 대척점에 서있는 것이 아니라

가장 환자를 안전하게 지켜줄 수 있는 사람이다.

다만 여러가지 시스템적인 보완을 통해

보다 환자가 안전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종현이법의 취지이자 목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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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자안전법,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달하기를...

종현이는 하늘나라로 갔지만

종현이와 종현이의 어머니 그리고 많은 환자, 잠재적 환자들이 만들어낸 환자안전법은

세상에 나왔다


입법이란 항구를 떠난 배와 같다고 한다

환자안전법은 이제 항구를 떠나서 항해를 시작하고 있다(법 시행 후 1년반)

올바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부족한 부분은 보완하고 현실에서 운용을 잘 함에 따라

환자안전이란 목적지에 도착하기를 바란다.


2018. 3월... 종현이가 하늘나라로 간지 7년 10개월..

2014년말 새벽까지 일하면서 법안심사과정에 참여했던 그시절의 마음으로

다시한번 간절히 바래본다..




다음 글은 '신해철법'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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