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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용 Sep 05. 2023

소시오패스 부장은 대신 책임지기를 원한다

2. 나는 소시오패스 부장과 일한다 - 책임회피

소시오패스 부장의 요구는 더욱 거세졌다. 심지어 말도 안 되는 일이나 책임마저 대신해 주기를 바랐다. 마치 조폭영화에서 대신 교도소를 가는 희생양을 구하는 것처럼.


#1. 경위서 작성마저 대신해주기를 요구하다

"감사가 날 왜 부르냐"

팀장의 무리한 계약은 갑질에 따른 조치로 마무리될 거라 생각했다. 적어도 회사에 피해는 없었으니 넘어갈 수 있었다. 그러나 소시오패스 부장의 생각과는 다르게 상황이 돌아갔다. 문제는 감사실에 다른 기안문서와 함께 해당 관련 문서가 휩쓸려가면서 시작됐다. 감사에 제출하지 않아도 되었던 서류였다. 그러나 휩쓸려가 버린 서류로 의도치 않게 감사가 해당 범위로까지 확대됐다. 그리고 전후 사정 파악을 위해 감사실장은 소시오패스 부장을 호출했다.


"억울합니다, 저도 모르게 한 거예요"

소시오패스 부장은 감사에게 전후사정과 함께 억울함을 표현했다. 그러나 억울함에는 책임전가가 항상 있었다. 팀원이 알아서, 대표의 압박으로 등 자신은 어쩔 수 없었다는 반론만 남아있었다. 자신의 오판, 무리한 요구 등은 최대한 작게 축소하려 했다. 팀원들의 입장에서 이러한 의견은 배신감이 들만 했다. 소시오패스 부장은 업무를 쪼개 책임을 분산시켰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처리하게끔 압박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자신의 지인이기 때문에 불안전한 계약을 임원진까지 끌어들여 책임 소재를 나눈 것은 절대 말하지 않았다.


"경위서 네가 써"

팀장은 감사를 마치고 돌아왔다. 기분 나쁜 표정으로 여기에 관여한 한 팀원을 불렀다. 그 팀원은 부장에게 개인적으로 약점이 잡혀있었다. 소시오패스 부장에게 팀원은 희생양으로 삼기 좋았을 것이다. 팀원에게 소시오패스 부장은 경위서를 대신 써달라고 요구했다. 요구를 받은 원은 부담스러워했고 어이없어했다. 그러나 그 약점을 알고 있는 부장이기에 책임감으로 어떻게든 처리해야겠다는 생각도 함께 들었다. 결국 경위서를 대신 써주었다.


"감사가 회사 사정도 모르고 저러네, 답답하다"

그렇게 경위서로 마무리가 됐다. 임원진까지 끌어들인 일로 걷잡을 수 없이 커져 감사도 경위서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그렇게 마무리가 되자 부장은 책임을 감사 탓으로 돌렸다. 사업도 모른다, 회사 사정을 고려하지 않는 다등 자신의 책임을 전가하고, 핑계를 댔다. 이러한 부장의 불만불평에 예전과 다르게 팀원들은 부장에게 불편한 시선으로 봤다. 말은 못 하지만 하고 싶은 말은 가득 찬 눈빛이었다. 경위서까지 대필을 요구하는 행동에 부장에 대한 배신감, 체념, 씁쓸한 마음이 들들 끓고 있는 듯한 모습이었다.


#2. 자신의 부족함을 팀원의 책임으로 돌리다

"내가 성공했던 방식으로 하면 통할 거야"

부장으로 승진하며 업무 범위가 늘어났다. 그럼에도 부장은 팀장으로 보여준 성공방식과 동일하게 부서를 운영하고자 했다. 직원들과 협력업체에 Push 또는 압박을 넣어 성과를 내게끔 만들었다. 그러나 실적은 소시오패스 부장의 생각만큼 따라주지 못했다. 매일 담당자를 불러 다그치고, 협력사를 불러 대접도 해봤지만 잘 되지 않았다. 원인을 파악하기보다는 사장처럼 결과적으로만 묻고 업무를 진행하다 보니 좀체 나아지지 않았다.


"이건 왜 이러냐?"

답답한 마음에 부장은 협력사와 간담회 자리를 개최했다. 외적으로는 원인파악이 목적이었다. 협력업체에서 아쉬운 마음을 표현하며 시정해야 할 것들을 요구했다. 소시오패스 부장은 곧바로 담당자에게 왜 저렇게 하지 못했는지 물었다. 담당자는 답답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에둘러 답변을 했다. 나는 간담회가 끝나고 답답했던 표정에 대해 물었다. 팀원은 부장이 지시한 사항을 따랐을 뿐인데 소시오패스 부장이 이제 와서 왜 이렇게 했냐고 물었다는 것이었다. 지시한 내용은 소시오패스 부장 업무처리 스타일이었다. 자신이 지시한 것인지 모를 수도 있겠지만, 책임을 공개적인 자리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느낌이었다.

 

"부족한 팀원을 대신해서 노력하겠습니다"

더욱 어이없었던 상황은 간담회가 끝난 후 오찬자리였다. 부장은 다시 한번 성과 부족에 대해 책임지는 듯하며 팀원에게 돌리는 발언을 했다. 함께 책임지고 개선하겠다는 의지적인 자세보다 팀원 책임이었다. 그러나 그 팀원은 겨우 이제 신입 1년 차를 막 지났다. 더구나 전체적인 전략에 대한 부재, 과도한 거래처 수 등이 지속해서 지적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것들은 무시하고 책임만 짊어지도록 만든 것도 부장이었다. 그럼에도 부장은 자신의 흠결이라 느끼고 책임지기 꺼려했다.


"이게 왜 안 되냐"

부장으로 요구되는 사항, 팀장으로 요구되는 능력은 분명 다르다. 부장은 조금 큰 그림을 그려야만 했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할 역량은 매우 모자랐다. 통하지 않는 전략을 끼워 맞추려 하고, 권한이나 자율성을 팀원에게 부여하지도 않았다. 더구나 업무분장도 이해할 수 없도록 해놨다. 그러다 보니 실적은 나오지 않고, 책임은 누군가 져야 하는 상황에서 팀원을 탓했다. 그러다 보니 팀원들은 답답해했다. 부장도 팀장도 아닌 모습에 소시오패스 부장에게 기댈 수는 없었다. 팀원들의 의견도 수용하지 않다 보니 점점 팀원들은 지쳐가고 있었다.


에필로그. 소시오패스 부장의 책임회피에 대응하려면

소시오패스는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려 든다. 리스크가 있는 업무에서 책임회피 본능은 더욱 빛을 발한다. 그러면서 윗사람들에게 마음에 들고 싶어 하는 욕구와 함께 자신이 목표한 바를 달성하고자 하면서 리스크가 서로 부딪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 목표한 바를 위해 리스크 감수를 택한다. 이러한 선택에 임원진들은 성과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며 리스크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리스크 선택 이후다. 일이 잘못되면 소시오패스 부장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살궁리를 찾는다. 팀원에게 책임을 전가하기도 하고, 임원진을 끌어들여 면피할 방법을 마련해놓기도 한다. 이러다 보니 회사는 망가지기 시작한다. 팀원들은 나가고, 임원진은 부패해지기 쉽다.

이러한 만행에 피해자들은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기도 한다. 그러나 자신의 책임이 아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부장의 만행에 휘말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 기안문이나 시행문 의견을 달거나, 부장과의 대화는 최대한 기록할 필요가 있다. 전화보다는 카톡, 문자로 보고하는 것이 최선이다. 물론 그러한 기간 동안 참고 인내해야 한다. 물론 소시오패스 부장을 알아보고 부장에서 얼른 내려오게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임원진들은 자신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내칠 이유가 없다. 조직을 위해 필요악이라 생각하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더욱 소시오패스 부장과 일하려면 각자도생의 방법을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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