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해철법, Here I stand for you

입법, 우리가 사는 세상을 바꾸다(2)

by slash

2014년 7월,

평생 죽지않을 것 같던 마왕, 신해철이 갔다.


글쓴이의 젊은 시절을 상당부분 지배했던

앨범이 나오면 바로 사는 몇안되는 뮤지션인

신해철이 의료사고라는 말도안되는 이유로 우리곁을 떠났다


중학교 시절, 서태지냐 넥스트냐 할때 필자는 늘 넥스트를 선택했다

고등학교 시절, Here I stand for You를 들으며 올라가지 않는 고음으로 따라부르곤 했다

대학교 시절, 일상으로의 초대를 들으며 그런 연애를 꿈꿨다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도 평소에 듣는 음악 리스트에는 늘 신해철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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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해철법은 신해철의 사망으로 인해서 시작된 법이 아니다


신해철법은 '의료사고 피해구제 및 의료분쟁 조정 등에 관한 법률(약칭으로 의료분쟁조정법)의 일부개정법률안'이다.

해당 개정안은 신해철의 사망으로 발의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인 2014년 3월 발의(오제세의원 대표발의)되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중이었다.

처음 개정안이 발의되었을때는 의료사고로 숨진 9세 예강이의 이름을 따서 '예강이법'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2014년 10월, 신해철은 복부수술의 후유증으로 생긴 장협착증을 해결하기 위한 수술을 받고 사망하였고,

수술 이후 일련의 과정에서 의료과실로 추정되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이런 시점에서 동 개정안에 대해 '신해철법'으로 언론 등에서 보도를 하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신해철법으로 네이밍이 되었다.


신해철법은 의료계의 반대로 인하여 논의가 지연되었는데

발의된지 2년만인 2016년 2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5월 본회의를 통과하여

같은 해 11월 29일부터 시행되었다.



신해철법은 의료사고를 막는 법이 아니다


신해철법은 의료사고를 방지하거나 예방하는 법이 아니라

의료사고 발생시 피해구제를 원활하게 하는 법이다.

동 법안의 핵심은 의료분쟁 발생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조정절차가 자동으로 개시되도록 하는 내용이다.


여기서 의료분쟁조정에 대해서 설명해 보자

의료사고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볼 때

소송을 통해 구제받으려면 비용 및 시간이 상당히 많이 든다

환자 입장에서 소송은 너무나 큰 부담이 된다

또한 의료영역은 전문적인 영역이어서 환자측에서 의사의 의료과실을 입증하기는 매우 어렵다


따라서 의료분쟁을 신속공정하고 효율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 나온 것이 바로 '조정'제도이다.

이를 흔히 ADR(Alternative Dispute Resolution, 대체적 분쟁해결)이라고 하는데

소송을 통한 권리구제의 대안으로 할성화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의료분쟁조정제도는 의료분쟁조정법이 제정(2011년)되어 마련되었으며

2012년 5월부터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 설립되어 시행되었다.


여기까지 보기만 해도 의료분쟁조정은 참 좋은 제도가 아닌가?

그런데 2012년부터 의료분쟁조정제도를 운영하였는데 왜 신해철법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일까?



반쪽짜리 의료분쟁조정법, 신해철의 도움이 필요하다


의료분쟁조정 제도는 도입 이후 당초 예상보다 활성화가 되지 못했는데 이는 제도에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기 때문이다.


법률상 조정절차를 개시하려면 피신청인(상대방)의 동의가 필요하도록 규정되어 있었다.

쉽게말하면 환자가 조정을 신청했을때 상대방인 병원이 동의하지 않으면 조정절차가 개시되지 않는 것이다.


신해철법 발의 당시(14년 3월 기준) 조정 현황을 보면

전체 2,278건의 조정신청 중 조정절차가 개시된 건이 912건(조정참여율 41.4%)에 불과하여

조정신청건의 절반 이상이 상대방이 절차에 동의하지 않아서 시작조차 못되었다

한편 조정절차가 개시된 이후 조정성립률은 88.7%(511건)로 일단 조정이 시작되면 열에 아홉은 소송까지 가지않고 조정이 이루어졌다


신해철법은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일방이 조정신청시 상대방의 동의가 없이도 자동으로 조정이 개시되도록 하는 것을 핵심 내용으로 한다.

이러한 자동조정 개시에 대해서는 의료계에서 반대의견이 강하게 제기되었다

의료계는 조정절차 강제는 자율적인 분쟁해결절차인 조정제도의 취지에 반하고, 조정신청이 남발될 우려가 있으며, 당사자의 재판청구권 등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반대를 하였다


국회에서의 논의과정에서 의료계의 반대의견과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충하여

의료사고가 사망, 장기간 의식불명, 중장애발생 등 중대한 경우에 한하여 자동으로 조정절차가 개시되도록 수정 의결되었다


제27조(조정의 신청) ⑧ 제4항에 따라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피신청인이 조정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조정중재원에 통지함으로써 조정절차를 개시한다. 피신청인이 조정신청서를 송달받은 날부터 14일 이내에 조정절차에 응하고자 하는 의사를 통지하지 아니한 경우 원장은 조정신청을 각하한다.

⑨ 원장은 제8항에도 불구하고 제1항에 따른 조정신청의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지체 없이 조정절차를 개시하여야 한다.
1.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2. 「장애인복지법」 제2조에 따른 장애등급 제1급 중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우




신해철법이 필요하게 된 이유, 쟁점이 아니었던 내용이 쟁점이 되다


왜 의료분쟁조정법은 처음 법률 제정시 조정이 자동으로 개시되지 않도록 했을까?

2011년 법률 제정당시 심사자료를 보면 놀라운 사실을 알게된다.


의료분쟁조정법은 발의 당시에는 피신청인의 동의를 조정개시 요건으로 규정하지 않았다

조정신청시 곧바로 조정이 개시되도록 하되, 피신청인이 7일 이내 조정거부에 관한 의사를 통지한 경우 신청이 각하되도록 하였다.

해당 내용은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보건복지위원회)를 통과할 당시만 해도 마찬가지였다.


(여기서 국회 법안심사절차를 간단히 말하면, 법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내용등을 심사하여 의결하면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를 하고, 본회의에서 최종적으로 의결되어야 한다)


그런데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체계자구심사(법체계나 자구 등 형식적인 측면을 심사해야 한다)시

조정의 개시 여부는 피신청인에게 중요한 사항으로서 조정 개시에 관한 피신청인의 명확한 의사표시가 필요하다는 실무적 검토에 따라, 14일 이내에 피신청인이 조정에 동의하는 경우에 조정이 개시되도록 수정되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러한 수정은 의료계의 반대 등 영향력이 있었다기보다는

(이런 경우 대부분 법사위가 아니라 상임위에서 수정된다)

법리적 판단에 따라 실무적 차원에서 변경된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는 위원회마다 정치적 중립성을 가지고 전문적으로 법안 및 예결산을 검토하는 입법조사관 및 전문위원이 있다. 법사위의 경우 변호사출신이나 법전공자가 많은데 담당 전문위원실에서 수정의견을 냈었다)


이와 같이 조정개시 요건은

법 제정 당시에는 의료계도 크게 쟁점으로 생각하지 않았던 내용이었는데

개정안이 제기되면서 가장 큰 쟁점으로 변경되었다.

이는 입법과정에서 실무적인 법리검토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고 생각된다.



Good-Bye, 신해철


이젠 아픔없는 곳에서 음악을 하고 있을까


내 별재미없게 보냈던 젊은 시절에 (시험준비를 4년 했고 군대를 3년 갔다 왔어요 ㅠ)


위안이 되고 즐거움을 줬던 신해철


한 뮤지션의 음악과 삶이 내 인생에 큰 영향을 주리라곤 생각도 못했다



지금도 세상일에 지칠때면 '나에게 쓰는 편지'의 간주부분을 작게 읇조리곤 한다


"전망좋은 직장과 가정안에서의 안정과 은행구좌의 잔고액수가 모든 가치의 척도인가


돈, 큰집, 빠른차, 여자, 명성, 사회적 지위 그런 것들에 과연 우리의 행복이 있을까


나만혼자 뒤떨어져 다른 곳으로 가는 걸까, 가끔씩은 불안한맘도 들곤 하지만


걱정스런 눈빛으로 날바라보는 친구여, 우린 결국 같은 곳으로 가고 있네"



잘가요 신해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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