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수집 일지 29
꿈이 뭐냐는 질문에 뭔가 맥 빠진 답을 하고 난 후, 나에게 스스로 던진 질문은 ‘소중한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하고 싶은가?’였다. 나는 그 소중한 사람들이 나에게 남긴 의미를 그들이 알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그 의미가 그들에게도 힘이 되고 기쁨이 된다면 그 또한 나에게 새로운 의미가 될 것이다.
나는 여전히 고통 속에 있다. 고통이 끝나길 기다렸고, 아픔이 무뎌지길 바랐다. 그러나 여전히 고통은 이어지고 있고, 아픔은 삐죽삐죽 못생긴 가시를 내며 예고 없이 여기저기를 찔러댄다. 이 고통에 어떤 의미를 부여할지, 무슨 의미를 만들어 갖다 붙여야 할지 나는 아직 모르겠다.
나에게 위로가 될 만한 많은 것들을 구해다 안겼지만, 고통은 없어지지 않았다. 그런데 그 고통을 견디는 시간 속에서도 아직 건강하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다. 소중한 감정이 마음 밖으로 나오고 싶어 할 때다. 그 감정들은 밖에 나가 놀고 싶다고 조르는 아이와 같았다. 나는 그렇게 성가시게 졸라대는 아이가 밉지 않았다.
소중한 감정에는 감사함도 있었지만 험하게 굳은 엄마의 손에서 느껴지는 아픔도 있었고, 아내의 비정상적인 짜증과 신경질을 묵묵히 받아내는 남편에 대한 미안함도 있었다. 우연이었지만 필연이 된 만남이 주는 경이로움, 귀담아듣지도 않았고 눈여겨보지도 않았던 것들의 새로움도 있었다.
이 감정들을 조용히 내 안에 묻어두는 건 뿌려야 할 좋은 씨앗을 검정 비닐봉지에 묶어 두는 것과 같았다. 그러다 나중에는 뭐가 들었는지도 잊은 채 무심하게 버려버릴 게 분명했다. 제때 씨를 뿌리면 소중한 사람들과 새싹, 잎, 꽃과 열매까지 모두 함께 볼 수 있을 텐데 말이다.
그래서 결국 하고 싶은 일 한 가지를 찾았다. 엄밀히 말하면 찾았다기보다는 만들어 냈다. 소중한 사람들이 나에게 준 의미를 글로 쓰는 것, 그것이 내가 하고 싶은 일이다. 몸과 마음이 심하게 아팠고 괴로운 감정으로 많이 힘들었지만, 순간순간 빼꼼히 고개 내민 소중한 감정들은 결코 나약하지 않았다. 오히려 고통보다 활기찼다. 그러니 그것들이 소중한 사람들에게 가 닿을 수 있도록 하고 싶다. 그렇게 나도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