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거리, 신뢰의 두께에 따라 달라지는 말의 의미
실제 있었던 대화를 각색하기도, 상상으로 대화를 구성하기도 합니다. 내 안의 타자와 나누는 대화이기도 합니다. 질문이 남기도, 깨달음이 남기도, 감정이 남기도 해서 '남는 대화'입니다.
남편 땜에 속상한 친구: 애는 좀 괜찮아졌어?
아이 땜에 속상한 친구: 그냥저냥. 어떨 땐 좀 괜찮아 보이다가 또 어떨 땐 안 좋아 보이구. 니네 남편은? 이제 좀 달라졌어?
남편 땜에 속상한 친구: 맨날 똑같지 뭐. ‘잘못했다. 다신 안 그런다.’ 했다가 또 그러구.
아이 땜에 속상한 친구: 그래도 애가 속 썩이는 것보다 남편이 속 썩이는 게 낫지 않냐?
남편 땜에 속상한 친구: 니네 앤 공부 잘하잖아.
아이 땜에 속상한 친구: 니네 남편 돈 잘 벌잖아.
남편 땜에 속상한 친구: 살아봐. 넌 내 속 몰라.
아이 땜에 속상한 친구: 키워봐. 엄마 마음이 어떤지.
우리는 왜 불행배틀(Misery Olympics)을 할까?
불행 배틀(Misery Olympics): 자신이 겪는 고통, 괴로움, 억울함을 타인과 비교하며,
서로 누가 더 불행한지 경쟁하듯 주장하는 상황을 의미함
불행을 비교하는 심리는 각자의 불행한 사건을 공유하며 동정심을 얻거나 위로를 받기 위한 수단으로 나타난다고 한다. ‘너 힘들구나. 그런데 나도 힘들어.’ 또는 ‘너 힘들다고? 내가 더 힘들어.’라는 의미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이 대화가 ‘불행 배틀’이 아니라 ‘위로 배틀’ 일 수도 있지 않을까? 상대가 너무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상대 못지않게 힘든 자신의 상황을 얘기하는 것은 아닐까? ‘나 보면서 위안 삼아. 힘내.’라는 의미에서 말이다.
대화를 통해 주고받은 말의 진짜 의미는 서로가 얼마나 친밀한지, 서로를 얼마나 믿는지에 따라 달라진다. 결국 어떤 대화가 ‘위로’가 될지 ‘피로’가 될지는 둘 사이의 관계의 거리, 신뢰의 두께에 달린 문제일 것이다.