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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지 못한 것에 대한 불안

위로수집 일지 27

by 단비

몇 달 동안 찾지 못했던 자동차 키를 외투 주머니에서 찾았다. 그동안 보조키를 사용하고 있었는데, 여분의 키가 없다는 생각에 마음이 늘 불안했었다. 거의 열 달 만에 차 키를 찾고 나니 그동안의 불안은 한순간에 깨끗이 사라졌다. 그런데 순간 반드시 찾아야 하는 뭔가를 못 찾고 있는 것 같은 개운치 않은 기분이 들었다.


너무 괴롭고 힘들어서 나를 안정시켜 줄 위로를 찾겠다며 이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애정 넘치는 가족들에게서, 친밀한 타인에게서, 낯선 이의 친절에서, 따뜻했던 옛 기억에서, 자연 속 아름다운 풍경에서, 딴생각이 들지 않는 달리기에서, 내면에 집중하는 요가에서... 매일매일 위로를 찾아내어 나에게 주었다. 그런데 중요한 뭔가를 놓치고 있는 것 같다.


나는 고통을 직면하는 건 나중에 그럴 여력이 될 때나 할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루하루를 위로로 채우며 몸과 마음을 돌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나 자신이 기특했다. 그런데 늘 마음 한편에 언제 달려들지 모르는 맹수가 도사리고 있는 듯한 불안감이 있다. 고통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그 고통에서 가치 있는 의미를 찾으라는 옛 현인들이 가르침을 따르지 않은 탓인가?


우리는 흔히 의미를 찾는다고 표현하지만, 로고테라피를 창시한 빅터 프랭클은 우리 각자가 자신의 경험과 선택을 통해 스스로 의미를 만들어가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강제 수용소의 끔찍한 박해 속에서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는 것처럼 보일 때조차도 자신의 태도를 선택하고 모든 상황에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인간에게서 모든 것을 빼앗아 가도 주어진 상황에 대한 자신의 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자유는 빼앗을 수가 없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처한 상황에 대해 자유롭게 나의 태도를 선택했다. 고통을 잊을 수 있는 위로를 찾기로. 그 위로를 받으며 마음의 안정과 몸의 건강을 지키기로. 자신을 스스로 잘 돌본다는 데 의미를 부여했고, 나름 가치 있는 선택이라고 나 자신을 두둔했다. 가족들은 그게 맞다고 역성을 든다. 달콤한 지지와 공감은 잠시 평안과 안식을 주지만 그 끝은 늘 어둡고 긴 불안으로 이어진다.


내가 다른 선택을 해야 한다면, 누군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으면 좋겠다. 어떤 다른 선택을 해야 하는지 누군가 내게 알려주었으면 좋겠다. 위로는 고통을 잊게 할 순 있어도, 고통을 없애지는 못한다는 것을 이제 너무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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